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동거 박근혜-홍준표 궁합 보기

2011.07.11 12:30:02 호수 0호

활짝 열린 박근혜당, 홍준표 진짜 보완재 될까?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한나라당 홍준표 신임 대표가 지난 4일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장악하면서 사실상 대권 후보인 박근혜 전 대표와 내년 총선을 책임질 파트너가 됐다. 한나라당은 지난 4·27 재보선 참패 이후 당의 무게중심이 갈수록 박 전 대표에 쏠리는 양상이다. 과거 비주류이기는 했지만 친이계였던 홍 대표가 당을 장악한 것은 얼핏 ‘불안한 동거’로 보이기도 한다. 홍준표 체제로 돌입한 한나라당, 내년에 치러질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신주류 박근혜와의 궁합은 어떨지 짚어봤다.

전당대회에서도 어김없이 드러난 박근혜 파워
지도부 친박3-중도2-친이1 대권행 날개 다나?

지난 4일 열린 12차 한나라당 전당대회의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친박의 유승민 최고위원이 2위로 당당히 지도부에 입성했고, 반면 친이계의 지원을 받은 원희룡 전 사무총장은 4위라는 아쉬운 성적으로 최고위원 자리를 차지 한 것이다. 이로써 한나라당의 지도부는 친박3, 중도2, 친이1로 재편돼 박 전 대표의 입지가 더욱더 확고해 졌다는 평가다.

특히 친박으로 분류된 3인중 2명이 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차지해 단순 수치 뿐 아니라 그 영향력은 더욱더 큰 것으로 여겨진다.

과거의 날선 공방
이젠 지나간 얘기?



원내대표를 시작으로 당 대표, 최고위원의 지도부 구성은 완료됐다. 이제 남은 것은 내년 총선에서 이기고 대선을 승리해 정권 재창출을 이룬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최종목표다. 그러기 위해선 차기 대권주자와 당 지도부와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여겨진다.

홍 대표는 경선 전에 이미 “지금은 박근혜 시대이고, 나는 박근혜의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라고 했고, 출마 선언 후 “야권의 공세로부터 박 전 대표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이겠느냐”며 ‘박심’에 대해 노골적인 구애를 펼쳤다.

전당대회 마지막 정견발표에서도 “내년 총선, 대선을 앞두고 박 전 대표를 비롯한 대선주자들에 대한 음해공격이 시작된다. 이것을 막을 사람은 홍준표 밖에 없다”고 목청을 높이기도 했다.

‘박근혜 보완재’를 자처하며 친박계에 한걸음 다가서 표를 흡수한 홍 대표지만 지난해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한 박 전 대표를 향해 “자기 소신만 내세우면 혼자 탈당하고 당을 만들어야 한다”며 비판의 날을 세우기도 했었다.

2005년 만들어진 당권·대권 분리 당헌·당규 개정안도 홍 대표가 ‘대권주자 박근혜’를 견제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당시 당 혁신위원장을 맡고 있던 홍 대표는 6월께 혁신위 간사였던 박형준 청와대 사회특보 등과 ‘박 전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 당권·대권 분리와 9인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했다’는 것이다.

당시 홍 대표는 당권·대권 분리를 위해 2006년 지방선거 이전에 박 전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나고 조기 전당대회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 전 대표는 “받아들일 수 없다. 불가피한 일이 없는 한 임기를 끝까지 채우겠다”고 맞서면서 두 사람은 첨예한 대립각을 세웠다.

걷잡을 수 없는 입담과
어디로 튈지 모르는 ‘홍’

그러나 홍 대표는 전당대회가 임박해오자 태도를 급거 바꿨다. 자신의 태도 돌변에 대해 홍 대표는 “(과거에) 정치적 소신을 한마디 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사실상 친박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발언이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다른 후보들 뿐 아니라 친박계 의원들 사이에서도 “홍준표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람이어서 불안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 친박계 초선의원은 “박 전 대표를 엄청나게 궁지로 몰아붙이고 힐난했던 사람이 이제 와서 친박을 하겠다고 하니 기가 막히다”며 “아무리 ‘월박(越朴)’이 대세지만 대표가 되기 위한 수단으로 월박하는 것은 정도에 어긋난다”고 맹비난했다.

한편 친박계에 다가가기 위해 ‘보완재’까지 자처하고 나선 홍 대표였지만 지난달 30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박 전 대표가 맹종하는 사람들만 데리고 대선이 되겠느냐”고 박 전 대표의 외연확대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에 대해 친박계의 핵심 의원은 “박 전 대표의 신뢰와 정도정치가 좋아 지지하는 이들이 맹종하는 사람이라는 말이냐”며 “홍 후보는 사과해야 한다”고 몰아세웠다.

홍 대표는 공식 업무 첫날부터 ‘공천 배제’까지 언급하며 계파해체 의지를 강하게 천명했다. 일부 최고위원은 큰 틀에서 공감을 표하면서도 홍 대표의 독주에 제동을 걸며 신경전을 벌였다.

가장 불편한 반응을 보인 건 친박계 유승민 최고위원. 그는 “친이, 친박 활동한다고 공천에 불이익을 준다는 데 동의할 수 없다”면서 “그러면 나부터 공천이 안돼야 한다”고 반박했으며 “친이, 친박 화해는 당사자들이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열린 비공개 회의에서도 “계파를 해체하려면 계파해체 선언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진정성 있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유 최고위원 외에 다른 3명의 최고위원들까지 나서 반발하자 홍 대표는 “친박계는 박 전 대표를 좋아하는 분들끼리 모인 파니까 박 전 대표가 지휘한다, 박 전 대표가 계파 수장이다 이렇게 보기 어렵다”며 한발 물러난 듯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또 “계파활동을 할 경우 공천을 주지 않겠다”는 전날 발언에 대해서도 “거기까지 갈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며 발을 뺐다.

하지만 그는 ‘당이 박 전 대표 체제로 완전 탈바꿈했다’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에 대해 “전문가가 어느 분인지 모르지만 엉터리”라며 “당은 홍준표 체제로 정리가 된 것”이라고 밝히는가 하면, 친박계로부터 지지를 받았을 것이라는 분석에 대해서도 “이번에 저를 지지해준 분들이 친박도 있고 친이도 있고, 소장파도 있고, 쇄신파도 있다. 당내 두루두루 지지를 받은 것이지 친박의 일방적 지지를 받은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일정 부분 박 전 대표와의 거리를 두려는 이른바 ‘선 긋기’로도 보여 질 수 있는 대목들이다.

하지만 이내 대선후보와 관련해서는 “국민 여론상 방해가 없다면 (박 전 대표가) 후보가 되는 게 확실하다”고 박 전 대표를 치켜세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걷잡을 수 없는 입담으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의 평소 고착된 이미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박근혜 체제가 아닌
 홍준표 체제로 정리”

홍 대표는 이어 “지금 이대로라면 92년도 YS, 97년 DJ와 같은 (일방적인) 경선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경선 흥행을 위해 다른 대선후보들이 좀 분발해 달라”고 당부했다.

내년 대선후보 경선의 관리책임을 맡게 될 가능성이 큰 신임 당대표가 ‘박근혜 대세론’에 대해 언급하자 한나라당 안팎이 시끄러워졌다.
다른 대선 예비주자 진영은 “내년 대선후보 경선을 관리해야 할 대표가 벌써부터 한쪽 편을 드는 것 같다”는 불만과 함께 집중 공격을 당하기도 했다.

홍 대표의 발언은 박근혜 대세론이 현실이긴 하지만 그 대세론이 대선 승리로 과연 이어질지를 놓고 당내에서 다양한 견해가 터져 나오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한 소장파 의원은 “내년 하반기쯤 야권의 단일후보와 박 전 대표의 지지율 격차가 줄어들기 시작하면 ‘대안론’이 나올지도 모른다”며 “2011년의 대세론으로 2012년의 우세를 점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홍준표 “첫 개혁과제는 ‘계파 타파’” 목소리 높여
과거의 앙금 털어내며 ‘보완재’ 역할 충실히 이행?

홍 대표는 “박 전 대표는 당이 어려울 때는 언제나 정면돌파를 해왔다”면서 박 전 대표가 내년 총선에서 전면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총선에서 참패하면 대선이 어려워진다”며 “박 전 대표의 대선 문제도 걸려 있기 때문에 내년 총선에는 안 나설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에서 홍 대표가 박 전 대표에게 선대위원장을 제안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한편 홍 대표는 지난 6일 자신의 ‘정치스승’인 김영삼 전 대통령의 사저를 예방해 ‘각하’라 부르며 큰절을 올렸다. 홍 대표는 당선 축하인사를 건네는 김 전 대통령에게 “저희들이 다 ‘YS키즈’다”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김 전 대통령은 박 전 대표에게 민감한 사안이고 내년 대선에서 아킬레스건으로 작용될 지도 모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쿠데타 한 놈’으로 칭했다.

박 전 대표로선 자신의 아버지를 ‘쿠데타 한 놈’으로 칭한 그를 정치적 스승으로 따르는 홍 대표와 어떤 관계를 이어 나갈지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다.

여전히 불안한 둘 관계
공동 목표로 하나 되나

예전부터 날 선 공방을 벌였고 지금도 아슬아슬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두 사람이지만 정책면에서는 친서민, 복지강화라는 큰 틀에서 일치하고 있기 때문에 노선 갈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홍 대표는 “이제 한나라당은 참보수의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제 홍준표의 한나라당 개혁을 시작하겠다”고 밝히면서 “서민 속으로 들어가겠다. 그동안 서민특위 위원장을 하면서 추진 못한 과제도 다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유 최고위원은 홍 대표와 달리 ‘무상급식’과 ‘4대강 예산 축소’에 찬성하고 있어 내홍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친박계 정책통인 이한구 의원은 “구체적인 내용으로 들어가면 해당 분야에 전문인 의원들과 협의해서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충분히 조율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했던 그이기에 친박계 쪽에서는 불안한 시선이 여전히 남아있다.

그렇지만 대다수 친박계 쪽에서는 홍 대표가 당이 위기인 상황에 중책을 맡은 만큼 당을 혼란에 빠뜨리는 일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현했다.

서병수 의원은 “홍 의원이 대표가 아닐 때는 예측불허의 모습을 보였지만 앞으로는 상황이 다를 것”이라며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잘 협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와 홍 대표. 이들은 그간 많은 다툼과 갈등을 표출하기도 했지만 종국에는 내년 총선 승리를 이끌고 정권 재창출을 이룬다는 공동의 목표가 있다.

현시점에서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자신을 낮추고 서로 긴밀한 상호 작용이 필요한 것만은 분명하다.
 
홍 대표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직설 화법’을 박 전 대표에게도 사용해 예전의 갈등을 재조장 할지, 최근에 했던 말처럼 박 전 대표의 ‘보완재’ 역할을 할지 두고두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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