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국 대변인 이정현 자서전 엿보니~

2011.11.01 09:35:00 호수 0호

박근혜 진솔한 뒷모습 담은 ‘진심이면 통합니다’

[일요시사=이주현 기자]‘박근혜의 입’으로 통하는 이정현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달 23일 <호박국 대변인 촌놈 이정현의 이야기: 진심이면 통합니다>라는 자전적 에세이를 펴내고 27일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책 제목의 <호박국 대변인>이란 ‘호남 대변, 박근혜의 약속과 신뢰정치 대변, 국민-특히 비주류 대변’이라는 뜻이라고 밝힌 이 의원은 늘 언론에 소개될 때 ‘박근혜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이라는 수식어가 달린다. 한나라당 최초 호남 국회의원을 향한 열정과 그가 바라봐온 ‘박근혜 정치’에 대한 생각, 그리고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박 전 대표의 면모를 소개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박근혜, 즐겨 쓰는 전라도 사투리 ‘아이고 어째야 쓰까잉~’
“다른 데 가라고 하면 정치 안하겠다” 박근혜 마음 움직여


지난 2004년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광주에서 출마해 전체 유권자 대비 0.7%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고배를 마신 이 의원은 2008년 한나라당 비례대표의원이 됐다.

이 의원은 “한나라당 최초의 호남 지역구의원이 되겠다”며 내년 4월 총선에서 광주 서구을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하고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특히 박 전 대표의 차기 대선 승리를 염원하는 최측근 인사로서 박 전 대표의 호남 지지세 확산에 ‘밀알’이 되겠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박근혜의 ‘입’

박 전 대표와 이 의원의 인연은 탄핵 역풍 직후인 지난 2004년 총선에서 광주에 출마해 고군분투 중인 이 의원에게 박 전 대표가 전화를 걸어 “어려운 곳에서 얼마나 고생이 많으세요”라고 격려하면서 시작됐다.

선거 직후 박 전 대표와의 자리에서 “호남 포기 전략을 포기해 주십시오”라며 수 십분 간 열변을 토했더니 박 전 대표는 “어쩌면 그렇게 말씀을 잘하세요”라며 그를 당 수석 부대변인으로 발탁했다.
 
이후 상근 부대변인, 캠프 언론특보, 대변인, 비례대표를 역임하며 박 전 대표의 ‘입’ 역할을 하게 됐다.

2007년 대선 후보 경선에서 박 전 대표가 패배하자 이 의원은 이명박 후보 쪽으로부터 선대위 고위직 제의를 받고, 김문수 경기지사 쪽으로부터도 정무부지사 자리를 제의받았지만 모두 고사했다.
 
이 후 박 전 대표가 이를 알고 “힘드신데, 그냥 가시지 그랬어요”라며 안타까움을 피력했지만 이 의원은 “다른 데 가라고 하면 정치 안하겠습니다”라고 강경한 모습을 보였고 박 전 대표는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해 두 사람의 돈독한 인연이 시작됐다.

책에서는 박 전 대표의 ‘폭탄주 제조법’ 등 알려지지 않은 일화도 소개됐다.

술을 잘 못하는 박 전 대표지만 가끔 술자리에서 폭탄주를 만들 때 “제가 이공계 출신인 것 다 아시죠. 폭탄주도 이공계식으로 제조해요. 비율뿐만 아니라 따르는 각도도 중요하구요, 제 몸에서 나오는 적외선이 정말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제가 만든 폭탄주가 특별합니다”는 설명을 곁들인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2008년 초 중국 방문 중 동행 기자들과의 ‘호프타임’에 늦자 술자리에서 통상 쓰이는 ‘후래자(後來者) 3배(杯)’라는 말 대신 “후래자 세 모금이라면서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는 에피소드도 실었다.

또 박 전 대표가 ‘애잔한 마음을 어떻게 다 표현할 길이 없을 때’ 손으로 옆 사람을 살짝 치는 척을 하며 코맹맹이 소리로 “아이고, 어째야 쓰까잉” 하고 전라도 사투리를 쓴다고 소개했고 추풍령 휴게소에서 갑작스러운 눈발에 얇은 머플러를 머리에서 턱으로 둘러 ‘성냥팔이 소녀’의 모습을 연출했던 일도 담았다.

또한 박 전 대표는 한 조찬모임에서 어머니인 고(故) 육영수 여사에 대한 시가 낭독돼 행사장이 눈물바다가 됐는데도 끝까지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 의원이 박 전 대표에게 “사진기자들이 눈물 사진 못 찍었다고 불만입니다”라고 말하자 그는 웃으며 “저는 흘릴 눈물이 없나봐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런 박 전 대표도 2007년 큰 병에 걸려 시한부 판정을 받은 한 측근을 문병한 직후에는 눈물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는 양복으로 갈아입고 자신을 맞은 이 측근이 “꼭 큰 지도자가 돼 나라를 바로 세우고 국민을 행복하게 해 달라”고 말할 때에도 눈물을 보이지 않았으나, 병실 문을 나서자마자 벽에 기댄 채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또 미국 하버드대 초청 방미 시 한국전에 참전했다 사망한 하버드대생들의 이름이 새겨진 동판을 봤을 때에도 혼자 교회 안 통로로 걸어가 조용히 눈물을 닦았다.

한번은 “(사람들이) 공주라고 합니다”라고 박 전 대표에게 말하자 그는 “제가 살아온 삶을 있는 그대로 다 말해주고 ‘이래도 대통령 딸로 살고 싶냐’고 물으면 그렇게 살겠다는 사람 한 사람도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이 의원은 전했다.

이 의원은 ‘박근혜 정치’에 대해 “부정부패가 얼씬도 못하는 윗물이 맑은 사회를 이룰 것이고 정치 선진화를 실현해 인치가 아닌 시스템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최초의 지도자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인간 이정현’

‘인간 이정현’도 흥미롭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박정희 대통령에게 마을과 학교에 도서관이 없어 동화책도 못 읽고 전깃불도 없다며 ‘마을 민원’을 제기하는 편지를 써 마을을 발칵 뒤집어 놨다.

대학생 때 ‘정치 좀 똑바로 하라’고 국회의원에게 편지 쓴 것을 계기로 국회의원 비서가 됐고 18대 총선 개표 과정에서 비례대표 당선이 한때 어려울 것으로 보이자 비 오는 거리를 실성한 사람마냥 걸었다는 일화도 공개했다.

평소 “호남 지역구에서 첫 한나라당 의원으로 당선되는 데 모든 것을 걸 것”이라고 공공연히 밝히는 이 의원은 “줄곧 호남을 위해서 한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 턱도 없다. 국회의원 좀 더 해야 겠다”며 “나 버려불라요, 솔찬히 아까울 것인디. 인자 알만 허고, 헐만 허고, 헐 일이 쎄부렀당께 시방”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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