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 확실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2011.06.14 13:01:26 호수 0호

‘글로벌 프레지던트’…세계가 ‘반’하다

[일요시사=정혜경 기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연임의지를 공식 발표했다. 세계의 뜨거운 지지 행렬이 이어졌다. 취임 초 들려오던 비판의 목소리는 온데간데없다. 격려와 찬사만이 있을 뿐이었다. 모두 반 총장의 리더십과 재임 중 성과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렇다보니 이변이 없는 한 연임은 떼 놓은 당상이다. 대체 세계가 반한 반 총장의 매력은 무엇일까.

각국 뜨거운 지지 행렬에 반 총장 눈시울 붉어져
가난한 국가의 인도주의적 일에 양팔을 걷어붙여



지난 6일 유엔 본부가 술렁였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공식적으로 연임에 출사표를 던진 데 따른 것이다.

반 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다중적인 범세계적 위기 속에 유엔이 직면해 있는 여러 현안을 완수하기 위해 회원국들이 지지해 준다면 영광된 마음으로 5년 더 이 위대한 기구를 이끌고 싶다”며 연임 출사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어 반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지난 4년 반을 돌이켜보면 유엔과 국제사회에 큰 도전의 시간이었으나 우리가 함께 이룬 성취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며 기후변화 의제 선도, 미얀마·아이티·파키스탄 위기에 대한 대처 등을 성과로 뽑았다.

“현안 완수 위해 5년 더 이끌겠다”

반 총장은 또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인권과 국제 정의를 향상시키며, 기아와 가난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구제해야 한다”며 “ 모든 국가와 유엔 가족들이 함께 일해야 유엔의 고귀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며 함께 일해야 세상의 높은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강조하고 ‘변화속의 통합’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미국, 중국, 프랑스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들과 아시아 주요국 등이 잇따라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미국 백악관은 지난 7일 성명을 통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반 총장의 연임 출마 발표를 환영한다”며 “미국은 그의 출마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리바오둥 유엔 주재 중국 대사도 반 총장의 재선 도전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알랭 쥐페 프랑스 외무장관도 성명을 통해 “매우 환영할 만한 뉴스”라고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일본의 간 나오토 총리는 역시 반 총장에게 연임을 지지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날 오전 유엔본부에서 열린 아시아그룹 조찬회의에서도 53개 회원국 가운데 중국, 일본, 인도, 카자흐스탄, 쿠웨이트, 아프가니스탄 등 30여개국 대사들이 앞다퉈 발언하는 등 회원국들의 지지 의사 표시가 이어졌다.

심지어 북한도 반 총장의 연임을 적극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신선호 유엔 주재 북한 대사는 반 총장과 인사말을 나누는 자리에서 “우리는 총장님의 재선을 적극 지지합니다. 그러나 공개 지지 연설은 안 할 생각입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예상치 못한 뜨거운 지지 행렬에 반 총장은 눈시울까지 붉혔다는 후문이다.

돌발 변수가 없는 한 반 총장이 연임에 성공하리란 게 외교국의 공통된 견해다. 유엔사무총장 인선의 키를 쥐고 있는 안전보장이사회의 5개 상임이사국(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 모두가 반 총장의 연임을 찬성하고 있는데다 다른 경쟁 후보도 없기 때문이다. “카리스마가 부족하다” “투명성이 부족하고 책임감도 결여됐다”는 등의 비판에 시달리던 취임 초와는 180도 달려진 상황이다. 이는 하루아침에 이뤄진 게 아니다.


인류의 미래 위협하는 기후변화에도 엄청난 집념
겸손함, 특유의 친화력으로 ‘적 없는 사람’ 통해

반 총장이 2007년 1월 1일 임기를 시작한 이래 2009년 6월 30일까지 2년6개월 간 출장을 다닌 거리는 무려 116만2635Km다. 지구를 30바퀴나 돈 셈이다. 이 기간 중 장관급 이상 회담이 880회, 이동거리가 45만Km, 각국 정상 및 총리를 포함한 장관급 이상 면담 350회, 정상과의 전화통화만 해도 400회다.

192개 회원국을 아우르는 유엔 사무총장은 세계에서 가장 바쁜 자리다. 반 총장을 옆에서 지켜본 유엔 관계자들은 “지난 4년 동안 정말 꾹 참고 열심히 일했다”고 입을 모은다. 반 총장은 특히 가난한 국가의 인도주의적 일에 양팔을 걷어붙였다.

지난 2008년 5월 서남아시아의 미얀마에 열대폭풍 나르기스가 덮쳤을 때의 일이 대표적이다. 당시 나르기스는 14만5000여명의 인명을 앗아갔다. 그럼에도 미얀마의 군부는 자신들의 치부가 드러나는 게 두려워 문을 걸어 잠그고 있었다. 세계의 어느 나라도 가난한 독재국가의 재난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반 총장은 아시아 각국 대사들을 관저로 불러 미얀마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요청했다. 그리고 국민의 재난에 무심한 미얀마의 군부를 설득하기 군부 실세와 직접 만나 죽어가는 당신들의 국민을 살려야 한다고 호소했다. 결국 미얀마는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아들였다.

반 총장은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기후변화에 대해서도 엄청난 집념을 보였다. 2007년 발리 기후변화회의가 주요국의 이견으로 좌초할 위기에 처하자 회의 일정을 미리 끝내고 동티모르에 가 있던 반 총장이 유엔의 털털거리는 프로펠러기를 타고 다시 회의장을 찾았던 것은 유명한 일화다.

지난 2009년에는 전 세계 150개국의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스위스 제네바에서 국제적 기후변화 문제 대처에 따른 ‘제3세계 기후회의’를 열기도 했다. 이 회의에서 반 총장은 “기후변화는 폭넓은 경제적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며 “지금 시점에서 배기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투자해야 한다”는 무공해 에너지 절약형 방안을 내놨다.

설득력 있는 반 총장의 설명에 이 자리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현재 각국은 ‘녹색성장’이란 국가적 슬로건 내걸고 공해 없는 전기자동차를 생산하는 등 ‘친환경 경제성장’의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1년에 지구 12바퀴
장관급 회담 880회

반 총장은 겸손함과 특유의 친화력으로 ‘적이 없는 사람’으로 통한다. 특히 그의 외모는 지극히 부드럽다. 미소 띤 얼굴과 신사다운 행동은 어린아이를 연상시킬 정도다. 하지만 한 번 마음먹은 것은 반드시 이뤄 내는 강한 의지를 가졌다는 게 주변인들의 평가다. 부드러움과 강인함을 겸비한 ‘외유내강형’ 인물인 것이다.

반 총장은 또 ‘일에 미친 사람’으로 통한다. 취미도 없고 오로지 일에만 몰두한다고 해서 내려진 평가다. 전형적인 워커홀릭이다. 특별히 휴가를 가지도 않는다. 일요일 출근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며 새벽부터 밤까지 일하는 게 몸에 배어 있다. 미국과 유럽?중동?아프리카 출장의 경우 시차를 감안, 이동하는 시간에 비행기에서 숙박하는 일정을 잡는 게 다반사다.

반 총장의 이런 기질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게 아니다. 실제, 반 총장은 “대학 시절 바둑에 취미를 가져보려 했지만 그보다는 학습에 시간을 더 집중하고 싶어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공공연히 말해왔다. 대학 친구들은 그를 늘 공부만 하는 ‘범생이’로 기억할 정도다. 여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어릴 적부터 꿈꿔온 외교관의 길 때문이다.

반 총장은 어릴 적부터 외국어 실력이 남달랐다. ‘영어신동’으로 통할 정도였다. 그러던 지난 1962년 충주고 재학 시절 미국 정부가 주최하는 영어 웅변대회에서 입상, 부상으로 미국을 방문할 기회를 갖게 됐다. 그리고 대회를 주최한 미국 적십자사의 주선으로 존 F 케네디 당시 미국 대통령과 마주하게 됐다. 그 자리에서 그는 서슴없이 자신의 장래 희망은 외교관이라고 말했다. 반 총장은 지금도 당시를 회상하면서 “케네디 대통령을 만났을 때 외교관의 꿈을 다졌다”고 말한다.

“평화·안정·개발·인권
위해 노력할 것”

이후 반 총장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제3회 외무고시에 합격, 1970년 5월 외무부에 들어와 40년 가까이 외교관의 길을 걸었다. 외교부내에서 그는 상하좌우의 모든 인사들로부터 신뢰를 얻었다. 그러다보니 선배들은 의례 반 총장을 가까이 두고 싶어 했다. 관운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차관보, 차관과 청와대의 외교안보수석비서관과 외교보좌관, 외교통상부 장관 등의 요직을 두루 꿰찰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가운데 반 총장의 능력이 빛나기 시작한 건 지난 2001년 당시 한승수 외교부 장관이 겸임했던 제56차 유엔총회의장 비서실장으로 발탁되면서부터다. ‘9·11 사태’로 유엔 차원의 테러방지에 적극적이던 때, 그는 각 국가 간 이견 조율 업무를 훌륭히 수행해 명성을 쌓았다. 특히 장관답지 않은 온화하고 부드러운 학자적 외모로 대중에게 탁월한 외교술을 선보였다. 지난 2004년 이라크에서 ‘김선일씨 피살사건’이 벌어졌을 때 국민들의 질타가 쏟아져 한때 입지가 흔들리긴 했지만 슬기롭게 극복하고 지난 2006년말 유엔 사무총장에 당선됐다.

이후 반 총장은 4년6개월간 주어진 업무를 충실히 수행했다. 그리고 지금 첫 임기의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재임이 확정적이다.

두 번째 임기의 중점 과제에 대해 반 총장은 “국제 사회가 직면한 다중적인 도전들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평화·안정·개발·인권을 위한 노력을 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2015년까지 계획돼 있는 새천년개발목표 달성을 위해 애쓰고 새천년개발목표를 넘어서는 포괄적이면서 지속 가능한 개발 의제를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또 내년에 열릴 유엔 지속가능발전 정상회의에서도 성공적인 결과가 도출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무엇보다 여성 지위 향상, 핵 없는 세상, 대규모 재난과 분쟁이 발생했을 때 유엔의 인도적 지원 능력제고 등을 중점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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