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net세상> ‘지하철 매너손’ 논란 일파만파

2011.07.19 09:50:00 호수 0호

지하철 타면 남성들은 모두 ‘성자’ 돼야?

지난 한주 ‘지하철 매너손’이라는 제목의 글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이 글에는 4600여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며 네티즌들의 갑론을박이 치열했고, 특히 남성들의 반발이 거셌다. 논란이 계속되자 여성으로 추정되는 글 작성자는 사과의 해명 글을 올렸고 ID를 삭제했다. 그러자 이번엔 여성 네티즌들이 “왜 사과하냐”며 반발에 나섰다. 각종 패러디물이 넘쳐나고 ‘신종 성차별’로 대두되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지하철 매너손’ 파문의 전말을 살펴봤다.

사과 했지만 끊이지 않는 논란 ‘신종 성차별’
지하철 성추행 경각심 일깨워준다는 시각도


지난 6일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ID ‘예비약사’가 올린 글이 수많은 네티즌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이 네티즌은 “아침 7시 반에 지하철을 타는 여성”이라고 밝히면서 “말 안해도 알겠지만 그 시간대에 꽉 끼어서 가게 된다. 지금부터 하고 싶은 말은 남자들의 ‘매너손’이다”고 말했다.

이어 “앞뒤좌우에 남자들 틈에 끼어 가게 됐는데 옆에 있는 할아버지가 두 주먹 불끈 쥐고 차렷 자세로 서 있어 제 옆 엉덩이를 자꾸 툭툭 치더라”면서 “지하철 운행의 반동으로 그러겠지만 너무 신경 쓰여 최대한 닿지 않고 가고 있었다.

그런데 뒤에 한 아저씨는 서류가방을 두 손으로 잡고 서 있는데 제 엉덩이가 닿을만한 곳에 위치해 신경 쓰였다”고 자신의 불쾌했던 경험담을 전했다.

대한민국이 ‘와글와글’

그녀는 특히 “제가 오버(과장)하는 것 같아 아저씨들한테도 미안하기도 하지만, 진짜 나쁜 의도로 손위치를 두는 것 아닌지 생각도 든다”며 “지하철을 타는 남성분들이 손을 조금만 올리고 있으면 진짜 감사할 것 같다.

나는 늘 기도하는 자세(양손을 가운데로 모은 형태)로 간다”고 밝혔다. 그녀는 이어 “퇴근시간 지하철에 한 회사원이 자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눈을 감은 채 다른 여성에게 손을 엉덩이에 두고 밀착해 가는 것을 보았다”며 “이건 정말  아니다 싶어 티나게 쳐다봤다”고 황당했던 순간을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남자들 기도하는 손 어려운가요?”라고 글을 끝맺었다.

이글은 트위터 등 각종 SNS는 물론 커뮤니티 사이트들로 광범위하게 퍼졌으며 글을 접한  대다수 남성 네티즌들은 “남자를 다 변태로 보는 거냐? 기분 나쁘다” “이건 역차별이다. 여자들도 매너손을 해라” “접촉이 싫으면 만원 지하철 타지 말고 택시를 타세요” 등의 글로 비난에 나섰다.

ID ps***는 “이런 사고방식과 개념은 어떻게 하면 나올 수 있는 것이냐”면서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사고에서 나오는 이기주의 발상이다. 공동체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한 사람의 쓸데없는 하소연일 뿐이다”고 힐난했다.

반면 “의도적인 신체 접촉은 기분 나쁜 게 사실” “꼭 기도하는 모습이 아니더라도 요령껏 매너손 가능할 텐데요” “서로 간에 오해 없게 미리 조심하자는데 왜들 이러시나” 등 옹호하는 의견도 보였다.

또한 일부 남성 네티즌들은 “남자들도 성추행범으로 오해 받을까봐 얼마나 신경을 쓰는데...” “만원 지하철에서는 부득이 신체접촉이 있을 수밖에 없다. 남자들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며 모든 남성을 이상한 시선으로 보지 말아 달라는 의견도 많았다.

한 남성 네티즌은 “남자들도 여자들 가슴이 와 닿으면 좋은 줄만 아느냐. 아침부터 상당히 짜증난다. 매너손 요구하기 이전에 매너가슴부터 해달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자신의 글로 논란이 가중되자 최초 글의 작성자인 여성 네티즌은 “내용이 과장되고 있어서 당황스럽다”며 “매너손 강요가 아닌 넋두리일 뿐, 경솔했다”라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모든 남성을 변태로 만들어 놓고 문제가 불거지자 이런 글을 올렸다”는 비난이 지속됐다.

이에 작성자는 ‘예비약사’였던 아이디를 ‘죄송합니다’로 바꿔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는 두 번째 사과문을 게재하고 아이디를 삭제했다. 두 번째 사과 글에 그녀는 “우선 이런 글을 다른 분들이 어떻게 느낄지는 생각 안하고 그냥 제가 느낀 감정만을 올린데 대해 죄송합니다”는 말로 논란의 종식을 바라는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그녀는 자신의 글이 남성비하의 의도로 작성한 것은 아니라는 뜻을 강조했고 “지금 너무 당황스럽고 무서워 어떻게 죄송하다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짧게라도 정식으로 사죄의 글을 올려야 할 것 같았다”며 자신의 글로 파문이 커져 두려웠고 악플로 상처받은 마음을 나타냈다.

이같은 그녀의 사과에 네티즌들은 “사과까지 할 일 아닌데”, “여성의 입장에선 당연한 말인데 무서워 마세요” 등 위로와 격려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이에 반해 또 다른 남성 네티즌은 “남녀 모두 매너손을 하자고 제안했다면 논란이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일방적으로 남자들에게 매너손을 하자고 말해 불쾌감을 줬다”라고 반박했다.

‘불꽃남***’는 자신의 트위터에 “세상이 갈수록 삭막하고 각박해져가면서 사람으로서의 정은 많이 없어진 듯하다. 자신의 불편만 생각하는 이기주의 발상이 세상을 점점 살기 어렵게 만드는 듯해 안타깝고 씁쓸하다”고 말해 많은 알티(트위터상에서 전파하는 것)를 받았다.



성추행 재각성 필요

지하철 성추행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따라서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서는 안 된다는 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게다가 지하철 성추행이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여서 여성의 조심스러운 입장을 서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지하철 매너손 논란 당시 단순히 매너손이 문제가 아닌 거시적인 측면에서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 바 있어 만원 지하철에서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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