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론 상생, 뒤로는 등골 빼먹는 롯데그룹의 두 얼굴

2011.07.01 08:37:35 호수 0호

“같이 살자더니…” 배고파 우는 아이 뺨 ‘찰싹’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꿈과 희망의 나라’ 롯데월드. 이곳 지하 식당가 상인들 50여명에게 ‘꿈과 희망’은 먼나라 얘기다. 떠오르는 건 절망이요, 나오는 건 한숨뿐이다. 롯데월드가 지하상가를 새롭게 꾸며 롯데쇼핑에 임대해준다는 이유로 상인들을 내쫓기로 했기 때문이다. 언제 거리로 내몰릴지 알 수 없는 상인들은 요즘 불안과 눈물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음식점 강제 철거…권리금 등 수억원 날리게 될 상황 
대체 매장·재입점 요구 거절…제소 전 화해 들먹여

지난달 28일 정오, 롯데월드 지하 1층. 평일임에도 롯데월드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반면 이곳 식당가는 한산하다 못해 썰렁하기까지 했다. 롯데가 상인들을 거리로 내몰면서 식당가가 ‘암흑가’로 변해버린 탓이다. 영업을 중단한 것으로 여긴 대부분의 손님들은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이곳을 스쳐지나갔다.



식당가 암흑가

최근 롯데그룹 직원들의 발길이 끊어진 것도 한몫했다. 롯데그룹은 최근 직원들의 외부 식당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구내식당을 이용하라는 것이다. 식단의 질적 향상 및 직원 근무기강 확립 차원이라는 이유를 들었지만 식당가 상인들을 궁지로 내몰기 위한 롯데의 수법이라는 게 이곳 상인들의 주장이다.

롯데월드가 이런 ‘반칙’까지 서슴지 않으면서 상인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는 건 왜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돈 때문이다. 롯데월드는 매달 임대료를 받고 점포를 빌려주는 게 아니라 롯데쇼핑에 임대, 수수료를 받는 식으로 운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한 푼이라도 더 챙기려는 심산이다.

가장 먼저 풍랑에 휩쓸린 건 1층과 지하를 연결하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될 자리에 있는 상점들이었다. 4명의 상인들은 2009년 12월까지 가게를 내놓으라는 요구를 받았었다. 안 나가고 버텨봤지만 소용없었다. 롯데는 지난 5월초 퇴점 요구를 거부한 식당 중 한 곳에 직원과 용역 30여명을 투입해 집기를 빼고 문을 걸어 잠갔다. 이곳 주인 안모씨가 출근하기도 전인 오전 7시에 벌어진 일이었다.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현재 인근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안씨는 지난 1995년부터 15년째 장사를 해왔다. 다른 상인들도 마찬가지다. 상인들 대다수는 롯데월드가 완공된 1989년 7월부터 10평 내외의 매장을 분양 받아 1년 단위로 재계약을 하는 식으로 20년 넘게 생계를 꾸려왔다. 롯데와 상인들의 20여년 ‘동거’는 롯데의 ‘과욕’에 의해 깨지게 됐고, 이곳 업주들은 일순간 삶의 터전 자체를 위협받는 처지에 놓여야 했다.

사실, 상인들의 ‘거리행’은 2년 전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롯데월드는 지난 2009년 재계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임대차계약을 중도에 해지할 수 있고, 상인들은 어떠한 금전적 청구도 하지 못한다는 내용의 ‘제소 전 화해 조항’을 요구했다. 상인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서에 사인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제소 전 화해 조항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재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롯데의 으름장 때문이었다.

공사 기간 중 대체 매장을 마련해주고, 공사 이후에는 재입점을 시켜달라는 상인들의 요구에 ‘콧방귀’도 뀌지 않는 것도 모두 이 조항 때문이다. 조항에 서명을 했으니 군말 없이 나가란 것이다.

이 같은 처사에 상인들은 울분을 토하고 있다. 지하 식당가에서 쫓겨나게 될 경우 그동안 투자한 권리금은 물론 인테리어 비용까지 수억 원을 잃게 돼서다.

무엇보다 상인들을 분노케 하는 건 ‘두 얼굴의 사나이’를 방불케 하는 롯데의 태도다. 롯데월드는 인명사고로 6개월 동안 롯데월드가 문을 닫는 등 위기 때만 되면 “곧 매출이 오를 것”이라며 발목을 잡고 늘어졌다. 그러나 실제로 매출이 오를 기미를 보이자 롯데는 얼굴을 고쳤다. 롯데가 매출 급감으로 위기에 몰리자 임대료를 꼬박꼬박 내는 서민 상인들을 ‘안정적 수익원’으로 대접하다 상황이 좋아지자 내친 셈이다.

롯데월드와 입주 상인들 사이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 2층 쇼핑몰에 입주한 상인들과도 마찰을 빚은 바 있다. 그나마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가 2008년 호텔롯데로부터 롯데월드 1, 2층 상가 운영권을 넘겨받으면서 지난 4월 가까스로 이곳 상인들과의 협상이 타결됐다. 그러나 뒷맛은 개운치 않았다. 합의에 16개월이란 시간이 걸린 데다 보상도 만족스런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당시 합의된 보상금 규모는 현재 보증금 (5000만~8000만원)의 2배와 9개월 치 임대료에 해당하는 금액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신천 인근 상권은 상가권리금만 2억원에, 새 점포 개장에 드는 비용까지 포함하면 결코 후한 액수가 아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지하식당가 상인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롯데가 “돈이 없으니 법대로 하자”며 강경한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돈 없으니 법대로

이에 대해 김성협 비대위 사무국장은 “롯데는 한 푼이라도 더 챙기기 위해 영세한 상인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다”며 “상인들의 생존권을 박탈하면서 겉으론 동반성장, 상생경영 등을 외치는 가식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사무국장의 말대로 롯데는 현재 다양한 상생경영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상생을 강조하면서 뒤로는 자기 배만 채우려는 작태에 “같이 살자”는 식당가 상인들의 외침은 공허한 메아리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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