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판결]미성년자 성폭행 70대 남성 무죄 이유?

2011.06.30 06:55:00 호수 0호

”성기에 점 봤다” VS ”발기부전이라니까”

미성년자를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70대 남성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건의 직접적인 증거는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데 이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피의자가 지난 15년 동안 발기부전을 앓아왔다는 사실은 재판부가 무죄 판결을 하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피해자와 피의자, 과거의 사건의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이 두 사람뿐이다. 과거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고, 재판부는 이를 어떻게 판단했는지 사건을 재구성했다.

상습 성폭행 미성년자 진술에도 재판부는 ‘무죄’ 
당뇨 합병증으로 발기부전 성폭행 ‘증거 불충분’

미성년자 상습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70대 남성에게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다.

전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는 지난 21일 미성년자를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혐의(청소년 강간 등)로 기소된 서모(70)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또 검찰이 청구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 청구도 기각했다.



4차례 성폭행이 무죄?

서씨는 전남 고흥군 점암면에서 과수원을 운영하면서 장애인 부부에게 일자리를 내줬다. 2004년 당시 장애인 부부에게는 9살 난 딸 A양이 있었지만 장애를 가진 몸으로 과수원 일에 전념하느라 A양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 부부의 우려와 걱정 속에서도 A양은 건강하게 자라줬다.

그렇게 5년의 시간이 흘렀고, 뜻밖에도 지난해 서씨는 검찰에 구속기소 당했다. 자신이 운영하던 과수원 컨테이너 박스에서 A양을 성추행하는 등 모두 4차례에 걸쳐 성폭행한 혐의에서다.

당시 피해자 A양은 처녀막이 이완됐고, 주로 성교에 의해 전염되는 트리코모나스 질염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서씨의 성기에 점이 있다고 진술하는 등 침착하게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또 4차례에 걸친 성폭행 과정이 5~10분간 이어졌다며 비교적 디테일한 진술까지 덧붙였다. 하지만 법원은 A양의 진술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씨의 강력한 혐의부인과 반론 때문이었다.

서씨는 검찰 구속 과정에서부터 재판에 이르기까지 진술을 번복하지 않고 초지일관 같은 진술을 유지했다. "20여 년 전부터 당뇨를 앓아와 15년 전부터 발기가 전혀 되지 않아 성폭행을 했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무죄를 주장한 것.

실제 당뇨병 환자의 경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40~50%의 환자에게 발기부전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서씨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법원이 병원에 의료감정촉탁을 한 결과, 서씨는 발기부전치료제를 복용하도고 발기가 전혀 되지 않았다.

결국 앞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서씨에게 징역 15년과 전자발찌 착용 10년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서씨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전자발찌 착용 명령마저 기각했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이 사건의 직접적인 증거로는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데 피해자에 대한 진찰 결과, 처녀막이 이완됐고, 주로 성교에 의해 전염되는 트리코모나스 질염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또 피해자는 피고인의 성기에 점이 있다고 진술했는데 실제 피고인의 성기에 점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점 등을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성폭행한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도 "하지만 피해자는 성폭행 당시 5~10분간 관계를 가졌다고 진술하고 있는 반면, 피고인은 병원에서 발기부전치료제를 복용하고도 발기가 전혀 되지 않은 점, 고령인 점 등을 볼 때 피해자의 진술이 진실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결국 재판부는 피의자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피해자의 진술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이 사건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거로 볼 수 없다"며 무죄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의 이 같은 판결에 대해 법원 관계자는 "피해자의 진술이 과학적 실험을 통해 부정됐기 때문에 피고인이 무죄를 선고받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증거가 없어, 증거가…

하지만 이번 재판결과와 관련 일각에서는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지금까지 고령의 남성이 성폭행 사건을 저질렀을 때 단골로 등장하는 범행 부인 이유가 발기부전 이었고, 실제 발기부전임에도 불구하고 상습적으로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2001년 1월 서울 양천구에서 발생한 아동성폭력 사건의 가해자는 당시 62세의 신모씨였다. 신씨는 1999년 이미 아동성폭행 혐의로 구속,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지만 유예기간을 넘기지 못하고 또 아동성범죄를 저질렀다.

당시 신씨는 집행유예기간 동안 저지른 범행 혐의를 모두 부인하면서 "10년 동안 발기부전이었기 때문에 성폭행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건은 2년 가까운 법정 공방 끝에 신씨의 성폭행 사실이 인정됐다. 60대의 발기부전환자가 상습적으로 미성년 아동들을 상대로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피해자들에게 성폭력을 가할 수 있는 수단이 가해자의 성기만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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