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빠진 경찰 신바람 난 피의자

2011.09.19 09:13:38 호수 0호

‘호랑이’ 풀어주고 ‘토끼’ 잡아넣고

‘불구속’ 피의자 구속, ‘구속’ 피의자 석방  
“성이 같고 나이 비슷해 착각했다” 변명
 
얼빠진 경찰이 또 한 번 사고를 쳐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석방해야 할 피의자는 구속하고 구속해야 할 피의자는 풀어주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른 것.

경찰은 취객을 노려 금품을 훔치는 이른바 ‘부축빼기’로 적발된 피의자 2명을 입건시키며 이 둘의 경중을 가려 구속과 불구속으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실수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실수를 바로 알아채고 즉각 석방됐던 피의자의 소재지와 신병을 확인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추석 연휴 기간 구속영장실질심사가 이뤄지지 않는 바람에 사건 발생 만 6일 만에야 피의자를 구속시켰다. 만약 석방된 범인이 흉악범이었더라면 또 다른 흉악범죄가 발생할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경찰과 검찰에 따르면 서울 종로경찰서는 지난 8일 오전 2시쯤 서울 종로구 종로1가 종각역 근처에서 술에 취해 쓰러져 있는 40대 남성에게 접근, ‘부축빼기’를 해 50만원 상당의 스마트폰을 훔친 혐의(절도)로 A(33)씨와 같은 성씨를 가진 B(31)씨를 체포, 유치장에 수감했다.

이에 경찰은 같은 날 이들 중 동종 전과를 포함해 전과 8범인 A씨에 대해선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B씨에 대해서는 “범죄 가담성이 경미하다”는 등의 이유로 ‘불구속 입건’ 처리할 것을 요청하며 서울중앙지검에 수사지휘 건의서를 보냈다.

문제는 당일 오후 발생했다. 검찰은 경찰의 의견에 동의하면서 같은 내용으로 수사지휘서를 내려 보냈다. 그러나 검찰 지휘 내용을 팩스로 받아 본 당직형사가 성씨가 같고 나이가 비슷한 두 사람의 이름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구속 대상인 A씨를 B씨로 착각해 석방한 것이다.

잘못된 석방은 다음 날 A씨의 영장실질심사 확인 과정에서 드러났다. 경찰은 서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A씨가 이미 사라진 사실을 깨닫고 ‘미체포 피의자 사전영장’을 신청한 뒤 이날 오전 11시쯤 지하철 서울역 근처에서 배회하고 있는 A씨를 찾아냈다.

하지만 당시 추석 연휴로 인해 영장실질심사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A씨는 14일 오후 경찰에 의해 구속됐다. 8일 구속됐어야 할 사람이 무려 6일이나 지난 14일에야 구속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당직 형사가 구속돼야 할 사람을 혼동해 김씨를 ‘불구속 처리하라’는 뜻으로 잘못 읽어 문제가 발생했다”고 구차한 변명을 늘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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