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net세상> ‘광주인화학교 성폭력사건’ 법원 판결 논란

2011.10.05 11:20:00 호수 0호

대한민국은 지금 ‘분노의 도가니’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으어어…’ 집행유예로 석방되는 그들의 가벼운 형량이 수화로 통역되는 순간 법정은 청각장애인들이 알 수 없는 소리로 울부짖음으로 가득 찼다.” 공지영 작가가 광주인화학교 사건을 소설로 구상하게 된 것은 기사 한 줄 때문이었다. 한 청각장애인학교에서 일어난 충격적인 성폭력사건. 이 실화는 장편소설로, 소설은 다시 영화로 재탄생 됐다. 특히 영화가 흥행돌풍을 일으키면서 그동안 잊혔던 사건이 재조명되고 장애인 시설의 비리와 성폭행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등에 대한 공분이 사회 전반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또 사건의 가해자들이 대부분 법적 처벌을 받지 않고 지금도 교단에 선다는 놀라운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시 법원의 판결도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솜방망이 처벌이다’와 ‘형이 작긴 하지만 처벌은 처벌이다’라는 찬반여론이 인터넷 여론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죄질에 비해 형량 너무 가벼워…치욕스런 법치국가 현주소”
“사법부는 법에 따라 판결할 수밖에…중요한 것은 법 개정”



지난달 22일 개봉한 영화 <도가니>가 개봉 후 5일 만에 100만 관객을 넘어서며 전국을 분노의 도가니로 만들고 있다. 인화학교 성폭행사건은 지난 2000년부터 2005년까지 광주 광산구의 청각장애 특수학교인 인화학교에서 교장 등 교직원 여러명이 장애를 가진 학생들을 성폭행한 사건이다. 법조계의 가벼운 처벌과 사회의 무관심으로 인해 잊혀졌던 사건은 지난 2009년 공지영 작가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 <도가니>를 출간하고, 영화화 되면서 다시 사회적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학교 이사진의 아동 성폭행, 법관의 전관예우, 검사의 비리 등 우리 사회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 성폭행사건을 재조사하라는 요구가 온라인상에서 빗발치는가 하면 솜방망이 판결을 한 법원을 성토하는 네티즌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사건마다 고무줄 판결?

청각장애인 특수학교인 인화학교 학생들에 대한 성폭행 가해자는 전 교장 김씨, 행정실장 김씨, 전 보육교사 박·이씨, 전 교사 전씨 등 모두 6명이다. 설립자 가족과 인척이 학교 요직을 장악해 범죄는 계속 은폐됐으나 지난 2005년 6월 한 교직원이 성폭력상담소에 신고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2008년 1월 1심 재판에서 4명이 징역 6개월~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전모 교사는 공소기각 판결이 났다. 하지만 그해 7월 2심에선 피해자 측과의 합의로 고소가 취하됐고, 김 교장과 박 교사는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결국 실형 2명, 집행유예 2명, 공소기각과 불기소 2명이라는 솜방망이 처벌로 끝난 것이다.

아이디 park***는 “아이들을 상대로 그런 못쓸 짓 저지른 인간들에게 집행유예를 내려준다면 제2. 제3의 인화학교가 나오지 마라는 보장은 누가 해주냐”며 “무조건 돈 많고 권력 있는 사람이 최고인 나라. 장애인 인권은 땅에 처박혔고 권력 있고 돈 많은 놈들은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면죄부를 내어주는 이 나라는 후진국 중에서도 후진국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아이디 sldkf***는 “충격적인 실화를 다룬 영화를 보고 더 놀라웠던 건 나라 기관이라고 해서 믿을 게 못 된다는 현실이었다”며 “만인 앞에서 평등해야 할 법을 고위직이나 고위 관료 눈치를 보아가며 편파 판결을 내린 그 저속한 속내에 한번 더 경악해야 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그는 “죄질에 비해 형량이 터무니없다”며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와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 충격적인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피해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가해자들의 재수사가 이루어져 죄에 상응하는 엄중처벌이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아이디 jsb5***도 “검찰?법원에서도 법률적 하자 없는 판결이라고 하는데 인권을 무참하게 유린하는 횡포다”며 “어린 장애학생들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는데도 합의했다는 이유만으로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처럼 누리꾼들 사이에서 판결논란이 커지자 당시 형사사건 항소심 재판장이었던 이한주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지난달 27일 “죄질이 매우 나쁘지만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해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밖에 없었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그는 “인화학교 교장이 받은 혐의는 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청소년 강간죄인데 이는 피해자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에 해당했다”며 “항소심 중에 피해자가 고소를 취소했기 때문에 고소의 효력이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다른 사건과 형평 등을 고려해 양형에서는 이를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몇몇 네티즌들은 이 같은 의견을 지지했다. 아이디 thin***는 “한국 양형의 구조적 문제이기에 판사를 욕하는 건 화풀이밖에 안된다고 본다”며 “잘못된 법을 좋은 법으로 바꾸는 게 중요한데, 좋은 법은 법을 바꿀 수 있는 자들(권력, 힘을 가진 자들, 부자들)이 싫어하기 때문에 현실은 불가능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사회 무관심이 더 큰 죄

또 다른 아이디 ime***는 “합의가 되었는데 어떻게 실형을 선고할 수 있나? 법의 한계가 그렇다는데… 판사도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었을 듯하다”며 “판사 탓을 하기 전에 우리 법이 잘못된 것에 먼저 분노하는 게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우리의 무관심이 이러한 도가니를 만들어 내고 앞으로 더 큰 도가니가 생길지 모른다는 의견도 있었다. 아이디 emotion***는 “분노만 쏟아내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며 “법과 제도를 바꾸는 곳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지 않으면 언젠가 우리도 도가니 안에 갇힐지 모른다. 어쩌면 이미 도가니 안일지도…”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