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호탁의 정석투자> 베이비부머의 투자와 정부 정책

2017.08.03 11:50:55 호수 1225호

50대 가장을 둔 많은 가정에 비상이 걸렸다. 베이비부머라 불리는 1955∼1963년 출생자들이  명예퇴직 또는 정년 퇴직으로 속속 사회 생활을 마무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최근 직장을 그만 두는 경우는 그래도 행운이다.



한국 사회에 사오정(45세 정년), 오륙도(56세까지 직장에 다니면 도둑)이라는 말이 나온 지 꽤 오래 됐기 때문이다.

강아지도 가둬 놓으면 싫어하는데 이제껏 옥죄고 있던 굴레를 벗어나 그토록 원하는 자유를 얻었는데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겁이 덜컥 난다. 매일 그를 괴롭히던 출퇴근 전쟁과 실적 압박, 그리고 더 이상 상사나 부하 직원들의 눈치를 보지 않게 됐는데도 기쁘지 않다. 시간적 자유는 얻었지만 경제적 자유는 멀어지는 것 같기 때문이다.

대개 이제까지 열심히 뛴다고 했지만 마음껏 소비할 자유는 없다. 시간을 투자하고 지식과 노력을 바쳐 돈을 벌어 왔는데 이제 온통 시간만 멀뚱하게 남아 있는 상황이 되어 당황한다. 그리고 날짜가 가며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에 맞는 대우를 해 줄 곳이 별로 없다는 것에 다시 놀란다.

그래서 세상이 자신을 무시한다는 오해를 하게 되고 자기 PR에 집착한다.

“내가 이래봬도 왕년에는” 식의 얘기가 나오기 시작하면 묻지도 않은 자식 자랑 등과 곁들여 몇 시간을 하는 경우도 있다. 점점 심해지면 주위서 사람들이 멀어져 간다. 지인들은 물론이고 가족과의 관계에도 문제가 된다.


권위 있는 외국 연구기관의 조사에 의하면 65세 이상자의 삼분의 일이 우울증이라 한다.

첫째 원인이 인지부조화(상황 파악을 제대로 못하고 자신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등) 그리고 반추(지나치게 옛일을 곱씹는 것)와 무망(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등이 주된 원인이라 한다.

그런데 역시 가장 그들을 힘들게 하는 문제는 경제적 어려움이다. 모아 놓은 게 거의 없는데 아직 공부가 끝나지 않은 자녀가 있으면 더 걱정이 된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50대 이상자가 노후에 필요로 하는 생활비 수준은 부부 기준 최소 월 174만원, 개인 기준 월 104만원이라고 한다. 이 정도의 대비가 안 된 가정이 많다. 이러니 폭염에 폐지를 주우러 다니는 어르신들이 남 일 같지 않아 보이고 한숨이 절로 나온다.

있는 돈은 어떻게 튀길까? 따져 보면 역사적으로 가장 큰 수익을 안겨 준 투자는 은행 예금이다. 예금은 인플레를 따라 갈 수 있는가의 문제는 있지만 절대 손해는 보지 않는다. 그리고 부동산, 채권 등이고 주식은 맨 마지막이다.

원금 손실 가능성이 높은 위험한 투자기 때문이다.

그런데 퇴직하면서 들고 나온 쌈짓돈을 은행에 맡기자니 도저히 생활비 감당이 안 될 것 같고 시간도 남겠다 시원하게 오르내리는 주식 투자를 시작하게 된다. 이런 경우 아무런 준비 없이 주식 투자에 나서면 매우 위험하다.

주식 투자도 직장에 다닐 때와 마찬가지로 시간에 투자할 여유가 필요하다. 최대한 시간을 절약하고 돈을 빨리 굴려 수익을 쌓겠다는 마음이 계좌를 멍들게 하고 후회를 낳는다. 충분히 공부 후 시작해야 한다.

이런 양극화가 심화된 세태에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문재인정부에 국민이 거는 기대가 크다.

월세 수입이 갈수록 쌓여 정기적으로 새로운 건물을 매입하는 여력을 가진 사람들 보다는 학자금 대출 등 문제로 쓸 돈이 없는 청년에게 주는 혜택은 바로 소비로 이어지고 나아가 그들이 사랑할 여유도 생기고 궁극적으로 결혼과 인구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


‘성장을 위한 분배’다. 부자 증세, 최저 임금 그리고 부동산 대책 등 정책이 나오는 중인데 마치 이것을 포퓰리즘으로 모는 일부 시각은 안타깝다. 성장과 분배는 동전의 양면처럼 따로 떼어 놓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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