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제일은행, 금융당국 골칫덩이 된 사연

2011.07.11 12:40:20 호수 0호

영국식 금융기법으로 우리 금융법은 ‘개무시’

[일요시사=정혜경 기자] 은행법, 자본시장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신용정보법, 금융위설치법…. 모두 SC제일은행이 위반한 금융법이다. 이들은 조사한 금감원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며 경악을 금치 못하는 모습이다. 문제는 SC제일은행에서 상식 밖의 일이 벌어진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란 점이다.

불법 대출에 조직적으로 금감원 검사 방해하기도
고객정보 누설 등 상식 밖의 일 잇따라 벌어져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SC제일은행에 대한 조사를 마친 금융감독원 관계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SC제일은행은 불법대출을 저지르는가 하면 조직적으로 금감원의 검사를 방해하는 등 금융법을 무더기로 어기면서 금융당국의 골칫덩이로 떠올랐다.

금융법 무더기 어겨

우선 SC제일은행은 2007년부터 3년 동안 6개 기업에 13차례에 걸쳐 ‘메탈론’을 취급했다. 메탈론은 백금과 팔라듐 등 귀금속을 빌려주고 수수료를 받는 행위로 은행법 및 시행령에 저촉된다. 이 같은 사실은 SC제일은행도 잘 알고 있었다. 영국에 있는 스탠다드차타드 본사 명의를 내세워 거래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불법영업을 감시해야 할 사내 법무팀은 손을 놓고 있었다.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자 SC제일은행은 금감원에 “본사가 주도한 거래에서 단순한 심부름 역할만 했다”고 둘러댔다. 그러나 금감원 검사반이 현장에서 SC제일은행이 주도했다는 본사의 여신승인서를 발견하자 말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금감원의 종합검사를 앞두고 메탈론의 수익금이 적발될 것을 우려해 수익금 13만4000달러를 SC 본사로 빼돌리기도 했다. 이는 금감원 검사 방해로 간주되며, 금융위설치법 위반에 해당한다. SC제일은행은 금감원의 지적을 받고 이 돈을 다시 원위치 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05년에는 한 외국계 보험사와 방카슈랑스 판매 계약을 맺으면서 광고비와 직원 27명의 해외연수비 등의 명목으로 7억여원을 챙기기도 했다. 이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을 위반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008년 파산한 미국의 리먼브러더스가 지급보증했던 대출을 취급하면서 대출심사를 소홀히 해 186억원의 대출이 부실화했으며, 장외매매만 허용된 국고채와 통안채를 장내시장에서 거래해 자본시장법 위반도 추가됐다.

또 직원 10명이 신용정보법을 어겨 가족, 친척, 친구 등의 개인신용정보를 466차례에 걸쳐 무단 조회한 사실도 적발됐다.

금감원 측 관계자는 “다른 은행에선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SC제일은행에서 벌어지고 있었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SC제일은행에서 상식 밖의 일이 일어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8월에는 PB센터 직원이 수백억원을 예치한 VIP고객의 거래 정보를 누설한 일도 있었다. 거액예금 예치자 등 중요 고객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운영되는 PB센터에서 고객정보가 누설됐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문제의 직원은 전 직장동료 조모씨를 통해 부동산업체 대표인 황모씨의 청탁을 받아 지난 5월13일과 17일 자신의 근무지인 서울 강남의 PB센터에서 거액 예치 고객인 우모씨 계좌의 거래내역을 11차례에 걸쳐 조회한 뒤 이를 조씨에게 전화로 알려줬다.

황씨는 우씨가 중도금 300억원을 계좌에 예치하면 아파트 100가구를 시세의 60% 가격에 매입해 주겠다고 약속했으나 우씨가 의심을 품고 예치금을 다른 계좌로 옮기자 조씨를 통해 이런 부탁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지난해 6월에 있었던 수백억원대 대출사기 사건의 중심에도 SC제일은행 직원이 있었다. SC제일은행 이모 지점장을 포함한 23명은 2개의 은행에서 각각 300억원, 395억원씩 모두 700억원에 달하는 돈을 빼갔다.

이들의 대출 사기는 상당히 조직적으로 진행됐다. 대출 신청을 위해 매출 실적이 없는 회사의 이름을 차용했고, 부동산 감정평가 브로커를 통해 담보 부동산의 가치를 부풀렸다. 이 지점장 명의의 위조된 지급보증서도 동원했다. 심지어 각각의 역할을 하는 사람들까지 끌어들여 임무를 맡길 정도로 치밀했다.



이미지 훼손

SC제일은행은 지난 2005년 영국계 은행인 스탠다드차타드에 인수됐다. 당시 우리 금융권은 스탠다드차타드가 선진 금융기법을 도입, 국내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한 차원 높여 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이 같은 기대와 달리 SC제일은행은 계속해서 크고 작은 분란을 일으키고 있다. 금융당국으로선 여간 골치가 아픈 게 아니다.

일련의 사태의 최대 피해자는 SC제일은행 스스로다. 기업 이미지 훼손이 불가피한데다 금융사의 가장 큰 자산인 신뢰까지 바닥에 떨어졌다. 이로 인한 유·무형의 손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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