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야메떼∼’ AV용어 유행하는 교실 천태만상

2018.05.08 11:19:43 호수 1165호

기분 좋은 초등생 입에서 ‘기모찌∼’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일본 성인용 영상서 나오는 용어들이 초등학생들 사이서 무분별하게 확산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초등생들은 공공연하게 교실 안에서 ‘앙 기모찌(기분이 좋다는 일본어)’ 등의 말들을 큰 소리로 떠들면서 반복하고 있다. 초등학생들이 얼마나 야동을 자주 접하고 이를 생활서 모방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례다. 하지만 이러한 용어들의 정확한 뜻조차 모르고 사용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교사와 학부모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 A씨는 한 남학생의 “앙 기모띠∼”라는 외침을 듣고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일본 AV에나 자주 등장하는 표현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디서 이런 말을 들었냐고 채근하자 남학생은 “저희끼리는 다들 쓰는 말”이라고 아무렇지 않게 웃었다. 

다 쓰는 말?
부모 욕까지

A씨는 “나중에 알고 보니 인터넷서 유명한 BJ가 쓰는 말이었다”며 “여학생들에게도 장난처럼 쓰더라”라고 말했다. 다른 교사 B씨는 남학생들이 서로 싸우는 도중 “니 애미 창X”라는 욕을 내뱉는 것을 들었다. 

B씨가 그런 못된 말을 왜 쓰느냐고 나무라자 남학생은 “친구가 열받게 해서 제일 심한 욕을 한 것”이라고 했다. B씨는 “여성혐오적인 표현을 아무렇지 않게 쓰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방송·영상 등을 보고 그대로 따라해 ‘유행어’처럼 자리잡은 실정이다. 하지만 대다수 선생과 학부모들의 무관심 속에 방치돼 제대로 된 교육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다. 


초등학교 2학년 딸을 둔 학부모 C씨는 최근 딸아이가 하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같은 반 남학생이 “느금마(상대방의 엄마를 비하하는 말)도 맘충(엄마를 뜻하는 맘(mom)에 벌레충(蟲)을 합친 말) 아냐?”라고 놀렸다는 것. 

C씨는 “딸아이가 무슨 뜻인지 잘 몰라서 차라리 다행이었다”며 “큰 상처를 받을 뻔했다. 어린 아이들이 그런 말을 쓰는 것에 놀랐다”고 말했다. 

이 같은 표현들은 대다수 인터넷 방송이나 커뮤니티, SNS, 성인 동영상 등을 통해 습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여성 비하를 하려는 의도보다 유행어나 장난처럼 쓰이는 실정이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초등학교 교실에 붙은 ‘우리반 금지어! 지켜요’ 리스트가 화제가 됐다. 금지어 목록에는 ‘네 얼굴 실화냐, 패드립’ 등 BJ가 방송서 즐겨 사용하는 속어가 나열돼있다. 

교사들은 인터넷 방송 시청에 대한 생활지도를 어떻게 할지 난감한 표정이다. 명확한 지도 지침이 없고 교내 지도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가정서 주의를 주거나 학교서 개별 교사가 생활지도 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 스마트폰을 갖고 있는 학생이 많아 교사나 부모가 보지 않는 곳에서 영상을 보는 것은 막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표현이 지속적으로 쓰일 경우 잘못된 가치관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일본 야동’ 통해 일본어 배우고 있는 실정
“아이들 빠르면 유치원부터 포르노 접한다”

한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 아이들은 빠르면 유치원부터 포르노를 접한다고 한다. 스마트폰 각종 영상 등의 검열이 전혀 안되는 것”이라며 “학생들이 성에 대한 사회적 관계 속에서 고민하거나 교육을 받기 전에 무분별하게 그런 문화를 접하면 왜곡된 성 인식과 세계관을 형성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차별적인 표현을 하지 않도록 성평등 교육을 해야 하는데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교과 과정에 포함시키고 학부모와 교사들까지 총체적으로 교육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직은 ‘성’에 대해 무지할 나이인 초등학생들이 ‘일본 야동’을 통해 일본어를 배우고 있는 실정도 문제다.

일본어 공부?
베스트 10

최근 한 초등학교 교사는 “요즘 학생들이 일본어를 많이 쓰는데 모두 ‘일본 야동’서 나오는 말들”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교사는 자신이 담임을 맡은 학생에게서 “요즘 친구들이 SNS서 너무 음란한 말들을 많이 한다”고 고백한 내용도 덧붙였다. 이렇게 초등학생들이 입에 달고 사는 일본 야동 언어는 그 수가 굉장히 많다. 몇 가지를 살펴보자.

▲야메떼 = 한국말로 ‘안돼’인 야메떼는 ‘일본 야동’서 여성들이 항상 사용하는 대사다. 남자들은 보통 ‘야메로’를 쓴다.

▲기모찌이이 = ‘기분 좋아’라는 뜻의 이 말은 음란한 뜻을 지니고 있다. 이것을 초등학생이 쓰기에는 정말로 적절치 않다.

▲이끄 = 원래는 ‘이크와이요’가 정식 발음이지만 ‘이끄’로 줄여 발음한다. 보통은 ‘자 시작하자’라는 뜻이지만 일본 야동에서는 야한 뜻으로 쓰인다.

▲야다(이야다) = 한국말로 ‘싫어’라는 뜻이다. 남성이 여성을 힘으로 짓누르려 할 때 여자 출연자들 입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다.

▲스고이(스고이요) = ‘대단하다’는 뜻이 담긴 이 말은 남자 출연자들이 많이 쓰는 단어다. 보통 여자들은 쓰지 않는다.
 


▲마다 = 이 말은 ‘아직’이라는 뜻이다. 보통은 낯뜨거운 장면에서 여자 출연자들이 많이 하는 말이다.

▲이이요(이이) = ‘좋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 “~을 해도 좋다”는 뜻으로 쓰이며 ‘허락’의 뜻을 드러낼 때 사용된다.

▲하즈까시이 = 상황상 여자 출연자가 ‘부끄러움’을 드러낼 때 쓰이는 만큼 영상서 보이는 장면은 아주 낯뜨겁다.

▲기분가 이이 = 이 뜻은 ‘기분이 좋다’는 뜻이지만 ‘연인관계’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 ‘직업여성’과의 관계 같은 느낌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모또 = 영어로 하면 ‘more’의 뜻을 지는 말로 ‘조금 더’라는 뜻이다. 주로 여성이 쓰는데, 어떨 때 쓰는 지 알면 차마 대놓고 쓰기에는 부끄러운 뜻이다.

유튜브 보고…
부실한 제재

일각에선 인터넷 방송과 유튜브의 미성년자 제재가 미미해 발생한 일이라고 말한다. BJ와 유튜버들의 도 넘은 방송이 초등학생들에게 그대로 노출돼있다는 것. 

한국 사회서 유튜버, BJ의 영향력은 점차 확대됐다. 장래희망으로 유튜버를 꼽는 아이들도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유튜버의 막대한 영향력은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도 미친다는 점이다. 

학생들이 열광하는 일부 채널의 유튜버들이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혐오, 비하하는 의미의 단어를 사용하고,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의 콘텐츠를 게재하고 있다. 

실제로 초등학생들이 가장 즐겨보는 BJ로 꼽히는 한 남성 유튜버의 계정에서는 어렵지 않게 선정적이고 여성 혐오적인 제목의 동영상을 찾을 수 있다. 

모자이크 한 여성 속옷 사진을 볼 수 있는 한 영상의 제목은 ‘아내의 속옷…큰일났다’다. 동영상 중 조회수가 두 번째로 많은 영상의 제목은 ‘[18금] AV 여배우가 알려주는 정액의 맛, 그 비밀은?’이다. 

‘18금’이라는 제목이 무색하게 해당 동영상을 재생하기 위해서는 로그인도 필요 없다. 

뿐만 아니라 유튜브에 여성 혐오 표현 ‘김치녀’를 입력하면 약 3만8100개의 동영상이 검색된다. ‘된장녀’는 1만600개, ‘맘충’은 6880개의 동영상이 검색된다. 문제는 아직 판단력이 미숙한 아이들의 경우, 이처럼 자극적이고 비상식적인 콘텐츠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도 넘은 인터넷 방송
제재없이 그대로 노출

막대한 영향력에 비해 유튜브가 받는 제재는 크지 않다. 인터넷 개인방송은 법적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유튜브는 유튜브 광고에 적합하지 않은 영상 콘텐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크게 혐오성 콘텐츠, 가족 캐릭터를 부적절하게 다루는 콘텐츠, 선동하거나 모욕적인 콘텐츠가 이에 해당한다. 

이용자들의 신고로 접수된 콘텐츠가 가이드라인에 해당하면 유튜브 측에서 제재를 가하는 ‘자율규제’의 형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유튜브 플랫폼의 자율규제가 충분한 역할을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지난해 한 미국 유튜버는 영상을 통해 시신을 공개했음에도 유튜브 측은 650만명이 해당 영상을 시청 할 동안 어떠한 제재도 취하지 않았다. 

조회수로 수익을 내는 ‘플랫폼 사업자’의 강도 높은 자율규제를 기대할 수 없다는 의견이 제시되는 지점이다. 또 유튜브 측에서 문제가 된 계정을 정지시키더라도 해당 유튜버는 새로운 계정을 다시 만들 수 있다는 것도 문제점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타사와의 인터뷰서 “유튜브가 해외 사업자라 규제를 요청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오히려 자극적인 영상일수록 시청자가 많아지고, 광고 수익에 도움이 돼 자율규제에 적극적으로 나설 유인도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유튜브 등 플랫폼 제공 사업자에게 연대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인터넷방송 논란이 커지고 있는 상황서 등급 제한을 강제할 법 규정이 없다”며 ”지나친 욕설이나 음란 영상이 반복될 경우 사업자가 불이익을 받는 기준을 마련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종 은어의 급속한 확산은 초등학생들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과시하고 싶은 심리 때문으로 교사들은 분석했다. 야한 동영상이 초등학생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된 환경도 한 요인으로 꼽았다. 따라서 휴대전화로 쉽게 접하는 유해매체를 차단하고 부모와 자식 간 긴밀한 대화를 자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해매체와 친구
대화 단절 때문

한 아동·청소년상담협회 관계자는 “요즘 아이들은 대부분 초등학교 1학년만 돼도 스마트폰을 쓰면서 자연스럽게 유해매체를 접한다”며 “아이들이 이런 언어를 쓰는 사실을 부모가 일찍 알면 잘 대응할 수 있는데, 초등학생들이 학교와 학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탓에 언어 습관을 잘 모른다”며 가정에서 대화를 자주 할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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