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람상조·현대종합상조 ‘철창행’ 두 오너 등기직 유지 왜?

2011.07.13 10:15:00 호수 0호

뻔뻔한 철홍씨 헌준씨…얼굴에 철판 깔았다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국내 1, 2위 상조업체인 보람상조와 현대종합상조 두 오너의 ‘버티기’가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해 수백억대 ‘상조 비리’로 쇠고랑을 찼지만 아직까지 이사직을 유지하고 있어 뒷말이 무성하다. 구속 때만 하더라도 알아서 물러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실형까지 받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수백억 비리’ 실형에도 1년째 자리 지켜 빈축
이사직 그대로 갖고 있어…재판 도중 재선임도

수백억원대 비리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최철홍 보람상조 회장과 박헌준 현대종합상조 회장이 이사직을 유지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어의 몸’이 된 채로 1년째 지휘봉을 놓지 않고 있다. 두 회사는 신상필벌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한 윤리경영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언제까지 버틸까

최 회장은 고객들이 납입한 회사돈 수백억원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처벌법상 횡령 등)로 지난해 5월 구속됐다. 개인 사업장 형태의 장례서비스 대행업체를 차려놓고 보람상조개발 등 영업을 담당하는 계열사와 독점 계약을 맺은 다음 불공정계약을 통해 돈을 빼돌리는 방법으로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301억원을 횡령한 혐의다. 당시 보람상조 측은 최 회장의 이사직에 대해 “법원의 판결까지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최 회장은 지난해 8월 1심에서 법원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지난 1월 2심에선 최 회장이 횡령액을 거의 변제했다는 점이 참작돼 형량이 징역 3년으로 감형됐다. 보람상조 측은 “대법원의 결정이 아직 남았다”고 했다.
그러나 최종 판결도 다르지 않았다. 대법원은 지난달 30일 최 회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최 회장은 회사의 현금을 임의로 인출하거나 자신의 계좌에 입금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횡령죄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최 회장은 이사직에서 물러났을까. <일요시사>의 확인 결과 최 회장은 기존에 맡고 있던 보람상조 계열사 이사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법원 법인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지난 7일 현재 최 회장은 2002년부터 역임하고 있는 보람상조개발 이사로 등재돼 있다. 최 회장은 또 보람상조프라임, 보람상조임팩트, 보람상조리더스, 보람상조피플 등의 대표이사와 보람상조라이프, 보람상조나이스, 보람상조유니온 등의 사내이사도 계속 겸임하고 있다.
구속 후 재판 도중 연임된 사례도 있다. 최 회장은 지난 1월 2심 판결을 불과 2일 앞두고 보람상조라이프 사내이사를 연임했다. 지난 2월엔 보람상조리더스 대표이사에 중임됐다.

박 회장도 등기직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박 회장은 회삿돈 수백억원을 횡령한 혐의(특가법상 배임 등)로 지난해 10월 구속됐다. 2006년 10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자회사와 부당계약, 모집수당 허위 지급, 공사대금 과다계상, 협력업체 및 장례지도사 보증금 유용 등의 수법으로 회사 공금 약 131억원을 빼돌린 혐의다. 당시 현대종합상조 역시 “아직 법원의 판결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그 결과에 따라 박 회장의 거취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은 지난 4월 박 회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검찰 측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인 재판부는 “박 회장은 상조회사는 부실이 심각해도 잘 드러나지 않는 점을 악용해 현대종합상조의 돈을 빼돌렸다”며 “수많은 회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행위로 막대한 이득을 취한 점을 고려하면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박 회장의 실형 소식에 업계에선 박 회장이 물러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그러나 박 회장은 이런 예상을 깨고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박 회장은 2004년부터 맡고 있는 현대종합상조 이사직을 계속 역임하고 있다. 구속 직전 검찰의 수사가 한창이던 지난해 10월 재선임됐다. 박 회장은 에버엔프리드 공동 대표이사 직함도 그대로 갖고 있다. 현대종합상조 측은 “항소심이 진행되는 만큼 사임을 운운하는 것은 이르다”고 전했다.
두 회장을 향한 업계와 소비자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웬만한 기업인 같으면 사임해도 진작 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상조업계 한 종사자는 “최 회장과 박 회장이 물의를 일으킨 만큼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며 “실형에도 자리에 있는 것은 얼굴에 철판을 깔지 않고선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법정에서 비리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이사직에서 버티는 것은 무슨 배짱인지 모르겠다”며 “회사라도 해임 조치를 해야 하지만 오너란 이유만으로 은근슬쩍 넘어가고 있다”고 질타했다.

직원과 이중잣대


보람상조와 현대종합상조는 엄격한 사내 윤리 규범을 제정·시행하고 있다. 두 회장은 평소 임직원에게 “고객을 최우선으로 한 깨끗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 기본에 충실한 조직이 되자”며 ‘클린 이미지’와 함께 철저한 자기관리를 요구해왔다.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도 항상 “정직을 바탕으로 신뢰할 수 있는 회사”라고 자랑했다.
현대종합상조의 경우 부정한 수단이나 의도로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등의 비윤리적 행위를 제보 받는 윤리신고센터까지 운영 중이다. 10만원을 초과하는 향응과 3만원 이상의 선물을 받거나 요구할 수 없다.

특히 현장에서 뛰는 행사원들에게 일체 팁을 받지 못하게 할 정도로 일벌백계 차원에서 단호하게 조치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그 자리에서 사직서를 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백억원대 비리를 저지른 두 회장은 무사(?)하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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