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대표들의 무덤론’ 제기되는 까닭

2011.09.07 06:25:00 호수 0호

‘홍반장-손학새’ 둘 중 하나는 ‘곡소리’난다

[일요시사=이주현 기자]여야 지도부가 뜻밖의 ‘10·26 사태’(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맞게 됐다. 당 대표들에게 재보선은 승패에 따라 입지를 다지는 ‘무대’가 될 수도, 사퇴 압박 등 타격을 입는 ‘무덤’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시절 재·보선에서 연패하면서 한때 당 대표의 평균 재임기간은 4개월 반에 불과했을 정도로 재보선은 대표들의 무덤으로 통했다. 따라서 홍준표, 손학규 대표에게 이번 재보선은 아주 중요한 심판의 장이 될 전망이다.

정기국회 후 내년 총선체제로 돌입해 ‘차차기’ 노리려했던 홍준표 
12월 전대, 우호적 인물 당선시키고 대권행보 가속화하려던 손학규

정기국회 개회 후 곧장 총선체제로 돌입해 배수의 진을 칠 예정이던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물론, 오는 12월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자신과 우호적인 인물을 대표로 당선시키고 야권단일후보로서의 입지를 굳히려던 손학규 민주당 대표에게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날벼락 같은 돌발 변수가 아닐 수 없다.

선거 결과에 따라 둘 중 하나는 정치생명에 결정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여 사상 초유의 사활을 건 치열한 보궐선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홍반장’ 대표 취임
4달 만에 조기교체?
 
홍 대표는 선거 패배 시 당장 조기 교체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대표를 맡은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은 홍 대표는 ‘홍준표식 공천’을 통해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고 안정적인 ‘차차기’구도를 노리다 크나큰 시험대에 섰다.

승리로 이끌시 당내 입지는 더욱더 확고해 질 것이지만, 패배 시 지도력에 의문을 제기하며 사퇴압박이 불 보듯 훤하기 때문이다.

홍 대표 측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우선 대전제는 ‘이기는 후보’를 찾는 것이다. 홍 대표는 “친이·친박 구도는 생각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다만 지난달 27일 “보수의 상징이 되는 인사를 서울시장 후보로 내세워야 한다”고 뜻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정두언 여의도연구소장을 축으로 한 쇄신파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친이·친박 구도를 생각하지 않겠다는 홍 대표지만 당내 고질적 갈등인 이를 배제할 수만은 없어 보인다. 친이계 후보를 내세울 경우 박 전 대표의 선거지원은 물거품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당시 박 전 대표의 침묵으로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은 바 있어 박 전 대표의 지원이 절실함을 깨달은 홍 대표가 일방적으로 덜컥 친이계 후보를 내세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뽑히는 나경원 최고위원도 홍 대표로서는 껄끄럽다.
 
주민투표 기간 내내 박 전 대표를 비난한 나 최고위원이 후보가 된다면 박 전 대표가 지원유세 나오기 껄끄러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또한 박 전 대표와 나 최고위원의 복지관은 상극으로써 도저히 좁히기 힘든 벽이 존재한다.

홍 대표도 사실상 나 최고위원을 겨냥해 “제2의 오세훈, 오세훈 아류는 안 된다. 이벤트 정치인, 탤런트 정치인은 안 된다”고 말해 노골적인 나경원 불가론을 펼쳤다.
 
쇄신파 의원도 “주민투표에서 진 마당에 ‘제2의 오세훈’이라 할 수 있는 나 최고위원을 내보내자는 발상은 진보진영과 중도층 유권자들의 화를 돋우는 행위가 될 것”이라고 말해 나 최고위원 ‘비토론’에 힘을 보탰다.


나경원 ‘비토론’에
‘홍반장’ 후보 출마설


최근 홍 대표의 후보 출마설도 나왔다. 핵심 당직자에 의하면 “거물급이 나가야 이길 수 있지 않겠느냐”며 홍 대표를 지목하며 “‘사실상 승리론’을 말로만 하지 말고 직접 행동에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박계 의원들도 이를 지지했다. 대표 당선 후 사이가 멀어지긴 했지만 충분히 승산 있는 후보임은 분명해 지원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는 것이다. 또한 홍 대표가 시장 후보로 나서며 대표직을 사임하면 전대에서 2위를 차지한 유승민 최고위원이 대표로 자동 승계돼 친박 구도를 더욱더 강화할 수 있다는 속내다.

이 같은 논란 속에 홍 대표는 “나를 쫓아내려는 일부 세력의 모략”이라며 “나를 내보내면  유 최고위원이 재선인데 어떻게 내년 총선을 준비하겠느냐. 결국 비대위체제로 가게 되는데, 그런 식으로 당을 흔들어 당권을 잡으려는 일부 세력의 책동”이라고 발끈했다.
 
이어 “내년 총선까지 당을 이끌겠다고 했는데 지금 서울시장직에 나갈 정도로 무책임하지 않다. 난 오세훈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패자는 정치생명에 결정적 타격 ‘불 보듯 훤하다’
열린우리당 시절, 당대표 평균 재임기간 4개월 반


홍 대표 측은 이번 선거에 참여한 25.7%의 유권자들이 합리적인 보수계층이기 때문에 여기에 인물만 받쳐준다면 중도계층까지 아우르면서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외부인사 영입을 배제할 이유가 없다”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따라서 김황식 국무총리와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 정몽준 전 대표, 맹형규 행정안전부장관 차출설도 나돌고 있다.
 
차출설에 김 총리는 총리직을 충실히 수행 할 뜻을 밝혔고 정 전 대표는 대선에 뜻이 있지 시장직은 뜻이 없다고 분명히 했다.

지난 4·27 분당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시 한나라당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정 위원장은 출마를 완강하게 고사했었다. 정권 중후반에 실시되는 재보선의 성격상 정권 심판론이 강했고,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출마한 상황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어 출마를 포기한 것으로 풀이됐다.

하지만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경우 심판론보다는 인물 경쟁력이 승부를 가를 것으로 보이고, 오 전 시장 동정론에 따른 보수표의 결집과 중도층 흡수 여부도 변수여서 승산이 있는 싸움으로 여겨져 정 위원장도 고민하는 듯 보인다.

당내에서도 동반성장위원장으로서 대중소기업 상생 전도사 역할을 한 정 위원장이 인물경쟁력을 기반으로 중도표를 흡수하는데 제격이라는 의견도 분분하다.


느긋한 듯 하지만
불안한 ‘손학새’


각종 설과 계파갈등 때문에 혼란스러운 홍 대표에 비해 손학규 대표는 다소 여유가 있어 보인다.

무상급식 투표가 투표율 미달로 개봉조차 하지 못하며 민주당의 뜻대로 무산된 것이 상당히 고무적이다. 최근 생긴 ‘반 여’ 흐름도 호재이며 복지가 선거의 최대 이슈로 부상한 것도 호재다. 하지만 마냥 안심할 수 있을 만큼 상황이 녹록한 것도 아니다.

만약 보수층이 집결한 상태에서 야권후보 통합이라는 숙제를 풀지 못하면 선거에서 질 가능성도 크다.

당장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후보매수 의혹의 검찰 수사도 손 대표로서는 걱정이다. 야권 전체의 도덕성이 도마에 올라 민심이반이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이고 여권에서는 이를 선거에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여 민주당에 크나큰 약점으로 남게 되었다.

여권에서는 매수, 금품 수수 등 문제에 대한 국민적 공감을 바탕으로 향후 후보단일화를 규제할 수 있는 선거법 개정을 검토키로 해 야권의 반발을 사고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후보단일화가 금지 된다면 패배는 기정사실화 되는 상황에 이를 저지 하는 것도 손 대표의 남은 임기 내 주어진 임무로 보여진다.

당초 12월 전당대회까지 대표직을 유지할 것으로 보였던 손 대표의 사퇴 시점도 앞당겨 질 것으로 보인다. 10·26재보선이 끝마치면 차기 지도부가 하루빨리 구축돼 총선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것이 당내 분위기로 굳어지고 있다.

따라서 4·27재보선의 영웅인 그가 10·26재보선도 승리로 이끌고 당당하게 ‘용퇴’할 것인지 4·27 이후 줄 곳 지지율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그가 또 다시 막다른 길에 몰린 후 ‘졸속 사퇴’ 할 것인지도 관심사다.

민주당은 선명하고 능력있는 후보를 선출하는 데 당력을 총동원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10여명의 후보군이 형성돼 있으나 한나라당 후보의 윤곽이 드러나면 손 대표가 직접 야권의 명망가 영입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손 대표는 정동영 최고위원 등과 서울시장 후보를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서울시장 자리에 어느 쪽 사람을 앉히느냐에 따라 내년 대권행보에서 유·불리가 확연히 갈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정 최고위원과 가까운 천정배 최고위원이 의원직 사퇴, 내년 총선 불출마의 배수진을 치며 출마하는 과정에서 손 대표와 정·천 최고위원 간에 노골적인 언쟁을 벌여 손 대표의 인선 작업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또한 손 대표는 출마 의사를 가진 인사만 10여명에 이르러 외부 인사를 영입할 경우 ‘교통정리’가 당장 걱정이다. 당내 인사들도 넘쳐나는 마당에 일방적인 인선을 강행한다면 이에 따른 후폭풍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움츠린 ‘손학새’
‘용퇴’냐 ‘졸퇴’냐


두 대표는 당내 진부한(?) 인사보다는 참신한 외부인사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양상이다.

그러나 외부인사 영입은 당내 경선이라는 높은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 터라 외부인사들이 정치권의 제안에 응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의문이다.

김정권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경선을 하지 않는 방법까지 포함해서 모든 것을 열어두고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내 기반이 없는 외부 영입인사가 당내 유력주자와 경선을 할 경우 불리할 수 있기 때문에 경선을 하지 않는 방법까지 고민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외부 인사를 영입해 시장 후보로 내세우려면 당 지도부가 당내 예비후보들을 압도할 만한 파워가 있어야 한다. 두 대표가 고민하는 이유다.

이렇듯 10·26재보선은 홍 대표와 손 대표에게 정치적 역량을 평가받는 중요한 기회이자 정치적 명운이 걸린 중요한 시험대로 작용될 것이다. 한 쪽은 정치적 날개를 달고 승승장구할 것이고, 한 쪽에선 ‘곡소리’가 울려 퍼질 것이 자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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