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함의 기술

2017.09.18 09:45:03 호수 1132호

사라 카우프먼 저 / 뮤진트리 / 1만8000원

우아함이란 무엇인가?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느낄 수 있지만 말로 표현하기는 어려운 것,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서 찾을 수 있고 우리의 삶 자체를 고양시켜주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일상에서 너무나 잊고 사는 것. 
18세기의 스코틀랜드 철학자 토머스 리드는 “최후의 그리고 가장 고상한 아름다움은 우아함”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아함을 정의할 수 없는 것으로 생각했다. 철학자들이 주로 하는 일이 바로 사물을 정의하는 것인데, 왜 리드는 우아함에 대해서는 손을 놓았을까? 
<워싱턴 포스트>에서 이십여 년 동안 예술·스포츠· 문화 관련 글을 써오고 있는 이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가는 그 오묘함 때문에 누구도 명쾌한 분석을 내놓지 못한 우아함이라는 주제를 붙들고 우리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드러나는 사례들을 찾아 우아함의 차원과 속성을 살펴본다. 
저자는 ‘우아함’의 전형으로 영화배우 캐리 그랜트를 소개한다. 오드리 햅번과 함께 출연한 영화 <샤레이드> 촬영을 앞두고 벌어진 해프닝을 예로 들면서 저자가 그랜트를 우아함의 본보기로 거론하는 이유는, 그가 멋진 외모와 탁월한 신체 연기뿐만 아니라 늘 상대방을 배려하고 자신보다 상대방을 빛나게 해주려는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대로부터 사람들은 ‘지성, 잘 단련된 몸, 그리고 상대를 배려하는 이해심’이라는 세 가지를 우아함의 필수 요소로 꼽았다. 내면의 성장을 위해 지성을 가꾸고, 건강한 정신을 위해 신체를 잘 유지하고, 품격과 자존심을 유지하는 것은 시대를 막론하고 사람답게 살기 위한 필요 기술이 아닐까. 품격은 드물고 무례함이 넘치는 사회에 살다보니 우아함이라는 것이 이제는 사라져버린 옛 기술인가 싶기도 하지만, 저자는 그 잠재력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는 것을, 우아함은 우리 모두가 훈련을 통해 개발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저자는 왜 우리가 편안하게 경기를 하는 운동선수들에게 감탄하며 중력을 거스르는 듯한 무용수들의 움직임에 매료되는지, 왜 예기치 못한 타인의 친절과 배려에 깊은 감동을 느끼는지, 왜 형태적 아름다움이 전부가 아닌지, 종교의 영역에서는 왜 우아함이 은총이 되고 자비가 되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왜 우리가 아름다움을, 우아함을 사랑하는지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분석하면서, ‘인생을 우아하게 건너는 법’을 제안한다. 
우아함이란 무엇인지, 우아하게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를 제대로 보여주며, 우리가 잊고 있던 일상의 우아함으로 우리를 안내하는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우리는 타고난 모방자들이므로, 우아함을 많이 볼수록 우리도 더 우아해질 수 있다는 것, 그저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잡아서 몸에 대고 느끼고, 냄새를 맡다 보면 우아한 행동은 감각적으로 내게 밀려든다는 것. 그다음 단계는 연습이니 편안한 움직임?자기통제? 따뜻함을 기르라는 것, 그리고, 우리 주변의 우아한 것들을 주시하고 그것을 내 것으로 완벽하게 붙들자는 것. 일상에서의 우아함·내면의 우아함을 잊고 사는 우리에게 여러 가지로 시사하는 게 많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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