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만에 대수술'

2017.05.01 09:53:52 호수 0호

공정하게 간편하게 빠르게

세계 골프룰을 정하는 영국 R&A와 미국골프협회(USGA)가 지난달 2일 30개 항목에 걸친 대대적인 룰 개정을 예고했다. 오는 8월까지 선수와 아마추어골퍼들의 의견수렴을 거쳐 규칙을 보완한 뒤 다양한 경로의 피드백을 통해 점검을 마치면 내년 초 공식 발표한다. 적응기를 거쳐 2019년 1월부터 전면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2019년 1월부터 적용될 새 규정의 취지는 공정하고, 이해·적용하기 쉽고 간편하게, 그리고 경기시간을 단축하려는 의지도 반영됐다. 최근 슬로 플레이가 여기저기서 꾸준히 화두로 떠올랐다. 이번 룰 개정에도 이런 점이 반영되어 시간 단축을 위해 40초 안에 공을 쳐야 하는 규정이 도입된다.

퍼팅의 경우 공 자국이나 잔디 조각 등의 방해물을 정리하는 불가피한 행위가 끝나는 순간부터 40초 안에 스트로크 해야 한다. 해저드나 숲 등으로 날아간 공을 찾는 데 허용되는 시간도 현행 5분에서 3분으로 줄어든다. 이와 함께 기존에는 티샷 이후 홀에서 멀리 떨어진 선수부터 공을 쳤지만, 앞으로는 홀과의 거리 상관없이 준비된 선수부터 샷을 하게 된다.

시간 단축하는 촉진룰
까다로운 불합리도 개정

빠른 경기 진행을 위해 홀당 최대 타수를 정할 수 있게 규정을 바꿨다. 예컨대 ‘쿼드러플 보기(규정 타수보다 4타 더 친 오버파)’로 최대 타수를 정할 경우 선수는 4오버파를 기록하는 순간 다음 홀로 이동해야 한다.

러프에서 공을 찾는 도중에, 또는 그린에서 실수로 공이나 볼 마커를 건드려도 벌타를 받지 않는다. 어드레스 자세를 취했을 때 저절로 공이 움직여도 벌타는 없다. 즉, 그린이나 필드에서 공이 움직였을 경우 선수가 원인을 제공한 확률이 95% 이상 확실하지 않으면 벌타를 매기지 않는다. 사실상 웬만하면 벌타를 주지 않겠다는 것.


지금까지는 그린 위에서는 공 낙하로 생긴 자국과 오래전 뚫은 홀의 자국만 수리할 수 있었으나 개정되는 룰은 그린 위 다른 선수들이 남겨놓은 신발 자국이나 동물이 남겨놓은 흔적을 정리해도 벌타가 없다. 또한 홀에 식별 깃발이 꽂힌 채로 선수들이 퍼팅하는 것도 허용된다. 지금까지는 아무도 잡아주지 않는 깃대를 퍼팅으로 맞혔을 경우에 2벌타가 부과됐다.
공을 드롭할 때 어깨높이에서 하도록 한 조항도 1인치(약 2.5㎝) 이상만 들면 공을 드롭할 수 있게 바뀐다.

2019년 1월부터

선수들이 편하게 경기하도록 하는 규칙들도 도입된다. 캐디가 대신 공을 마크하고 집어 올리는 것도 허용된다. 워터해저드 말뚝은 노란색보다 빨간색을 권장한다. 빨간색 말뚝의 경우 공이 물에 빠진 지점 근처에서 드롭하고 치면 되기 때문에 구제 방법이 단순하다.

해저드 구역 안에서 돌멩이 같은 장애물을 접촉하거나 지면에 손이나 클럽을 댔을 때의 벌타 규정도 사라진다. 벙커 상태를 테스트하기 위해서나 공 바로 앞에서 연습 스윙을 할 때만 모래에 접촉하는 것을 금지한다. 공을 칠 수 없는 언플레이어블 상황에서 벙커 내에서만 구제받던 것에서 벙커 밖으로 꺼내 구제받을 수 있는 옵션도 신설된다. 장비와 관련해서는 출전 선수가 디지털 거리측정기나 보이스캐디, GPS가 장착된 시계 등의 전자 기구를 사용할 수 있다. 경기 중 손상된 퍼터나 클럽을 필요하다면 계속 사용해 플레이해도 된다.

티샷을 하거나 퍼팅할 때 캐디가 선수 뒤에서 라인을 봐주는 것이 금지되어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여자골퍼들은 특히 퍼트할 때 캐디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데 민감하다. 현재 LPGA 선수 중 절반 정도가 캐디의 도움을 받고 있다. 캐디가 퍼팅라인을 읽어주는 것을 금지해 선수가 지나치게 캐디에게 의존한다는 비판을 포용했다.

규정 단순화하고
신설되는 옵션도

신속한 플레이를 위해 캐디가 볼 마크 하는 것은 괜찮다. 다만 홀컵에서 거리가 먼 선수부터 샷을 하는 기존 경기룰을 준비된 선수부터로 바꾸겠다는 룰에 대해선 “빠른 경기 진행도 좋지만 선수와 선수 간 소통이 잘 안 될 경우 사고가 날 수도 있는 룰”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제이 모나한 PGA 신임 커미셔너는 “현재 경기 시간은 적절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모나한은 지난달 12일 미국 <골프다이제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경기 시간에 대한 약간의 비판을 받고 있긴 하지만 분명 지난해 플레이 속도보다 확실히 빠르다”며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해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몇몇은 논란 예상

모나한은 지난 1월 새해 첫 대회인 SBS 투어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기자회견장에서 “목요일과 금요일의 경우 평균 플레이 시간은 4시간45분이다. 샷을 하기까지의 38초가 걸린다”며 경기 시간을 언급했다. 이어 “현실적으로 플레이 속도는 더 빨라져야 하고 이는 모두가 기대하는 일이다”며 슬로 플레이에 부정적 입장을 보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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