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피죤 경영권 시나리오 4

2011.10.19 11:10:00 호수 0호

‘포스트 이윤재’ 씨가 말랐다

[일요시사=박민우 기자] 최대 위기를 맞은 피죤 경영권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오너인 이윤재 회장은 ‘청부 폭행’파문으로 당분간 부재가 불가피한 상황. 이에 따라 피죤은 비상체제로 가동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회사 안팎에선 갖가지 추측이 나온다. 이를 종합하면 4가지 시나리오로 압축된다.

‘청부폭행’ 혐의 이 회장 당분간 부재 불가피
“누가 회사 맡나” 경영구도 두고 갖가지 추측


이윤재 피죤 회장은 청부 폭행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달 5일과 13일 두 차례에 걸쳐 김모 피죤 이사(구속)에게 1억5000만원씩 총 3억원을 주고 청부 폭행을 지시한 뒤 폭행에 가담한 폭력배들의 도피를 도왔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또 탈세, 회삿돈 횡령, 비자금 조성, 분식회계 등의 의혹도 받고 있다.

이 사이 회사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피죤은 2009년만 해도 섬유유연제 시장에서 50%에 가까운 점유율로 압도적 1위를 달렸다. 그러나 지금 피죤의 시장점유율은 20%대로 반토막이 났다. 업계 1위는커녕 2위 자리마저 위협받는 신세가 됐다. 더 큰 문제는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당분간 이 회장의 부재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오너경영 고집?]



그렇다면 앞으로 피죤을 누가 맡을까. 현재로선 기존의 오너구도를 이어갈 공산이 크다. 이 회장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후계자 지명을 하지 않았지만, 이미 2세 경영을 구축한 상태다. 주인공은 장녀 이주연 부회장이다.

올해 47세인 이 부회장은 이 회장의 딸이자 ‘경영 파트너’다. 재계에선 드물게 ‘부녀 승계’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이구동성이다.
유력 후계자인 이 부회장은 서강대 영문학과와 메릴랜드 미술대, 뉴욕 퀸스대 대학원 회화과를 나왔다. 10년 가까이 미술 공부를 하다 1996년 디자인 팀장으로 피죤에 입사해 마케팅 실장과 재무·인사·총무를 총괄하는 관리부문장, 부사장 등을 거쳐 2007년 부회장이 됐다.

15.3%의 피죤 지분을 보유 중인 이 부회장은 일본 혼다자동차 딜러십을 갖고 있는 피죤모터스도 직접 경영하고 있다. 물류 자회사 선일로지스틱 지분(26.9%)도 있다. 이 부회장의 남편 하정훈씨도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하씨는 대우경제연구소, 대우증권에서 경력을 쌓은 후 2003년 피죤에 합류했다.

[아들의 반란?]

그동안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던 장남이 급부상할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이 회장은 부인 안금산씨와 사이에 이 부회장 말고도 아들이 한명 더 있다. 바로 이정준씨다.

정준씨는 지분 32.1%가 있는 피죤 대주주다. 또 선일로지스틱 지분 39.4%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언제라도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셈이다. 이 회장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언젠간) 아들이 경영에 합류해 큰 힘이 되길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정작 정준씨는 회사 경영에 뜻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준씨는 연세대 경제학과를 나와 미국 스탠퍼드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미국 메릴랜드 주립대에서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더욱이 정준씨는 이 회장과 각을 세우고 있다. 정준씨는 지난 5월 “배당금을 받지 못했다”며 피죤과 이 회장 등을 상대로 배당금 지급명령 신청을 법원에 냈고, 이에 이 회장 측이 이의를 제기했다. 아들과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는 이 회장은 “아들 주식은 내가 명의신탁한 것이기 때문에 배당금을 줄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CEO 체제 전환?]

전문경영인(CEO) 체제 전환도 거론된다. 이 회장이 극도로 나빠진 여론을 감안해 CEO를 경영전면에 내세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회장의 장기 부재시 회사 내에서 이 회장의 신임을 받고 있는 임원들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하지만 당장 이 회장을 대신할 CEO가 피죤에 없는 상태. 그동안 업계에 ‘CEO의 무덤’이란 말이 나돌 정도로 이직률이 높았던 탓이다. 실제 2007년 이후 피죤에 몸담은 임원들의 평균 재직기간이 5개월이 안 된다. 일부는 입사한 지 한달 만에 나가기도 했다. 외부 수혈도 가능하지만, 현 상황에선 만신창이 회사에 누가 들어오겠냐는 비관론이 만만치 않다.

피죤엔 현재 대표이사가 없다. 등기직도 이 회장 일가가 장악하고 있다. 이 회장은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안씨와 이 부회장은 각각 감사와 사내이사로 있다. 이사진에서 눈에 띄는 외부인은 단 한 명밖에 없다. 창업 멤버인 김달영씨가 이사로 등재돼 있지만, 올해 76세로 고령인데다 2000년 부회장으로 퇴사한지 오래다.


[이대로 매각?]

업계에선 매각설도 끊이지 않고 있다. 2009년까지 매출이 지속적으로 늘어난 피죤은 지난해 성장세가 꺾였다. 전년(1654억원) 대비 13.1% 감소한 143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009년 119억원에서 지난해 58억원으로 반토막 났고, 순이익도 62억원에서 15억원으로 폭삭 주저앉았다. 지난해 단기 차입금은 284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60%나 급증하며 부채비율이 80%에서 104%로 껑충 뛰었다.

사정이 이렇자 피죤 매각설이 올초부터 지속적으로 시장에서 흘러나왔다. 이 회장은 지난 7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매각설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이 회장은 “꿈에도 피죤을 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낭설 중에 낭설”이라며 “과거에도 여러 외국기업에서 수차례 매각 제의를 받은 적이 있지만 결코 맘이 흔들린 적이 없다. 지금도 이같은 마음은 변화가 없다”고 일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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