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이후… 골프업계 동향

2017.05.22 10:32:11 호수 0호

제약 많아도 칠 사람은 친다

골프장들이 입장료 할인에 따른 이용객수 증가로 영업이익이 소폭 증가해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영향은 크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7일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발표한 ‘2016년 골프장 업체들의 경영실적 분석(잠정)’ 자료에 따르면 국내 회원제와 대중골프장 265곳의 통합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12.1%로 2015년보다 0.8%포인트 상승했다.



작년 265개 골프장 영업이익률 증가
대중제 골프장 내장객 회원제 앞질러

이 자료는 2013년 이전에 개장한 회원제 골프장과 2015년 이전에 개장한 대중 골프장을 대상으로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각사 감사보고서를 기초로 분석했다.제주권을 제외한 134개 회원제 골프장의 지난해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1.7%로 2015년(-0.5%)보다 1.2%포인트 하락했지만 131개 대중 골프장의 영업이익률은 29.2%로 2015년(28.5%)보다 0.7%포인트 상승했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골프장이 경영난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 있었지만 예상과 달리 큰 타격은 없었던 것이다. 회원제 골프장은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빈 시간대를 회원들이 채우고 입장료 대폭 할인으로 비회원들을 유치하면서 홀당 이용객수가 2% 늘어났다. 입장료 할인에 따른 비회원들의 객단가가 낮아지면서 영업이익률은 소폭 하락했다. 

대중 골프장들은 대중 골프장수 증가(대중제 전환 24개소, 신규 개장 13개소)로 주변 골프장과의 가격인하 경쟁이 치열해졌지만 비수기 시간대 입장료를 대폭 할인하고 불필요한 비용절감 등으로 영업이익률이 상승하면서 크게 성장했다.

영업이익률 상위 10곳의 경우 대중 골프장은 영남권, 회원제 골프장은 수도권 골프장들이 대거 포함됐다. 히든밸리CC(충북 진천·27홀)는 영업이익률 57.3%를 기록하면서 대중 골프장 가운데 2년 연속 영업이익률 1위를 차지했다. 공무원연금공단에서 운영하는 천안상록CC(충남 천안·27홀)가 57.1%로 2위,엠스클럽CC (경북 의성·27홀)가 54.3%로 3위를 기록했다.


유입인구 증가

회원제 골프장에서는 국가보훈처 산하 88CC(경기 용인·36홀)가 293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38.2%로 1위를 했다. 팔공CC (대구·18홀)가 35.1%로 2위, 부곡CC(경남 창녕·18홀)가 34%로 3위를 차지했다.

대중제 골프장 내장객은 회원제 골프장을 앞질렀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회장 박정호)가 지난달 17일 발표한 2016년 전국 골프장 내장객 현황에 따르면 대중제 골프장 내장객은 1966만명으로 회원제 골프장 내장객(1852만명)보다 많았다. 

대중제 골프장이 회원제 골프장보다 내장객이 많아진 것은 골프장 내장객 통계를 뽑기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지난 2006년에는 회원제 골프장 내장객은 1350만명으로 대중제 골프장 내장객 614만명보다 2배가량 많았다.

이렇듯 대중제 골프장 내장객이 회원제 골프장을 넘어선 것은 대중제 골프장의 수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2006년에는 대중제 골프장이 불과 93개뿐이었고 그 당시 회원제 골프장은 157개였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2015년에는 회원제 골프장은 218개에서 지난해 196개로 줄고 대중제 골프장은 265개에서 290개로 증가했다. 회원제에서 대중제로 전환한 골프장이 24개에 이르렀다.

대중제 골프장은 회원권이 없어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고 그린피를 비롯한 각종 이용료가 저렴하다. 소수 회원에게 예약 우선권을 주는 회원제보다 이용이 쉽다는 점도 대중제 내장객이 늘어난 이유다. 대중제는 홀당 내장객이 4135명으로 회원제 3838명보다 많았다. 18홀 코스를 기준으로 대중제는 평균 7만4430명, 회원제는 6만9084명을 손님으로 받았다.

골프장과 골프장 내장객은 지난 10년 동안 꾸준하게 늘어나 지난해 골프장 486개에 모두 3672만명이 찾았다. 483개 골프장에 3541만명이 들어온 2015년보다 골프장과 내장객 모두 증가했다.

실속파 눈길

대중제 골프장의 활성화는 ‘혼골족’의 증가와 관련 깊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혼자 밥 먹고 혼자 술 마시는 문화가 자연스레 정착되고 있는 분위기다. 골프 역시 무관치 않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접대골프가 줄어드는 대신 모르는 사람들과 조인해 골프를 즐기는 혼골족(혼자 골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팀 구성, 부킹, 시간 맞추기 등의 걱정이 없이 자신의 스케줄에 맞춰 조인하는 실속파들인 셈.

골프의 본고장 미국에서는 대다수의 골퍼들이 혼골을 경험해봤다. 최근 국내에서도 혼골족의 수요가 커지고 있다. 경기 고양의 올림픽컨트리클럽의 경우 종전 50% 정도였던 혼골족이 김영란법 시행 이후 80% 이상으로 늘어났다.


이렇듯 ‘혼골 문화’가 형성되면서 골프장뿐 아니라 ‘혼골 조인’ 카페와 동호회 등도 증가하고 있고, 해외 원정을 원하는 혼골족을 연결시켜주는 동호회도 있다. 특정한 시간대에 정기적인 모임이 가능한 혼골족 온라인 사이트까지 등장했다.

진입장벽 낮추자 ‘혼골족’
합리적 소비문화 확대 움직임

스크린 골프 업체들은 온라인 대전 시스템을 통해 상대방과 경기할 수 있도록 하는 혼골족을 위한 ‘배틀존’ 서비스까지 출시했다. 프로 골퍼에게도 도전장을 낼 수 있어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혼골족을 위한 골프대회가 열리기도 한다.

혼골의 최대 장점은 4명의 팀을 구성하고 부킹하는 번거로움이 없다는 것이다. 각자 시간 날 때 예약하고 다른 혼골족을 만나 9홀이나 18홀을 저렴한 비용으로 즐길 수 있다. 단 모르는 사람과 팀을 이뤄 라운드를 하는 데 거부감이 없어야 한다. 혼자도 괜찮고, 부부나 연인, 친구 등 2명도 가능하다. 필요한 인원수만큼 차면 4인 플레이를 할 수 있다. 혼골족을 위한 2인 플레이가 가능한 골프장도 있다.

골프는 에티켓이 중요한 운동인 만큼 혼골의 경우에도 지켜야 할 매너가 있다. 먼저 직업, 나이 등 사적인 질문을 하는 건 실례다. 서로 다른 환경과 출신, 직업군의 사람들과 어울리려면 상대방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야 한다. 남녀가 함께 조인할 경우 관계를 묻는 것도 금지다. 요구하지 않는 레슨은 하지 말고 그린피도 각자 내듯이 그늘집 비용도 각자 계산하는 게 좋다.

혼골족은 대체로 진지한 골퍼들이 많다. 투볼 플레이로 동반자의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행위도 안 된다. 티샷은 전 홀 스코어의 오너 순으로 하고, 퍼팅 그린에서는 본인의 볼 마커를 사용할 것을 권한다. 퍼트는 홀컵에서 먼 곳부터 순서대로 하는 게 좋다. 낯선 타인들과의 골프인 만큼 매너 면에서는 오히려 훨씬 조심성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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