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고발]도로위의 무법자 불량택시 천태만상

2011.05.23 12:52:36 호수 0호

버럭 기사 "손님은 봉이요"

[일요시사=이보배 기자] 지하철, 버스와 함께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대중교통 중 하나인 택시는 반대로 시민들에게 가장 많은 불만을 토로하게 만드는 대중교통이기도 하다. 승객과 직접 대면하는 일부 몰지각한 택시운전기사들 때문에 시민들이 느끼는 불쾌함과 고충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승차거부는 물론 성추행 수준을 넘나드는 야한 농담, 담합된 요금 등을 경험한 시민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는 것. 지난 9일 새벽, 취재기자는 지인의 제보로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 택시 정거장으로 향했다. 그날 새벽 과연 그 곳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물론 모든 택시들이 문제점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 서울지역에만 택시회사가 300여개에 육박하고, 각 회사마다 최소 영업용택시 기준대수인 50대 이상을 보유해야 하는 점에 미루어 짐작했을 때 최소 1만5000대에서 수 만 대의 택시가 서울 시내를 누비고 있다. 여기에 개인택시까지 더해지면 택시의 숫자는 뻥튀기 한 것 마냥 늘어날 수밖에 없다.

물론 이들 모든 택시기사들이 승차거부를 하고, 승객에게 막말을 하거나 성추행을 일삼지는 않는다. 하지만 일부 몰지각한 택시기사들의 불찰로 인해 시민들은 택시기사를 싸잡아 비판하기도 한다. 몸으로 체감한 불쾌감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 이유에서다.



택시 정말 왜이러니?

실제 지난 4월 중순께 지방에 사는 고향 어머니로부터 소포를 받은 이모(28·여)씨는 퇴근 후 집으로 돌아가는 택시 안에서 매우 불쾌한 경험을 했다고 제보했다.

이씨에 따르면 당시 회사 앞에서 택시를 잡고, "짐이 있으니 트렁크를 열어 달라"고 부탁하자 택시기사의 안색이 변했다. 하지만 승차거부는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씨는 "짐이 있어서 죄송하다"고 최대한 예의를 갖췄다.

그날따라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많이 막혔지만 이씨는 대로변에서 내릴 수가 없었다. 고향에서 날아온 소포의 부피가 커서 직접 들고 10여분을 걷기에는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큰 길에 다다른 이씨는 "죄송하지만 골목 안으로 들어가 달라"고 정중하게 부탁했고, 순간 택시기사는 낮게 속삭였다. "에이X, 사람 잘못 태웠네!"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한 이씨는 "네? 뭐라구요?"라고 되물었고, 택시기사는 화가 치민다는 듯이 "아, 사람 잘못 태웠다고!"라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어안이 벙벙해진 이씨는 당장 택시에서 내렸다. 해당 택시회사와 택시기사의 이름을 외워 회사 사장에게 직원의 이 같은 행동에 대해 직접 따졌지만 가슴에 맺힌 응어리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이어 지난 9일 새벽, 어버이날을 맞아 고향에 내려갔던 취재기자가 서울톨게이트를 지날 때 쯤 지인에게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강남고속터미널 근처가 이른바 ‘불량택시’로 넘쳐나고 있다는 제보였다. 고속도로가 정체되면서 새벽이 돼서야 서울에 도착한 버스들이 일제히 승객들을 뱉어내면서 터미널 앞 인근이 초토화 됐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그날 취재기자가 탄 버스 역시 올바른 차고지에 정차할 수 없었다. 차고지로 들어가는 입구에 여러 대의 버스가 몰려 오가도 못하는 상황이 돼버린 것. 이에 버스기사는 인도 근처에 차를 대고 승객들을 하차시켰고, 5~6대의 고속버스에서 쏟아져 나온 사람들은 어림잡아 300명은 족히 돼보였다.

당시 시각이 새벽 1시께. 벌떼같이 모여든 사람들은 모두 택시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 시각 이미 택시가 아닌 대중교통은 이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내 강남고속버스터미널 호남선 입구 앞쪽에는 택시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택시정거장은 빈차임을 알리는 빨간색 등을 밝힌 택시로 가득했지만 줄은 쉽게 줄지 않았다. 그 순간 택시기사들이 호객행위(?)를 하는 소리가 들렸다.

"어디 가세요? 일산, 일산 가실 분 오세요."

"마포 갑니다."

승차거부는 기본, 기사 목적지 맞춰 승객 태워
승객 몰리는 명절·어버이날 바가지요금 당연?

시민들의 목적지와는 상관없이 자신들이 원하는 장소를 끊임없이 외치고 있었다. 이윽고 취재기자가 한 기사에게 다가가 "기사님 목적지와 다르면 왜 안태워주느냐"고 물었다. 그들 중 가장 덩치가 큰 기사가 "교대 시간이라 회사에 들어가야 한다"고 답했다. 서울 생활을 하면서 승차거부를 하는 기사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대답 중 하나였다.

일부 기사들은 한 차에 같은 목적지 사람들을 가득 태워가는 불법 합승을 강요하기도 하고, 갈 길이 먼 일부 시민들은 어쩔 수 없이 기사의 요구에 응하고 있었다. 그때 기자보다 앞서 걷던 20대 여성 두 명이 택시 한 대를 잡아 세웠다.

평소 5000원이면 갈 수 있을 거리의 목적지를 말했지만 택시기사는 2만원을 요구했고, 결국 두 여성은 택시에 타지 않았다. 그들 중 익명을 요구한 한 여성은 "바가지요금이 너무 하는 것 같다"면서 "새벽시간만 아니면 4000원으로도 다녔던 거리"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5000원 거리 2만원 둔갑


한참을 걸어 이번에는 취재기자가 한 택시를 잡았다. 목적지를 얘기하니 기사가 능글맞게 웃으면서 말을 건넨다. "에이~ 그 정도 거리는 걸어 다녀!" 5000원 정도의 요금이 나올만한 거리의 목적지를 말하니 대번에 그런 반응이 나왔다.

이날 취재기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시민들은 거리에서 한 시간여를 보내고 나서야 택시를 잡아타고 귀가할 수 있었다.

이와 관련 모 택시회사 관계자는 "명절 같은 때는 대목이라고 여기는 택시기사들이 많다"면서 "새벽 늦은 시간 터미널에 도착하면 승객들 역시 집에는 가야하니 울며 겨자 먹기로 바가지요금을 감수하고서라도 택시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일부 택시 기사들이 이 점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택시에 대한 불만사항이 있다면 택시회사로 직접 전화를 거는 것보다 서울 다산콜센터(120)에 민원을 제기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택시회사에 전화해봤자 해당 기사의 징계조차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고, 해당 기사에게 피드백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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