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박근혜 대세론’ 반기는 진짜 이유

2011.09.01 12:15:00 호수 0호

‘제3인물’ 아닌 박근혜 나오면 무조건 이긴다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대선레이스 독주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 전 대표는 계속해서 30%대의 안정적 지지율을 나타내고 있는 것. 박 전 대표는 ‘친박 친위대’에 둘러싸여 엄호를 받으며 대권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하지만 야권에서도 이를 반색하는 분위기다. 야권의 박 전 대표 공세는 이상하리만치 신중해 오히려 ‘박근혜 대세론’에 힘을 보태주고 있다는데…. 야권은 대체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일까? 흡사 폭풍전야 같은 야권의 속내를 캐봤다. 

친박 인사 ‘킹메이커’로 본격 행보 가속화
‘왕남’ 이재오 복귀 시 여권판세 지각변동



‘박근혜 대세론’이 난공불락처럼 보여진다. 대선후보 지지도를 묻는 여론조사마다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30%대로 압도적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점차 ‘미래권력’의 상징으로 여겨지자 그동안 대립각을 세웠던 의원들이 박 전 대표 진영으로 넘어오는 이른바 ‘월박(越朴)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내년 본격 총선시즌이 다가오면 ‘월박 대란’이 일어날 것이란 섣부른 전망도 난무하고 있다.

이에 탄력받은 박 전 대표의 대권 행보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지난해 말 사회보장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어 그는 지난 15일엔 육영수 여사 추도식에서 자신이 내건 ‘생애맞춤형 복지’에 대해 거듭 강조하며 복지정책을 선점하고 있다.

박근혜 사단
결속력 다져

최근에는 미국의 외교 전문지인 <포린어페어스>의 기고문을 통해 대북정책에 대한 견해를 밝혀 세간의 눈과 귀를 집중시켰다. 박 전 대표는 기고문에서 남북이 서로에게 기대하는 바를 이행하는 이른바 ‘신뢰외교’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뿐만 아니라 박 전 대표 측근 인사들의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 프로젝트에도 가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박 전 대표의 전국 조직망인 ‘국민희망포럼’이 지난 7월, 16개 시·도별 조직 구성을 완료했다. 오는 9월8일엔 친박 의원이 주축인 국회 연구단체 ‘선진사회연구포럼’에서 박 전 대표의 핵심 집권구상인 복지국가론을 토론한다.

또한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230여만명에 이르는 재외동포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지난 18일 ‘대한국(Freat Korea)포럼’이 출범했다. 대한국포럼은 표면적으로는 세계무대에서 한민족이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방안을 모색하자는 취지지만, 실질적으로는 친박계 인사들이 주축이 된 박 전 대표를 위한 재외국민 선거조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서청원 전 미래희망연대(전 친박연대) 대표는 박 전 대표 대선캠프를 총괄하는 역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친박계의 ‘떠오르는 샛별’ 유승민 최고위원은 정책과 전략 분야에서 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점쳐진다. 박 전 대표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도 계속해서 대언론 창구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대권 재수생인 박 전 대표는 집권플랜의 근간이 될 각종 정책 윤곽을 잡아가며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다. 친박 인사들 역시 ‘킹메이커’를 자임하며 전국 조직망 정비와 정책준비에 심혈을 기울이며 박 전 대표를 엄호를 하고 있다.

손익계산서
두드린 야권

야권은 박 전 대표의 행보에 반색하는 분위기다. 오히려 박 전 대표가 치명적 내상을 입을까 대여공세에도 수위를 조절하는 눈치다.
야권은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후보가 된다면 내년 대선을 민주화 세력대 독재 세력의 대결구도로 끌고가 오히려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현 이명박 정권의 독재 이미지를 부각시키며 국민들에 ‘심판’을 요구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 정부는 국민적 반대가 심했던 4대강 사업이나 미국산 소고기 수입 등을 강행하며 여론에 반하는 사안을 밀어붙였다. 뿐만 아니라 언론을 장악하려 이 대통령의 언론특보 출신인 최측근 인사를 YTN 사장으로 내려 보냈다. 또한 정연주 KBS 사장이 사퇴하도록 검찰 등의 국가기관을 동원해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며 해임하기에 이르렀다. MBC <PD수첩>에 대한 압수수색 등으로 언론자유의 침해에 정점을 찍기도 했다.

이처럼 현 정부의 독재에 가까운 일방통행에 여론은 반MB정서가 심화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야권은 박 전 대표에 ‘유신의 딸’이라는 독재 이미지를 덧칠할 경우 여권에 불리한 상황이 전개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계산 속이다.

‘유신의 딸’ 이미지 오버랩 시키려는 야권
만신창이 ‘박’에 최후 일격 준비하는 야권


실제로 박 전 대표는 부정적인 질문을 받으면 금방 표정이 굳어진다. 듣고 싶은 말만 듣는다는 의미도 포함된다. 또한 박 전 대표와의 소통은 기자뿐만 아니라 측근 의원들조차 쉽지 않다는 볼멘소리도 흘러나오는 실정이다. 때문에 상호간의 소통이 아니라 일방적 소통이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점도 야권이 노리고 있는 대목이다.

야권은 또 박 전 대표가 대선후보로 나올 경우 대한민국에는 아직도 남아선호사상이 팽배하게 자리 잡고 있어 ‘여성대통령 출현’이 이르다는 심리를 부추겨 한 번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박 전 대표는 대선후보로서 강력한 입지를 다지고 있지만 뚜렷한 ‘업적’이 없다. 그는 오랜 정치생활에도 비판과 검증을 제대로 받아본 적도 없다. 중요 현안에 관해 ‘침묵’으로 일관하며 지나치게 기회주의적인 면모와 자기방어태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아킬레스건이다.

때문에 손익계산서를 두드리고 있는 야권은 타 후보보다 공격이 쉬운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대선 후보로 나와주길 바라며 공세에도 수위를 조절하고 있는 모양새다.

내부 집안싸움
관망하는 야권

무엇보다 한나라당은 친이계와 친박계로 나뉘며 한 지붕 두 가족 살림으로 계파간의 갈등이 극심하다. 때문에 ‘대권행’을 두고 계파간의 혈투가 벌어질 경우 야권의 공세 없이 친이계의 공격만으로도 박 전 대표가 충분히 내상을 입을 수 있다고 계산하고 있다. 

정계에서는 이재오 특임장관이 당에 복귀해 친이계의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될 경우 여권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문수-오세훈-정몽준’ 삼각연대로 박근혜 대항마로 나설 예정이었던 친이계는 최근 오 시장의 대권 불출마로 연대가 파기되자 ‘정몽준-김문수-이재오’로의 삼각연대를 모색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는 것.

이 장관은 지난 2004년 박 전 대표를 ‘독재자의 딸’ ‘유신의 잔당이 아니라 유신 그 자체’라고 비난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도 이 대통령을 도와 박 전 대표와 맞섰다.

지난 6월에는 트위터를 통해 1964년 한ㆍ일 회담 문제로 박정희 전 대통령을 공개비난 한 바 있다. 이 장관은 계속해서 지난달 20일 ‘나라사랑 전국대학생연합 글로벌 리더스 발대식’ 자리에서도 “5ㆍ16 군사정부는 정의롭지 못한 권력이었다”며 박 전 대통령에 비판을 쏟아냈다.

뿐만 아니라 ‘통 큰 기부’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정몽준 전 대표 역시 계속해서 박 전 대표 공세를 취하며 대립각을 세워왔다. 그는 지난 8월23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정치인의 인기는 목욕탕의 수증기와 비슷하다”며 우회적으로 박 전 대표의 대세론을 비판했다.

야권통합에
심혈 기울여

오 시장의 ‘주민투표’ 무산으로 더욱 탄력 받은 야권은 ‘복지정당’ 이미지를 선점하고, 야권 통합이나 연대작업에 박차를 가해 시너지 효과까지 노릴 수 있다. 그러면서 야권은 ‘여권의 내전’에서 만신창이가 된 박 전 대표에 최후의 일격을 가할 것으로 점쳐진다.

여권의 상황을 관망하다 본격적인 대선 ‘본선’을 벼르는 야권. 그들이 현재 박근혜 대세론을 조용히 관망하는 진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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