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박물관 여행 ②이천 쌀문화전시관

2018.12.07 16:38:45 호수 1195호

임금님도 반한 밥맛의 비밀

▲ 쌀문화전시관 전경. 마당에 연자방아 돌리는 황소와 우마차를 타고 피리 부는 소년의 실물 크기 조형물이 있다.

자그마한 다랑논을 지나 솟을대문을 넘으면 널찍한 마당 한쪽에 놓인 장독대가 햇살에 반짝인다. 연자방아 돌리는 황소와 우마차를 타고 피리 부는 소년의 실물 크기 조형물이 예스럽다. 기다란 기와지붕을 이고 선 건물은 쌀문화전시관이다. 조선 시대 진상품으로 유명한 이천 쌀의 우수성, 우리나라와 세계 쌀 문화의 이모저모를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 성종의 수라상 그림


전시실에 들어서면 성종의 수라상 그림이 펼쳐진다. 그 옆에는 ‘산해진미로 가득한 수라상의 주인공은 쌀밥이었습니다’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15세기 말 이천 부사 복승정의 치적 자료에 따르면 “성종이 세종릉에 성묘하고 환궁하면서 이천에 머물던 중 이천 쌀로 밥을 지어 먹었는데, 맛이 좋아 진상미로 올리게 됐다”고 한다.
 

▲ ‘임금님표이천쌀’의 포장지 변천사

직접 체험

이렇게 시작된 이천 쌀의 역사는 지금까지 이어진다. 쌀알이 투명하고 밥에 윤기가 도는 추청 품종을 선택하고, 생산과 수확뿐 아니라 저장도 깐깐하게 관리해서 품질을 고급화했다. 이천의 미곡종합처리장 8곳을 통해 공동 수매하고, 건조와 저장, 가공에서 유통까지 전 과정을 체계화해 품질관리에 만전을 기한다.
 

▲ 잘 여문 벼를 즉석도정쌀눈쌀자판기에 넣으면 현미부터 백미까지 원하는 대로 도정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생산한 이천 쌀을 즉석에서 도정해 맛볼 수 있는 것도 쌀문화전시관의 자랑이다. 잘 여문 벼를 즉석도정 쌀눈쌀자판기에 넣으면 현미부터 백미까지 원하는 대로 도정할 수 있다. 바로 도정한 쌀알을 입에 넣고 씹으면 고소하고 달콤해서 아이들도 좋아한다. 특히 보관이 어려워 시중에서 잘 팔지 않는 오분도쌀은 현미보다 부드럽고 백미보다 고소해 인기가 높다. 미리 신청하면 갓 도정한 쌀로 가마솥에 밥을 지어 먹는 체험이 가능하다. 평소에 밥을 잘 안 먹던 아이도 벼가 쌀이 되었다가 밥이 되는 과정을 지켜본 다음에는 밥알 한 톨 남기지 않고 잘 먹는다고 한다.
 

▲ 벼훑이(홀태)로 탈곡 체험을 하는 어린이

지하에는 벼 이야기와 논의 사계를 설명하는 코너가 있고, 쟁기와 가래, 벼훑이(홀태) 등 옛날 농기구들이 전시되어 있다.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벼훑이로 탈곡하고, 절구로 도정하고, 키질해서 쭉정이를 날리고 알곡만 남기는 체험도 할 수 있다. 벼훑이로 힘겹게 낟알을 떨구고, 허리 두드리며 절구질하고, 코가 간지러운 것을 참으며 키질해서 알곡을 만든 아이는 쌀 한 톨의 소중함을 몸으로 깨닫는다.
 

▲ 우리나라와 세계 쌀 문화의 이모저모를 살펴볼 수 있는 쌀문화전시관

조선 시대 진상품으로 유명한 이천 쌀
깐깐한 생산·수확·저장으로 품질 고급화

벼에 대한 전시물 중에 1998년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 소로리의 구석기시대 유적에서 기원전 1만5000~1만3000년 무렵의 볍씨가 발견됐다는 설명이 눈에 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나라는 중국보다 수천년이나 앞서 벼농사를 짓기 시작한 것이다. ‘소로리 볍씨’는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교 연구팀이 연대를 측정한 결과, 기원전 1만2500년 것으로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벼농사가 본격화한 때는 약 3500년 전인 청동기시대이므로, 학계에서는 소로리 볍씨가 진짜 세계 최초의 볍씨인지 계속 논란이 되고 있다.
 

▲ 김홍도의 ‘추수도’ 탁본 체험

아이들을 기다리는 건 지루한 설명보다 재미난 체험 활동이다. 귀여운 표주박에 알록달록 색칠하거나, 김홍도의 ‘추수도’를 탁본으로 떠볼 수 있다. 모두 농업과 쌀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활동이다.
 

▲ 이천농업테마공원 안내소는 쌀알을 닮았다.

쌀문화전시관은 이천농업테마공원 안에 있다. 이천농업테마공원은 도시민에게 농촌의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이천시 농산물의 우수성을 홍보하기 위해 2013년 조성했다. 15만㎡가 넘는 부지에 쌀문화전시관, 체험용 경작지인 다랑논, 쌀먹거리촌, 임금님표 이천 농식품 홍보·판매장 등이 있다. 쌀문화전시관의 운영 시간은 오전 9시30분~오후 5시이며(월요일·1월1일·명절 당일 휴관), 관람료는 무료다.
 

▲ 쌀문화전시관 마당 한쪽 장독대가 햇살에 반짝인다.

도자기로도 유명한 이천은 이웃한 광주, 여주와 함께 ‘도자기 벨트’를 이루는데 홀수 해마다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개최한다. 이와 별도로 해마다 이천도자기축제도 연다. 
 

▲ 이천 도자기의 중심, 세라피아에서는 다양한 도자기 체험이 가능하다.

지난 2001년 개최된 세계도자기엑스포에 맞춰 문을 연 세라피아는 이천 도자기의 중심이다. 도자기를 뜻하는 ‘세라믹’과 천국이란 의미의 ‘유토피아’를 합쳐 만든 세라피아는 이름 그대로 도자기의 모든 것을 보고 즐기고 체험하는 도자기 천국이다.
 

▲ 사기막골도예촌에는 골목마다 장인이 직접 운영하는 공방과 도자기 매장이 있다.

사기막골도예촌은 동시대 도자기 장인들이 모여 이룬 마을이다. 이들이 고려와 조선을 잇는 전통 도자기 제조 기법을 연구하고 새로운 기법을 개발한 덕분에 이천은 현대 도자기의 메카로 자리 잡았다. 이천시 사음동 일대에 조성된 사기막골도예촌에는 골목마다 장인이 직접 운영하는 공방과 도자기 매장이 서 있다.
 

▲ 설봉호수를 중심으로 다양한 조각 작품과 쉼터가 있는 설봉공원

도자기도 유명

지난해까지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와 이천도자기축제가 열린 설봉공원은 시원한 설봉호수를 중심으로 다양한 조각 작품과 쉼터가 있다. 올해부터 새로 조성된 예스파크(藝’s park)로 행사 장소가 바뀌었지만, 여전히 봄가을이면 다양한 축제가 열리는 곳이다. 축제가 없는 날에는 한가롭게 산책하기 좋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쌀문화전시관→이천농업테마공원→설봉공원→세라피아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쌀문화전시관→이천농업테마공원→설봉공원→세라피아 
둘째 날: 사기막골도예촌→예스파크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이천문화관광 http://tour.icheon.go.kr
- 이천농업테마공원 www.2000farmpark.or.kr
- 사기막골도예촌 www.sagimakgol.com  

문의 전화
- 이천시청 문화관광과 031)645-3670~1
- 쌀문화전시관(이천농업테마공원) 031)632-6607
- 세라피아(한국도자재단) 031)631-6501
- 사기막골도예촌 031) 638-8388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이천,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40여회(06:00~22:30) 운행, 약 1시간 소요. 이천종합터미널에서 26-1번 버스, 어농보건진료소 앞 하차, 도보 약 17분.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이천종합터미널 1688-3320

자가운전
중부고속도로 호법 JC→남이천 IC→공원로 대월·설성 방면→이천농업테마공원(쌀문화전시관)

숙박 정보    
- 이천부띠끄XYM: 이천시 경충대로 2529번길, 031)637-3100, www.xym호텔.com
- 미란다호텔: 이천시 중리천로 115번길, 031)639-5000, www.mirandahotel.com
- 지산메이플콘도: 마장면 지산로, 031)638-5940, www.jisanresort.co.kr
- 이즈호텔: 이천시 이섭대천로, 031)637-8611

식당 정보
- 외할머니집(손두부): 모가면 사실로, 031)635-7270
- 느티나무집(삼계탕): 이천시 부악로, 031)635-8532
- 가든이천공원(생등심): 부발읍 경충대로2300번길, 031)636-9222
- 점봉산산채마을(산채정식): 이천시 경충대로, 031)638-0811

주변 볼거리
도드람산 삼봉, 설봉산 삼형제바위, 이천 설봉산성, 이천산수유마을, 예스파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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