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안 보이는 우즈의 부진

2017.03.14 09:59:31 호수 0호

현실의 벽에 부딪힌 ‘골프황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지난달 3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유러피언투어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 2라운드에서 허리 통증으로 기권했다. 일주일 후에는 SNS를 통해 제네시스 오픈과 혼다 클래식 불참을 선언했다. 현재 우즈의 상태와 그를 바라보는 주변의 여러 시선들을 정리해보았다.



2014년 이전 우즈가 PGA에서 세운 기록들과 성적들은 경이롭고 독보적이었다. 메이저 14승을 포함해 PGA투어 79승을 올리는 18년 동안 우즈는 다섯 번의 기권과 아홉 차례 컷오프를 당한 것이 전부였다. 6년 동안은 단 한 번도 기권이나 컷오프를 당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 23개 대회에서 우즈는 11번이나 기권과 컷오프를 반복했다. 2014년 4월 등 수술을 받은 후에는 19개 대회에 참가해 72홀 완주를 한 게 아홉 차례밖에 되지 않을 정도다.

부상·컷오프
연이은 부침

2015년 8월 윈덤 챔피언십 이후 재활에만 매달렸던 우즈는 지난해 12월 히어로 월드챌린지로 복귀를 알리며 기대를 모았다. 올 1월에는 19개월 만에 PGA 투어 대회에 출전했지만 성적은 기대를 크게 밑돌았다. 파머스 인슈어런스에서는 컷 탈락했고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에서는 허리 통증으로 기권했다. 급기야 SNS를 통해 제네시스 오픈과 혼다 클래식 불참을 선언하기에 이른다.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을 기권했을 때 전문가들은 우즈의 허리 통증이 은퇴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듀크대 정형외과 전문의이자 스포츠 의학 전문가인 셀렌 패리크 교수는 “500일 이상 치료와 휴식, 그리고 재활을 거친 우즈가 복귀하자마자 벌써 허리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은 심각한 사안”이라며 “조금 더 악화되면 은퇴로 이어질 수도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즈가 기존 스윙을 그대로 유지하면 계속 같은 부위에 통증을 느낄 수 있다”며 “스윙을 바꾸더라도 다른 부위에 새 통증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비관적인 견해를 내놨다.

우즈의 주치의 역시 당분간 대회 출전을 자제하라고 충고했다. 주치의 의견을 받아들여 우즈는 예정돼 있던 2개 대회 출전을 포기했다. 우즈는 자신의 SNS를 통해 “주치의가 앞으로 2주 동안 치료를 하고 등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며 “내가 바라거나 기대했던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지긋지긋 허리부상 ‘개점휴업’
부활 꿈꾸지만…아직은 역부족

복귀 시작부터 5주 동안 4개 대회에 출전하는 것이 무리라는 견해가 많았는데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에서 컷 탈락한 우즈가 곧바로 12시간 비행해 두바이로 향한 것이 허리에 무리가 됐을 수 있다. 테일러메이드와의 계약 조건에 최소 경기 출전과 인센티브 조항이 꽤 많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것 역시 우즈가 무리하게 대회 일정을 잡는 이유가 됐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끊임없이 “괜찮다”며 자기 최면을 걸고 있지만 몸에 금방 다시 탈이 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우즈 자신이나 골프팬 모두 부인하고 싶지만 지금 우즈는 어쩌면 36홀도 소화하기 힘든 최악의 상황일지도 모른다.

현재 상태로는 PGA투어 첫 메이저 대회인 4월 마스터스 토너먼트 출전도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40대에 접어든 우즈가 스윙을 자신의 몸 상태에 맞게 변화하는 등 재기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몸 상태가 적어도 4라운드를 소화할 수 있어야 가능한 시나리오다. 현실적으로 이달 안에 PGA투어 출전 가능성조차 불투명하다.

몸 성치 않고
마음은 굴뚝

우즈의 부활을 기다려온 골프계는 냉정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더 이상 황제는 없다”는 평가부터 은퇴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우즈의 복귀시점을 예상하기도 힘들다.

현지 언론은 우즈에게 혹평을 쏟아내고 있다. <골프채널>은 우즈의 복귀 준비가 미흡한 것 같다며 “5주 사이 4개 대회에 출전하는 강행군을 발표한 건 무리수였다”고 지적했다. <야후스포츠>는 “3월에 우즈가 나설 만한 대회는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하나뿐”이라고 전망했다.

한물간 우즈?
우승은 언제쯤

캐디 출신인 <ESPN> 분석가 마이클 콜린스는 “스티브 스트리커가 우즈를 봤을 때 ‘좋아 보이지 않는다. 뭔가 이상하다’고 말했다. 토리 파인스에서 우즈를 만난 팻 페레즈 역시 ‘좋지 않다. 뭔가 잘못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며 “왜 우즈가 두바이 대회에 출전을 강행했는지 모르겠다. 우즈를 본 모든 사람들이 뭔가 이상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우즈의 전 스윙코치 부치 하먼 역시 “우즈는 4차례 무릎 인대 수술과 3차례 허리 수술을 받은 데다 이미 40대에 접어들었다”며 “우즈보다는 어린 유망주에게 관심을 쏟는 게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먼은 또 “1년 반 만에 돌아온 우즈는 여전히 주말 경기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다”며 “2000년대 전성기 모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도박사들도 우즈 우승에 대한 기대감을 낮췄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스포츠 베팅 전문 업체 ‘웨스트게이트’는 우즈의 마스터스 우승 배당률이 25배에서 50배까지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1달러를 걸어 우승하면 50달러를 받는 확률까지 떨어졌다는 의미다. 그러나 여러 주변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우즈의 에이전트 마크 스타인버그는 “정확한 팩트는 우즈가 현재 통증 때문에 불안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고 반박했다.

부상을 딛고 경쟁 무대로 복귀하려는 우즈의 시도와 노력은 충분히 박수받을 만하다. 하지만 한 시대를 풍미했던 역사상 최고의 골퍼가 툭하면 컷 탈락하거나 기권하는 모습에 골프팬들은 안쓰러운 눈길을 보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복귀에 대한 차가운 시선
반전은커녕 은퇴 걱정

또 우즈가 부상에서 돌아온다 해도 예전 같은 입지가 아니다. 우즈는 통산 79승을 거둬 평생 PGA투어에서 뛸 수 있지만 모든 대회에 출전할 수는 없다.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와 PGA 챔피언십은 4번씩 우승해 평생 출전이 가능하다. 디오픈 역시 60세까지 출전할 수 있다. 다만 US오픈은 2008년 우승 후 10년이 되는 2018년까지만 출전 가능하다. 또 세계랭킹이 낮아 3월 WGC-델 테크놀로지스 매치 플레이를 비롯해 WGC-멕시코 등에 출전할 수 없다.

우즈도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잡지 <비전>과의 인터뷰에서 우즈는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았기 때문에 아주 좋은 몸 상태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복귀할 수 없다고 생각한 적도 많았다. 힘들고, 너무나 잔혹했다. 침대 밖으로 나올 때 도움이 필요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즈는 “언제나 조금 아플 것이다. 그렇더라도 경기에 뛸 수 있을 정도는 될 것”이라며 “다시 상위 레벨에서는 경기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한 적도 많았다. 그러나 내가 경기에 나설 수 있고 적당한 레벨을 유지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우즈는 매 순간 목표를 우승으로 잡았다고 말하며 골프에 대한 열정이 식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우즈의 현 상황에서 은퇴설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당장 은퇴하는 것도 쉽지 않다.

우즈는 복귀를 앞두고 브리지스톤과 골프공, 테일러메이드와 클럽 계약을 체결했다. 또 타이거 우즈 재단과 골프 코스 디자인 사업도 하고 있기에 섣불리 은퇴를 결정하기 어렵다. <ESPN>도 “우즈의 은퇴는 뛸 수 없을 때가 될 것”이라면서 “스폰서 등 여러 이유로 당장 은퇴는 어렵다”고 전했다.

굳건한 의지
좁아진 입지


PGA투어 규정에 은퇴는 없다. 공식적인 은퇴가 아니라 그저 골퍼가 “은퇴한다”고 말하면 그걸로 끝이다. “골퍼는 은퇴하는 것이 아니라 사라지는 것”이라 표현한다. 골프팬의 입장에서 무리하게 경기를 계속하라고 할 수도 없고 은퇴하라고도 할 수 없다. 다만 지금의 우즈는 건강을 회복하며 조금 더 때를 기다릴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