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와 악어새’ 재벌총수-조폭두목 비화 대공개

2011.11.14 09:35:00 호수 0호

대기업 회장 회칼 맞을 뻔 했다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겁 없이 설치는 조폭들이 극성인 가운데 재계와 주먹계에 총수-조폭간 비화들이 회자되고 있다. 조폭들은 돈을 따라 움직인다. 돈 하면 재벌 총수. 그러기에 총수와 조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총수와 조폭이 엮인 사건들과 그동안 드러나지 않은 비하인드 스토리를 통해 그들만의 애증관계를 들여다봤다.

‘돈으로 엮인’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 관계
오너 관련 폭행 사건에 십중팔구 ‘형님’연루


2007년. 그해 내내 대한민국을 뒤흔든 사건이 일어났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 폭행’사건이다. 김 회장은 강남의 한 술집에서 차남이 폭행당한 데 격분해 자신의 아들을 때린 북창동 술집 종업원 등을 찾아 폭행했다.

당시 조폭도 동원됐었다. 사건에 주도적으로 관여한 사람은 ‘맘보파’두목 오모씨. 오씨는 1980년대 김태촌이 두목인 ‘서방파’의 계보를 잇는 ‘범서방파’의 부두목급 출신으로, 일부 조직원과 목포지역 조폭을 규합한 ‘맘보파’를 구성해 ‘범서방파’의 방계조직 두목으로 활동한 거물급 조폭이다.

“정치인보다 재벌이
더 조폭과 가깝다”



김 회장은 한화 관계자의 호출을 받고 달려 나온 오씨를 앞세워 복수극에 나섰다. 오씨는 ‘보복폭행’당일 피해자들을 찾아주고, 부하 20여명을 폭행현장에 동원했다. 그리고 그 대가로 3∼4차례에 걸쳐 2억8000여만원을 받았다. 오씨는 경찰이 수사에 나서자 해외로 도피했다가 입국해 구속, 징역 1년과 추징금 1억4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듬해에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2008년 1월 국내 유명 제화업체 창업주의 아들 이모씨가 폭력을 휘두르다 구속된 것. ‘무법 황태자’는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배신한 동업자를 응징했다.

이씨는 컴퓨터 프로그래머 박모씨에게 기술 개발 명목으로 투자하게 됐고, 돈을 떼이자 대구지역 조폭 2명을 고용해 박씨를 무차별 폭행했다. 이들은 박씨의 무릎을 꿇게 한 뒤 청테이프로 손과 눈을 감고 각목으로 때렸다.

커다란 고무통에 물을 담아 머리를 넣었다 빼는 물고문을 가하기도 했다. 아내와 유치원생 아들 모습을 촬영한 사진을 보여주며 “가족이 어떻게 될지 잘 생각해보라”고 협박까지 했다. 이씨 일당은 갈비뼈가 부러지는 등 전치 5주의 상해를 입은 박씨의 신고로 결국 덜미가 잡혔다.

최근 큰 이슈가 되고 있는 ‘피죤 폭행’사건에도 조폭이 연루돼 있다. 이은욱 전 피죤 사장은 지난 9월 자신의 집 앞에서 괴한들에게 피습을 당했다. 회사와 각을 세우고 있는 이 전 사장을 혼내주기 위한 이윤재 피죤 회장의 계획이었다.

이 회장은 김모 피죤 이사를 통해 광주 ‘무등산파’행동대원 오모씨 등 조폭 3명에게 3억원을 주고 이 전 사장을 폭행하도록 지시했다. 또 나중에 이들의 도피도 도왔다. 이 회장은 청부폭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앞서 ‘무등산파’조직원들은 구속됐으며, 행동대장 오씨는 도피해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무등산파’는 ‘OB동재파’두목 이동재의 수하들이 결성한 조직이다. 이동재는 광주에서 상경해 ‘OB동재파’를 결성한 뒤 조양은의 ‘양은이파’와 피의 전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피습을 당해 불구가 됐는데, 이후 이동재가 지하세계에서 은퇴하자 ‘OB동재파’의 부두목과 행동대장, 조직원들은 광주로 낙향해 다시 ‘무등산파’를 재건했다.

총수와 조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폭들은 돈을 따라 움직이고, 돈 하면 재벌 총수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총수들은 힘이 필요하고, 조폭들은 돈이 필요한 ‘악어와 악어새’관계가 성립하는 셈이다. 총수가 관련된 폭행 사건에 조폭들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전직 한 조폭은 “재벌과 조폭은 서로 돕고 도와주는 상부상조의 관계로 보면 된다. 어찌 보면 정치인보다 재벌이 더 조폭과 가깝다”며 “재벌은 돈이 있고, 조폭은 돈을 따라간다. 반대로 조폭은 힘이 있고, 재벌은 힘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당연히 유착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모 그룹 오너 A회장은 조폭들을 동원해 청부폭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피해자 이모씨는 A회장의 험담을 하고 다니자 자신의 입을 막기 위해 A회장의 사주를 받은 조폭들에게 수차례에 걸쳐 집단 구타와 협박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씨가 지목한 폭력조직은 전국적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파. 이 조직 두목급 조모씨가 폭행을 주도했다는 게 이씨의 전언이다. 만약 이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조폭 영화 또는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한마디로 기가 막힌 사건이다. 이씨는 수사 당국에 여러 차례 조사를 의뢰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파’행동대원 1명만 벌금형 처벌을 내린 약식기소 선에서 수사가 마무리됐다.

조직 스폰서설 돌아
제주는 ‘조폭 천국’

이 행동대원은 법원의 판결 후 곧바로 해외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가 폭력 사건 배후로 지목한 A회장에 대한 조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모 기업 B회장은 ‘△△△파’단골 고객이다. 주주총회가 열릴 때마다 거액을 주고 이 폭력조직을 고용하고 있다. 소액주주들로부터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서다. 이 회사는 B회장의 지분과 다른 주주들의 지분이 비슷해 주총만 열리면 큰 소동이 벌어진다.

지난해에도 그랬다. 어김없이 검은 정장의 ‘형님’들이 주총장을 막아섰고, 이를 뚫으려는 주주들간 몸싸움이 일어났다. 경찰은 ‘△△△파’행동대장 등 조직원 수십명을 검거했지만, 올해 열린 주총엔 또 다른 폭력조직이 등장했다. B회장이 다른 조직과 손을 잡은 것이다.

‘△△△파’와 라이벌 관계인 이 조직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족보’에도 없던 군소 조직이었다. 하지만 ‘△△△파’가 와해된 사이 돈 되는 일들을 독점하면서 사세를 확장해 지금은 조직원이 수백명에 이르는 거대 조직으로 성장했다. 일각에선 B회장이 조직의 스폰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제주도에선 조폭들이 물을 만났다. 각종 개발사업이 한창인 데다 카지노가 속속 들어서면서 러브콜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그만큼 조직간 밥그릇 싸움도 치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골 조직’ 와해되자 다른 조직과 손잡아
‘회장실 피습’ 사건 회자 잘 지내다 등 돌리기도


최근 한 특급 호텔의 카지노 영업권을 둘러싼 이권다툼이 대표적이다. 전·현직 경영진이 각각 폭력조직을 고용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기존 경영진과 새로운 경영진의 마찰이 폭력사태로 비화된 것이다. 급기야 두 조직의 행동대원 수십명이 뒤엉키는 집단 난투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청 조직폭력배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제주엔 유탁파, 산지파, 땅벌파 등 3개 조직에 133명의 조직원이 있다. 지역별로는 조직수와 조직원수가 전국에서 가장 적지만, 시민 1인당 조폭수로 따지면 0.00023명으로 전국 평균(0.00011명)의 2배가 넘는다.

항상 조폭이 총수의 앞잡이 노릇만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론 갈등을 빚기도 하고, 때론 배신을 하기도 한다. 심지어 조폭이 총수를 협박하는 아찔한 상황까지 연출된다.

재벌 총수와 조폭 두목간 비화들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비하인드 스토리는 ‘회장실 피습’사건이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꽤 유명한 레저 재벌인 C회장은 몇년 전 강남에 호텔을 지었다. 그는 건축 당시 호텔 지하에 대형 나이트클럽을 오픈해 직접 운영하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이를 노린 폭력조직 ‘□□파’와 ‘◇◇파’가 맞붙었다. 모두 강남에서 활동 중인 두 조직이 나이트클럽 운영권을 놓고 충돌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칼부림 등의 유혈 난투극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전쟁에서 이긴 ‘□□파’조직원 수십명은 C회장을 찾아가 회칼을 들이대며 “운영권을 넘기라”고 협박했다. 한동안 밤잠을 이루지 못한 C회장은 아예 나이트클럽 생각을 접었고, 대신 ‘□□파’부두목급을 호텔 ‘바지 간부’로 채용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또 나이트클럽 자리에 초대형 룸살롱을 차려놓고 관리를 ‘□□파’에 맡겼다.

“운영권 넘겨라”
칼 들이대고 협박

그런데 이런 우여곡절을 겪은 C회장의 호텔에 최근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파’부두목 자리에 전쟁에서 무릎을 꿇은 ‘◇◇파’두목이 앉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C회장이 신변에 위협을 받았다는 소문과 ‘◇◇파’의 호텔 접수설, 나이트클럽 재개설 등이 호텔 업계에 나돌고 있다.

한때 호형호제할 만큼 잘 지내다 등을 돌린 총수와 조폭도 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오너인 D회장은 전국구급 거대 조직을 거느린 한 조폭 두목과 각별한 사이였다. 하지만 사소한 오해로 둘은 원수지간이 됐다.

D회장은 이 조폭이 동종업계의 다른 재벌 총수와 더 가깝게 지내자 뭔가 꿍꿍이가 있다고 판단해 ‘작업’에 나섰다. 검찰에 줄을 대 조폭을 구속시킨 것이다. 이 조폭은 출소 후 D회장을 찾아가 “다시는 오해할 짓을 하지 않겠다”며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빌었다는 후문이다. 주먹계엔 “조폭이 D회장 일가를 협박해 수억원을 갈취했다”는 소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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