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일곱 번의 봄 여름 가을 겨울

2018.08.27 09:27:24 호수 1181호

이옥남 저 / 양철북 / 1만3000원

이 책은 강원도 양양 송천 마을에 사는 이옥남 할머니가 1987년부터 2018년까지 쓴 일기 가운데 151편을 묶어서 펴낸 것이다. 할머니는 어릴 적 글을 배우지 못했다. 아궁이 앞에 앉아 재 긁어서 ‘가’자 써 보고 ‘나’자 써 본 게 다이다. 하지만 그 기억을 잊지 않고 새겨 두고 있었다. 시집살이 할 적엔 꿈도 못 꾸다가 남편 먼저 보내고 시어머니 보낸 뒤 도라지 캐서 장에 내다 팔고 그 돈으로 공책을 샀다. 글씨 좀 이쁘게 써 볼까 싶어 날마다 글자 연습한다고 쓰기 시작한 일기를 30년 남짓 썼고 지금도 쓰고 있다. 한 사람의 지극한 이야기에서 내 어머니를 만나고, 또 어느 순간에는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 모습을 보게 된다. 사람들은 더 크고 더 좋은 것을 바라며 살아가지만 사실 우리 삶은 일하고, 밥 먹고, 자식 생각하며 그렇게 하루하루 사는 것이지 않을까. 참 평범하지만 소박한 일상이 주는 힘. 더구나 자연 속에서 평생을 한결같이 산 한 사람의 기록이 더할 나위 없이 맑고 깊다. 그 삶이 우리 삶을 위로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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