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15년 만에 귀환’한 유희영

2018.10.22 10:36:03 호수 1189호

색면에 담긴 사색의 경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양화가 유희영이 갤러리현대서 개인전 ‘유희영의 색면추상’을 개최한다. 2003년 개인전 이후 국내서 15년 만에 열리는 전시다. 이번 전시서 유희영은 색면추상회화 작품 20여점을 소개한다.
 



유희영은 1980년대부터 비정형 추상의 외길을 걸어왔다. 몇 개의 수직 띠로 화면을 분할하고 그 안에 하나 또는 두 개의 색을 도포하는 색면추상화를 추구했다. 유희영의 화면은 한 치의 오차를 허용하지 않고 정확한 구도로 틀이 잡혀 있다. 그 공간 위에 몇 개의 정제된 색조가 내려앉아 있지만 이 색조는 색의 대비를 취하기보다는 동색조로 조화를 이룬다.

색의 조화

최근에 와서는 기존 필선들은 숨기고 오로지 순연한 색면만 두드러졌다. 오로지 몇 개의 수직 띠에 의해 화면이 나눠진다. 반복되는 수직의 띠로 조성된 좌우 대칭과 사선에 의해 만들어진 균형은 존재감을 드러낸다.

분명한 대칭의 화면 분할은 살아있는 존재를 인식하게끔 한다. 수직 띠는 화면을 분할하는 동시에 끝없는 색면의 확대를 일정하게 제어한다.

유희영은 절제된 형태와 구성미 안에서 색채를 사용한다. 핑크, 바이올렛, 그린, 블루 계통의 색채는 모두 여러 색을 배합한 결과다. 어느 색을 더 넣고 빼느냐에 따라 미묘한 차이를 드러낸다.


유희영은 색의 본연 그 자체가 얼마만큼 작품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지 관람객들에게 일깨운다. 색을 하나의 매개체로 삼으면서 어떠한 정신의 실체로서 투명한 공간감을 얻는다.

2003년 이후 첫 개인전
색면추상화 20여점 소개

유희영의 초기 작업은 새로운 조형언어를 탐구하는 시기였다. 빠른 필획의 움직임과 분할된 색면을 한 화면에 배치시켜 역동적인 운동감을 꾀했다. 이후 1980년대 작업에서는 초기에 선보였던 자유분방한 운필의 사용이 점차 줄었다.

대신 색채의 변화와 밀도에 대해 연구하며 수직과 수평으로 이뤄진 면이 중점적으로 부각됐다. 또 기하학적인 도형과 함께 순도 높은 색채가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유희영이 생각하는 추상은 심상의 세계를 자신만의 표현방법으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앵포르멜의 영향을 받아 1980년부터 시작한 그의 서정적 추상작업은 피카소의 청색시대로부터 영감을 받아 코발트 블루, 프러시안 블루 등 다양한 청색으로 이뤄졌다.

이후 1980년대 후반부터 유희영은 스스로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붉은 계열의 색채를 사용하기 시작한다.

역동적 운동감에서
서정적 추상작업으로

2000년대 작업에서는 기하학적 구성에 대한 조형적인 탐구와 조색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1991년부터 충청북도 옥천의 새로운 작업실서 작품활동을 시작한 유희영은 자연 속에서의 사색의 경험들을 색면추상으로 녹여내고자 했다.

그의 작품은 구성적인 아름다움을 초월한 내면의 본질을 관찰한다. 또 오로지 색채를 통해 이미지를 표현한다. 회화 형식의 논리 또한 색채로 드러난다.

정확하게 구획된 형태의 작업들은 그가 작품 활동을 시작한 초기부터 끊임없이 탐구했던 조형적인 특징을 극대화했다. 물성 그 자체를 시각화하는 것을 넘어 작품 그 자체로 독특한 아우라를 발산하는 것이다.
 


유희영의 작품 세계는 명상과 회화 사이에 놓여있다. 이 두 가지는 상호 보완적 관계 안에 존재한다. 명상 없이는 그림이 안 되고 수단 없이는 명상도 불가능하다는 뜻을 색면과 선을 통해 보여준다.

사유와 성찰

갤러리현대 관계자는 “유희영의 색면은 ‘우리가 보는 것이 우리가 보는 것만은 아니다’라는 확신을 준다. 모더니즘의 요구를 충족시키면서도 단순한 장식물이 아니라는 것을, 화면 형식 속에 하나의 주제를 담아내는 장치로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떤 구체적인 이미지를 그리기보다는 사유와 성찰을 바탕으로 자신의 조형세계를 탐색하는 작가, 유희영이 선보이는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에게도 사유의 공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다음달 4일까지.


<jsjang@ilyosisa.co.kr>

 

[유희영은?]

1940년 충청남도 한산 출생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1962)
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현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명예교수

▲개인전

현대화랑, 서울(2018)
월터 위카이저 갤러리, 뉴욕, 미국(2006)
갤러리현대, 서울(2003)
코리아아트 갤러리, 부산(2003) 외 다수


▲수상

제48회 5·16 민족상 예술부문(2013)
대한민국 미술인상(2009)
3·1문화상(2008)
황조근정 훈장(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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