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안론’ 다시 뜨는 이유 <밀착해부>

2012.02.22 14:17:24 호수 0호

바꿔! 바꿔! “박근혜로는 정권 재창출 어렵다”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최근 여의도 정가에서는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대안론’이 또 다시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0·26 재보선 당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 4년 만에 대선주자 여론조사 1위 자리를 내주고 급부상했던 대안론이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에게도  1위 자리를 내어주자 또 다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공천권을 쥐고 있는 박 위원장에게 밉보이면 안 된다는 점 때문에 아직은 수면아래에서 은밀하게 제기되고 있지만 총선이 끝나면 급부상할 조짐이다. 조용히 꿈틀대고 있는 ‘박근혜 대안론’의 실체를 조명해 봤다.

김문수, 외곽조직 수원서 여의도로, 총선 뒤 출사표 낼 듯
임태희 “4월 격전지 출마보다는 8월 경선 도전 가능성”



현재 친이계 의원들의 새누리당 내 입지는 위태롭다 못해 참담한 상황이다.

연일 ‘현역의원 25% 교체론’을 주장하고 있는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이끌고 있는 비대위의 칼끝이 자신들을 향해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측근인사 비리에 ‘정권 책임론’까지 제기되고 있어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고 했던가. 상황이 이쯤 되자 친이계 의원들은 총선 때까지만 몸을 사리고 살아남아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모종의 쿠데타’를 도모할 것이란 얘기들이 은밀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참담한 상황 친이계
화려한 재기 꿈 꿔


물론 박 위원장을 둘러싼 ‘인의 장막’은 생각보다 두텁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 자신의 대권가도를 평탄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많은 친박계 의원들의 원내진입이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실제 박 위원장은 지난 16일 비대위 회의에서 “이제 본격적인 공천심사가 시작될 것이다. 이번 선거는 과거냐, 미래냐를 선택하는 선거”라며 “사람을 통해 보여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그렇기 때문에 과거를 갖고 싸울 사람이냐, 새 세상을 만들 사람이냐를 선택해야 한다”며 공천심사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과거 잘못과의 단절을 의미하며, 친이계의 공천 배제를 의미하는 게 아니냐는 말로 해석돼 친이계를 더욱더 긴장케 만들었다.

하지만 친이계는 반발하지 않고 조용히 몸을 사리며 공천신청을 완료했다. 박 위원장에게 반발할 경우 자신들의 밥그릇이나 다름없는 공천권이 물 건너 갈 것을 염려한 듯 보인다.

따라서 친이계는 공천심사가 완료되고 총선이 끝나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전장에서 살아남은 전사들이 결집해 친이계를 부활시키고 박 위원장에게 복수의 칼을 들이대기 위해서다.

그 선봉장에는 김문수 경기지사가 있다. 최근 몇 번의 말실수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김 지사지만 임기를 얼마 남겨 두지 않은 의원들과는 다르게 살아있는 권력이자 박 위원장에 대항할 세력을 갖춘 가장 현실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총선에 출마하지 않지만 김 지사도 총선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인물 중 한 사람으로 분류된다. 김 지사는 이미 오래전부터 총선 이후 본격적으로 움직이겠다는 방침을 정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친이계의 국민적 호응이 예전만 못 하기는 하지만 정권이 교체되고 도전하는 것보다 청와대의 지원을 받으며 대권에 도전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 하에서 이번 대선출마를 기정사실화 한 것이다.

따라서 2년 넘게 남은 지사직 임기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김 지사가 3월12일 이전에 지사직을 사퇴하면 총선과 함께 보궐선거를 치러야 하지만 그 이후에 사퇴하면 대선일(12월19일)에 보선을 치른다는 것도 김 지사는 적절히 활용할 것으로 여겨진다.

‘문재인 돌풍’으로 ‘박근혜 대세론’이 휘청거리고 있다는 점도 김 지사에게는 호재다. 문 고문의 대항마를 자처하는 김 지사는 “박근혜 대세론은 끝났다”며 자신이 새로운 대안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김 지사를 지지하는 외곽부대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김 지사는 지난달 14일 청계산에서 통합연대 회원 200여 명과 신년 산행을 하며 우의를 다졌다.

또 김 지사의 대표적 지지모임인 ‘광교포럼’이 지난 연말 수원 생활을 청산하고 정치적으로 상징성이 큰 서울 여의도에 둥지를 튼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광교포럼에는 김 지사의 지방선거 캠프 관계자들과 한나라당 출신의 전직 도의원 등이 관여하고 있다.

광교포럼의 한 관계자는 “박근혜 위원장의 입지가 워낙 공고하지만 (김 지사에게도) 한번의 기회는 오지 않겠느냐”면서 “총선 이후 본격적인 활동을 위한 준비”라고 밝히기도 했다.

광교포럼이 힘을 합치고 있는 ‘국민통합연대’도 지난 9일 출범했다. 500여 개 보수단체가 연대한 국민통합연대에는 지난 6·2 지방선거 당시 김 지사 캠프에서 조직을 담당했던 강병국씨가 실무를 맡고 있으며 김 지사의 최측근 허숭 전 경기도공사 감사, 노용수 전 비서실장 등도 참여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모임이 사실상 김 지사의 대권 도전을 위한 교두보가 아니겠느냐는 해석이다. 결국 선거가 다가오면 국민통합연대를 구심점으로 거물급 범여권인사들을 규합해 전국 조직화를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난달 18일 대학생 기자단과의 만남에서 “대한민국이 중요한 때이고 나름대로 각오와 의지를 다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강한 대권욕을 드러낸 김 지사는 몸은 경기도에 있지만 마음은 온통 여의도에 쏠려 있는 듯 해 보인다.


총선 끝나기만
기다리며 숨고르기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의 움직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초 4·11 총선에 정세균 전 민주당 대표가 출마를 선언한 종로구 출마설이 떠돌았던 임 전 실장은 불출마를 선언하고 8월로 예정된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임 전 실장이 대선 경선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해 이 같은 관측에 무게감을 더했다. 

임 전 실장의 한 측근은 “당의 요청이 있다면 서울 종로 등 격전지 출마도 가능하지만, 현재로선 경선 직행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임 전 실장은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이명박 정부의 자산·부채를 다 짊어지고 끝까지 이 정부가 성공하도록 도와야 할 사람으로서, 개인적 거취를 갖고 당과 상의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총선에서의 역할에 대해 “좋은 분들이 국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싶다”고 밝혔다.

여기서 ‘좋은 분들’이라 함은 친이계 의원들로 여겨져 자신이 친이계 부활의 선봉에 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물론 자신에게 우호적인 인물이 다수 국회입성에 성공한다면 경선을 준비하고 있는 그에게도 절대적으로 유리할 전망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임 전 실장의 행보가 올해 12월 대선이 아니라 차차기를 대비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이 대통령과 완전히 등을 돌린 박 위원장의 집권을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는 까닭에 ‘박근혜 대항마’를 자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전사로 변신해 이 대통령에 대한 마지막 충정을 불태운다는 것이다.

정운찬 국민생각과 새누리당에서 러브콜, 행복한 고민?
대세론 꺾이자 부정적인 의견 급부상, 대타 찾기 고심

여권의 또 다른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에게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작 본인은 한 번도 대권 도전 의사를 내비친 적이 없지만, 그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은 그의 대권 도전을 끊임없이 전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위원장의 ‘보수대통합’ 행보 중 정 위원장은 반드시 연대해야 할 인물이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위원장은 지난 9일 비대위 전체회의에서 “우리 사회의 곳곳에서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이 상태가 개선되지 않고서는 지속적인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등 경제 정책에 대한 대비책 마련을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정 위원장이 강조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방안’과 대동소이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정 위원장이 국무총리로 재임 중이던 지난 2010년 당시의 ‘세종시 원안 처리 문제’를 둘러싼 ‘앙금’만 해소하면 힘을 합칠 수 있다는 관측이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세종시 앙금이 풀리기도 전에 지난해 12월15일 정 위원장이 박 위원장에게 “화려한 생일잔치를 기다리는 철부지 처녀”라고 공격해 ‘감정의 골’이 더욱더 깊어졌기 때문이다.

사실상 박 위원장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독자노선을 가겠다는 의중으로 풀이됐다.

정 위원장은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이 주도한 국민생각의 대선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국민생각은 새누리당과 별도로 보수세력 결집을 꾀해 총선에서 최소 30석 이상을 획득한 뒤 대선에서 박 위원장과 맞대결 할 전략의 카드로 정 위원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양쪽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는 정 위원장은 박근혜 대항마로서 손색이 없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정 위원장도 임 전 실장과 마찬가지로 이번 총선 출마를 포기하며 공천신청을 하지 않아 대권을 위해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초반 대세론자
대통령 안 돼?

이렇듯 총선과 대선을 코앞에 두고 4년을 꾸준히 이어온 대세론이 흔들리며 ‘대안론’에 직면한 박근혜 위원장. 그는 ‘최근 대선에서 초반 대세론을 이어온 인물이 대선에서 승리한 적이 없었다’는 신소리까지 더해지며 ‘박근혜로는 안 된다’는 물밑여론에 직면한 상태다.

물밑에서 제기되고 있는 ‘박근혜 대안론’의 실체는 총선이 지난 후에 본격화 될 것으로 여겨져 총선 후 대선구도가 점점 흥미를 더해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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