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 ‘옥시공장 인수’ 노림수

2017.11.17 14:02:45 호수 1139호

인건비 낮추려 자회사 동원?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LG생활건강이 자회사를 통해 옥시의 익산 공장을 인수키로 했다. 하지만 인수기업인 해태htb는 화학과는 무관한 회사인 만큼 시너지 효과에 물음표가 찍혔다. 다양한 추측이 나온 가운데 인건비 절감을 위한 꼼수 인수라는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일요시사>에서 LG생활건강의 인수 과정을 추적했다.
 

 



골라골라∼

LG생활건강 외연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자회사 해태htb를 통해 지난달 26일, 옥시 측과 자산 양수도 계약 사실을 공시했다. 인수 대상은 익산공장 부지와 건물, 포장 설비 등이다. 이 공장은 옥시의 파워크린, 쉐리, 물먹는하마 등 국내용 제품을 생산했던 곳이다.

하지만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인해 일부 제품을 단종하고 공장도 올해 중순까지 운영, 지난달 30일 공장을 폐쇄했다. 이번 계약은 물적자산에 한한 것으로 익산공장 근로자는 인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업계에선 의아하다는 반응이었다. 해태htb의 사업영역이 화학 쪽과 뚜렷한 연관성을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LG생활건강이 공정거래위원회의 독점 규제를 피하기 위해 자회사를 동원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놨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7조에 따르면 시장지배적사업자(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이거나 3개 이하 사업자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75% 이상)는 공정위로부터 합병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
 

시장조사전문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의 주요 제품군인 샴푸·린스, 바디워시·비누, 치약·칫솔, 세탁세제, 섬유유연제, 주방세제의 시장점유율은 2015년 35.4%, 2016년 36.7%, 올 상반기 37.1%로 매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모습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공정거래법 규제를 살펴보면 LG생활건강의 자회사인 해태htb가 인수해도 점유율 상승분이 LG생활건강에 반영된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곱지 않은 시선은 여전히 남아있다. 

LG생활건강이 옥시 익산 공장 인수를 추진했을 당시 LG생활건강이 인수를 진행할 것이라는 말이 돌았지만 최종적으로 인수에 나선 업체는 자회사인 해태htb였다. 특히 근로자를 포함한 인적자산에 대한 인수를 배제하면서 그 배경에 눈길이 쏠렸다. 당장 공장을 운용하려면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LG생활건강이 생활화학분야 인건비를 낮추려는 목적으로 자회사인 해태htb를 통해 옥시 공장을 인수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시너지 효과 의문…사업영역 확장?
어수선한 분위기 속 업계 뒷말 무성

통상적으로 해태htb의 급여 수준은 LG생활건강을 밑돈다는 평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LG생활건강과 해태htb의 임금 격차가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때문에 LG생활건강이 자회사인 해태htb를 통해 우회 인수를 선택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해태htb의 경우 옥시 근로자의 평균 급여보다 낮은 수준이어서 LG생활건강이 고용승계를 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말이 있다”고 말했다.


LG생활건강의 경우 상장사이기 때문에 종업원들의 평균급여를 공개하고 있지만 해태htb의 경우 비상장사로 평균급여를 공개하고 있지 않아 사업보고서를 통한 비교는 어렵다.

다만 구직자에게 기업 연봉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를 참조하면 LG생활건강의 임금 수준이 높았다. 잡플래닛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의 평균연봉은 5165만원이다. 반면 해태htb의 평균연봉은 3759만원이었다. 두 회사간 평균 연봉은 1100만원의 격차가 있었다.

직급에 따른 임금격차는 더욱 벌어지는 모습이었다. 직급별로 LG생활건강의 주임의 평균 연봉은 3880만원, 대리는 4522만원, 과장은 5235만원으로 각각 기록됐다. 차장은 7000만원을 연임금으로 수령했다. 해태htb 대리의 평균 연봉은 2848만원으로 기록됐다. 

과장은 3820만원, 차장 4218만원 등으로 집계됐다. 따라서 이 같은 분석에 어느 정도 힘이 실리는 분위기였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해태htb를 통해 기업을 인수한 것은 생활화학 분야에 대한 투자라고 설명했다.

이 담당자는 “임금을 낮추려 우회 인수하지 않았다”며 “해태htb가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인수가 성사됐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5월 해태음료에서 해태htb로 사명을 바꾼 것은 음료회사라는 이미지를 탈피해 사업영역을 확대하려는 것”이라며 “작년 10월 기미 주근깨 치료제 출시 등 의약품, 의약외품, 건강기능식품의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아직까지 옥시 익산 공장에 대한 활용방안에 대해서 논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혹시 꼼수?


업계의 한 관계자는 “LG생활건강 생활화학부분을 생각하면 본사 차원서의 인수가 적절해 보이는데 해태htb를 통한 인수는 시너지 효과에 의문이 생긴다”며 “향후 해태htb의 인적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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