창업전문가들은 올해 창업시장의 3대 키워드로 불황 지속, 최저임금 상승, 주 52시간 근무제를 꼽고 있다. 장기불황 여파는 소비심리를 악화시킴으로써 창업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 또한 자영업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또 주 52시간 근무제는 중심상권과 골목상권이라는 전통적 헤게모니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작년 한 해 불황 속에서도 가장 많이 창업한 업종 중 하나는 커피전문점 등 카페였다. 과당경쟁이라는 언론의 경고도 무시하고, 창업자들은 남 보기에도 좋고 노동력도 상대적으로 덜한 업종에 눈을 돌렸다. 여기다가 남편 직장만 바라볼 수 없는 한국경제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부업거리를 찾는 주부 창업자들의 관심도 커피전문점 등 카페로 쏠리면서 다산다사(多産多死)형 업종의 전형적인 형태를 띠었다.
다산다사
이와 같은 추세는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다만 불황, 최저임금 상승, 주 52시간 근무 등 예상되는 창업환경 변화에 따라 커피전문점 창업에도 조금씩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커피 3대 장인’으로 불리는 여선구 연두커피인터내셔날 대표로부터 커피전문점 창업전망 및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계속되는 불황은 소비자의 가격 민감도를 더욱 높인다. 한 푼이라도 싼 커피전문점을 찾는 고객이 증가하고 있는 이유다. 다만 그동안 가격파괴 커피전문점이 큰 인기를 누렸다면 올해는 커피원두의 품질도 보장되면서 가격도 적당한 커피전문점이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 여 대표의 분석이다. 일단 국내 커피산업이 발달하면서 커피원두의 품질도 향상됐고, 원두 유통도 원활해졌다. 더 좋은 품질의 원두를 보다 저렴하게 공급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여 대표는 “올해는 커피원두의 품질은 고급이지만 가격은 비싸지 않은 중간 가격대 커피전문점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간 가격대 커피는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이 3000원 내외 정도인 커피를 일컫는다. 그는 중간 가격대 커피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 전망하는 이유로 두 가지를 들었다. 첫째 최근 10여년간 커피가 대중화되면서 커피 고유의 맛과 향을 즐기려는 수요가 많이 늘었고, 둘째 국내 커피산업의 발달로 경쟁이 심해지면서 커피원두 공급가격의 거품도 많이 제거됐기 때문이다. 여 대표가 생산하는 연두커피 원두 역시 고급 커피를 저렴하게 유통하면서 커피시장에서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고 한다.
중심·골목상권에 큰 변화의 바람
‘자기애 트렌드’건강식 메뉴 인기
여 대표는 이러한 소비 트렌드에 적합한 ‘고급 커피원두를 합리적 가격으로’ 판매하는 점포의 경우, 점포 임대료가 중심상권보다 훨씬 저렴한 지역 상권이나 골목상권에 입점하면 해볼 만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도심 중심상권이 아닌 지역에서도 점포 규모가 66~99㎡ 정도인 커피전문점을 예쁘게 인테리어한 분위기 있는 점포는 중간 가격대 커피로 그 지역의 사랑방 역할을 하면서 꾸준한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주택가 및 아파트를 배후로 하는 각 지역상권은 지리적 근접성이 좋아 소확행 트렌드에 따라 주말이나 휴일에도 고객을 유인할 수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도심상권은 주말과 휴일에 도심 공동화 현상이 발생하는 반면, 골목상권은 오히려 고객이 증가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골목상권의 중소형 점포는 임대료도 상대적으로 낮은 데다 점주가 아르바이트 한두 명써서 운영하면 돼 최저임금 상승 부담도 크지 않다는 것이 여 대표의 설명이다.
어쨌든 임금상승과 근무시간 단축의 파고를 피해갈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지역상권의 중소형 점포라는 점이다. 올해 커피전문점 창업자들이 가장 유념해야 할 대목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인테리어 분위기를 산뜻하게 하고, 샌드위치, 베이글, 베이커리 등 먹을 만한 디저트 메뉴도 갖추고 있으면 동네 엄마들의 모임 장소로도 인기를 끌 수 있다.
불황, 최저임금, 주 52시간…
소비심리 악화에 인건비 부담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이 4000원대인 고가 커피는 스타벅스가 독주를 하고 있다. 스타벅스가 입점한 곳의 주변 커피전문점들은 거의 초토화될 정도로 매출에 타격을 받고 있다. 스타벅스 매장과 인접한 상권에 입점하는 커피전문점은 차별화된 요소를 갖추지 못하면 스타벅스와의 경쟁이 버거워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가령 독특한 인테리어 분위기를 연출하거나 구수한 냄새가 나는 수제 빵을 매장에서 직접 굽는 베이커리 카페처럼 메뉴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 대표는 “현재 국내 대기업 프랜차이즈도 스타벅스와의 경쟁에서 점차 밀려나고 있는 추세”라며 “가령 수제 샌드위치나 수제 베이글처럼 스타벅스 매장에서 취급하지 않는 메뉴로 확실히 차별화하고, 고객 가치를 더욱 높여야만 그나마 스타벅스의 점포 확장과 맞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중심상권의 중대형 점포는 점점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큰 위협
메가 트렌드인 웰빙과 함께 최근에는 자기애(自己愛) 경향이 강해 나만의 건강식 메뉴가 인기다. 다른 점포에서는 맛볼 수 없는 독특한 건강식 메뉴를 개발해낸다면 도심상권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그럴 자신감이 없다면 중심상권에서 많은 투자를 해야 하는 커피전문점 창업을 해서는 안 된다. 불황, 최저임금 상승, 주 52시간 근무제는 도심상권 중대형 커피전문점에 생각보다 큰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