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노리는’ 신종 대리결제 서비스 주의보

2018.04.17 08:38:13 호수 1162호

엄마 아빠 모르게 ‘카드 쓱∼’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대리결제’가 청소년들 사이서 성행 중이다. 포털사이트에 대리결제를 검색하면 이미 수백 개의 업체들이 노출된다. 이들 업체는 부모 동의 없이 게임 결제를 할 수 없는 미성년자들을 주 고객으로 삼았다. 이로 인해 피해가 속출하고 있지만 법의 사각지대를 노리고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업체들의 행태에 피해는 점점 늘고 있다. 
 



대리결제란 직접 모바일게임 결제가 어려운 신용불량자나 미성년자 등을 위해 게임 아이템을 대신 구매 대행해 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 대리결제 서비스가 변질되어, 주로 부모 동의 없이는 게임 결제를 할 수 없는 미성년자들을 대상으로 많이 이뤄진다. 또 최근에는 대규모 과금 결제가 많은 유저들이 신용카드 한도 등으로 인해 대리결제를 많이 이용한다.

청소년 사이 인기

하지만 이는 정상적인 결제 방법이 아니며, 거래의 안정을 보장하는 수단도 미흡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혼자서 결제를 할 수 있는 성인이라면 금전적으로 굳이 대리결제를 진행할 필요가 없다. 스스로 결제할 수 없는 미성년자가 대리결제 업체의 주 고객이다. 대리결제 사이트는 회원가입이나 구매과정 중 어디에도 성인인증을 요청하지 않는다. 미성년자가 이용하기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대리결제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대리결제 사이트에서 원하는 게임을 선택 후 결제 금액을 정한다. 금액은 계좌 이체하거나 문화상품권으로 낸다. 이름과 핸드폰 번호, 카카오톡 아이디, 이메일을 기본정보로 입력한다. 


SNS를 통해 미성년인 게임 이용자가 게임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대리결제자에게 넘겨준다. 그후 성인인 대리결제자가 직접 미성년자의 아이디로 게임에 접속해 카드 결제를 통해 게임 화폐를 충전한다. 

입금 후 게임아이템을 얻기까지 채 10분이 걸리지 않는다. 청소년은 아무런 제약도 받지 않고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네이버 검색창에 대리결제라고 검색해보면, 이미 수백 개의 업체가 뜰 정도로 대리결제 사이트가 성업 중이라는 사실이다. 이들은 사업자등록번호까지 내걸고 당당히 영업 중이다. 

수익이 되기 때문이다. 대리결제 수익은 수수료서 나온다. 결제 금액에 따라 다르나 최소 결제금액의 30%, 혹은 그 이상을 수수료로 받는다. 5만 원을 결제하면, 수수료만 1만 5000원을 지불하는 셈이다. 

이런 엄청난 수수료를 지불하면서까지 청소년들이 대리결제를 이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청소년들은 대리결제로 게임을 계속할 수 있다. 또 성인인 대리결제자가 청소년인 자신의 명의로 모든 결제를 대행하므로 부모 동의를 피하게 되고, 동시에 아무 흔적도 남지 않는다. 

대리결제 서비스가 사기에 취약하다는 점이 문제다. 미성년 대리결제 이용자는 부모 몰래 대리결제 서비스를 은밀하게 이용한다. 대리결제자에게 돈을 입금하고 난 뒤 대리결제자가 잠적해도 청소년 의뢰인은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못한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억대 대리결제 업체 사기사건이 발생 했다. 당시 게임 대리결제 업체 A사는 엔씨소프트의 모바일게임 ‘리니지M’ 이용자들에게 5∼15% 할인율로 대리결제 신청을 받은 뒤 거액을 모아 잠적했다. 

A사는 5% 저렴한 가격에 대리결제를 해주는 방식으로 회원을 모았다. 할인율을 최대 15%까지 높이는 이벤트를 벌이기도 했다. 

‘대리결제’ 검색하면 수백개 업체 노출
부모에 발각될까 신고도 못하는 아이들

하지만 약속된 결제를 해주지 않고 잠적해 이용자 피해로 이어졌다. 이 사건의 정확한 피해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용자들은 피해자 증언을 종합해 피해규모를 8억∼15억원 규모로 추측했다. 


이에 엔씨소프트는 홈페이지를 통해 대리결제, 대리육성 등 비정상적인 게임 이용에 대한 주의 공지를 올렸다. 계정 공유로 사기 피해가 발생하고 있으니 약관에 위배되는 행위를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의 캐시를 싸게 구매할 방법은 거의 없다. 정상적인 제휴나 각종 이벤트를 통해 적은 할인율 혜택을 제공할 뿐이다. 따라서 게임 내 원가보다 싸게 파는 곳은 의심이 필요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리결제 사이트 등에서 기존 가격보다 할인해 판매할 수 있는 행위는 대포폰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온라인게임때부터 있었던 방식으로 상식선 이상의 할인을 해주는 곳은 의심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청소년들은 부모에게 알려지는 것이 두려워 신고조차 꺼리고 있다. 

미성년자들이 게임할 때 한꺼번에 3만0∼40만원을 대리결제하는 게 아니라 그때그때 1∼2만원 정도 소액을 결제한다. 소액을 결제하던 도중 사기를 당했을 때 기분은 나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여기고 그냥 넘어간다는 점도 피해를 키운다. 
 

미성년자가 주로 접하는 게임 개인방송도 큰 문제다. 이들 게임방송 진행자들이 미성년자 대리결제를 부추기기 탓이다. 대리결제 사이트 하단부에는 추천한 BJ 입력란이 있다. BJ가 해당 방송에서 대리결제를 권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실제 여러 동영상 플랫폼에서 대리결제로 개인방송을 검색해본 결과 대리결제를 권하는 방송들을 찾아 볼 수 있다. 이들 방송은 광고비를 받고, 배너형태로 대리결제 사이트를 광고한다. 

때로는 방송 중 직접적으로 대리결제 사이트 홍보하기도 한다. 추천 BJ에게 결제금 일부를 돌려준다는 후문이다.

이들 방송은 현질로 구매한 유료아이템을 적극 활용해 현란한 모바일게임 방송을 선보인다. 유료 아이템 확률성 앞에 시청자는 함께 울고 웃는다. 댓글로 분위기를 맞추고, 서로 감정을 나눈다. 유료아이템 사행성이 타인에게 영향을 끼치는 순간이다. 


마치 도박장을 방불케한다. 판돈을 올리고, 레이스를 거는 도박판처럼 게임 현질이 쏟아지는 순간 시청자는 환호성을 지른다. 이 게임방송 BJ는 4500여만원을 현질했다고 끊임없이 과시한다. 이 방송의 주시청자는 청소년들로 알려져있다.

새로운 법 필요

관련 법률은 무더기 편법 앞에 무색하다. 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청소년보호법,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 등 관련 법률은 게임 내 부모의 동의 없는 미성년자 결제를 금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대리결제는 실질적인 게임 아이템 등 구매 과정을 성인인 대리결제자가 대신하기에 발견하기가 어렵다”며 “현행법의 사각지대를 노린 대리결제 서비스를 막을 새로운 법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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