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정조준 ‘세종 스캔들’ 파장

2008.11.25 10:15:30 호수 0호

‘사정 폭탄’돌고돌아 결국 봉하 투하?

변죽만 울리고 있는 검찰의 저인망식 수사에 ‘세종 스캔들’이 걸려들었다. 이 검은 고리는 세종증권에서 농협을 타고 참여정부로 연결될 조짐이다. 결국 검찰의 칼끝이 친노계를 정조준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최근 다시 떠오른 휴켐스 헐값 매각 등 비슷한 시기에 일어난 농협을 둘러싼 각종 의혹도 검찰이 병행 수사하면서 ‘전 정권 사정 시나리오’가 제대로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여기저기를 쑤시던 검찰이 표적에 바짝 다가선 기류마저 감지된다. 과연 이들 두 사건이 참여정부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

검찰이 지난 20일 김형진 전 세종증권 회장을 전격 체포했다. 김 전 회장이 대표로 있는 세종캐피탈이 2005년∼2006년 제조업체인 상장회사 H사의 주가를 조작한 의혹을 캐기 위해서다.
2005년 10월 H사의 주식 308만주(14.7%)를 매수해 2대주주로 올라선 김 전 회장은 주가조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앞서 세종캐피탈과 대부업체 5∼6곳 등을 압수수색해 김 전 회장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이 정작 예의주시하는 부분은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김 전 회장의 비자금 조성과 정·관계 로비 의혹이다.

세종증권은 2006년 1월 농협에 인수됐다. 농협은 세종증권의 지주회사격인 세종캐피탈이 보유한 세종증권 지분 1160만주(47.6%)를 주당 8910원, 총 1039억원에 사들였다. 농협은 이후 세종증권에서 NH투자증권으로 이름을 교체했다.
거액의 비자금과 로비 의혹이 제기된 것도 이때부터다. 세종증권은 NH투자증권으로 이름이 바뀌면서 주가가 무려 10배 이상 폭등했고, 김 전 회장은 그만큼 거액을 챙길 수 있었다. 실제 2001년 1월 2000원 정도였던 세종증권의 주가는 농협 인수 직전 2만원대로 뛰었다.
이 무렵 증권가에선 NH투자증권의 주가가 오른 배경에 참여정부 인사들이 연루, 이익금을 분배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에 개입한 뒤 내부정보를 이용해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내용이다. 호남 출신인 김 전 회장은 김대중 정부 시절 실세 정치인 K씨, 노무현 정부의 실세였던 C씨 등과 가깝게 지냈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당시 농협 회장은 서울 양재동 하나로마트 부지 매각과 관련해 현대·기아차그룹으로부터 3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2006년 5월 검찰에 구속 기소돼 징역 5년형을 선고받은 정대근씨다. 검찰은 최근 참여정부 인사들의 개입 여부를 수사하기 위해 복역 중인 정씨를 소환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도 노 전 대통령은 물론 참여정부 인사들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정씨는 지난 정권 5년 내내 참여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정부에서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받고 있다는 의심을 받아왔다. 검찰은 정씨의 금품수수 수사 당시 정치권 인사들의 연루 정황을 추적했으나 실패로 끝났다.
뿐만 아니다. 전 정권을 향한 검찰의 예리한 칼끝은 또 있다. 바로 휴켐스 헐값 매각 의혹 수사다. 이 사건 역시 농협을 통해 전 정권 인사들을 정조준하고 있는 형국이다.
검찰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농협의 자회사였던 휴켐스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농협이 태광실업에 정밀화학업체인 휴켐스를 300억원이나 할인된 가격으로 매각했다는 정황이다.
농협은 2006년 6월 휴켐스 주식 46%를 1777억원에 태광실업에 넘기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이후 두 차례에 걸쳐 각각 177억원과 127억원씩 금액을 낮춘 바 있다.

농협 세종증권 인수과정 전 정권 인사 개입 수사
‘김형진 게이트’추적… 휴켐스 의혹도 병행 조사

박 회장도 빼놓을 수 없는 노 전 대통령 측근 중 측근으로 꼽힌다. ‘노의 남자’란 별칭이 따라붙을 정도다. 부산·경남 지역에서 거물급으로 통하는 박 회장은 참여정부 출범 이후 노 전 대통령 일가와 경남 김해 같은 마을에 살면서 예전부터 알고 지낸 남다른 인연으로 관심을 모으기 시작했다.
2002년 대선에서 노 전 대통령이 당선되자 지역에선 “박연차 인생도 고속도로처럼 뻥 뚫렸다”는 말이 회자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살고 있는 봉하마을 부지도 박 회장의 측근이 노 전 대통령의 형인 건평씨에게 판 땅이다.
박 회장은 이미 검찰과 ‘대협공’을 펼치고 있는 국세청의 세무조사 과정에서 계열사의 횡령 및 탈세 혐의가 일부 확인돼 출국금지된 상태다. 특히 박 회장은 농협이 세종증권을 인수한 시점을 전후해 지인 명의로 세종증권의 주식을 사고팔아 거액의 차익을 거둔 혐의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이 두 사건 모두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지휘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선이 쏠린다. 검찰의 수사가 전 정권에 대한 사정 작업으로 비춰지는 대목이다.
대검 중수부는 주로 정치인 등 고위층 관련 대형 비리 사건을 수사하는 부서다. 주요 수사 내용을 검찰총장에게 수시로 직보할 정도로 막강 파워를 자랑하는 중수부는 정권 교체 이후 김대중 정부에서 노무현 정부까지 지난 10년 동안 불거진 각종 비리와 특혜 의혹 정보를 다시 꺼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친노 인사 ‘표적 사정설’에 대해 “우연일 뿐”이라고 딱 잡아떼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특정 인물을 겨냥한 표적 수사가 아니다”라며 “전 정권 인사들의 연루 부분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참여정부를 향한 검찰의 수사가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검찰은 작은 티끌도 끝까지 물고 늘어질 태세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검찰은 전체적으로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재계에 사정없이 휘몰아치고 있는 ‘검풍’이 어떤 방식으로, 누구를 타깃으로 ‘세종 스캔들’을 터뜨릴지 주목된다.


김형진 전 세종증권 회장은?
사채시장서 잔뼈 굵었다!

1958년 전남 장흥 출신인 김형진 전 세종증권 회장의 전직은 사채업자다. 1982년 H캐피탈을 설립하면서 제3금융권에 뛰어들어 1998년 세종기술투자란 창업투자회사를 세운 뒤 이듬해 부도 위기에 몰린 동아증권을 인수해 세종증권(현 NH증권)으로 키운 뒤 2006년 1월 농협에 매각했다.
IMF 사태 직후 자금난에 빠진 기업들의 회사채 1조7000억원어치를 정부 허가 없이 사고팔아 417억원의 차익을 얻은 혐의로 1999년 구속기소되기도 했다.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2002년 항소심에선 벌금 4500만원에 형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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