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재보선 ‘별들의 전쟁’ 그 후…

2011.04.29 09:35:09 호수 0호

MB 레임덕 가속…박근혜-손학규 ‘대권전쟁’ 막 오른다

4·27 재보선 성적표가 나왔다. 민주당은 환호성을 질렀고, 한나라당은 참패했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 거센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참담한 재보선 결과에 “이번 선거에 나타난 국민의 뜻을 무겁고 무섭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이번 결과를 정부·여당이 거듭나는 계기로 삼을 것을 강조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총사퇴했고 청와대는 개각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차기 대선주자들도 재보선 후폭풍의 영향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조기레임덕이 가속화 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팽배하다.


4·27 재보선에서 민주당 ‘웃고’ 한나라당 ‘울고’
대권 승부수 띄운 손학규 축하선물 한보따리 


이번 4·27 재보선 최고의 승자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다. 직접 출마한 분당을 재보선에서의 승리로 민주당 뿐 아니라 본인의 정치 인생도 ‘화려한 봄’을 맞았다.



손 대표는 분당을 재보선 출마로 대권 승부수를 띄웠다. ‘경기도의 강남’이라고 불릴 만큼 한나라당의 세가 강한 분당을 재보선에 나선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한 일이었다. 당 안팎의 출마 압박에 측근들의 만류를 무릅쓰고 직접 나선 것은 정치 생명을 건 도전이었다. ‘선당후사’를 강조했지만 사실상 대권과 관련, 배수의 진을 친 것.

손 대표는 출마선언문에서 “대한민국을 바꿔야 한다는 제 신념에 분당구민에게 동의를 구하기 위해 출마를 결심했다”며 이 같은 의지를 드러냈다.

위험 감수한 손학규
꿩 먹고 알까지 ‘꿀꺽’

낙마하면 당대표의 지원을 받아야 할 재보선 전체에 악영향을 줬다는 비판까지 감수해야 할 처지였다. 이에 대해 그는 “장수가 직접 최전선에서 싸우는 것이 강원지사와 김해을 선거 승리의 길”이라고 답하며 분당을 재보선 유세 중간 중간 강원도지사 재보선까지 챙겼다.

고난 끝에 낙이 찾아왔다. 이번 선거 최대 격전지로 꼽힌 분당을 재보선에서 51.0%의 득표로 48.3%를 얻은 강재섭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것.

손 대표는 지난달 28일 새벽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기쁨보다 무거운 책임감이 앞선다”며 “저 개인의 승리가 아닌 변화에 대한 국민의 열망과 내일을 향한 희망의 승리”라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강원도지사 재보선에서도 민주당 최문순 후보가 51.0%의 득표로 46.6%를 얻은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를 눌러 이겼다. 민주당이 순천 재보선에서 무공천, 야권연대를 위해 양보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승리는 더 커진다.

손 대표가 지난 28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순천 재보선에서 김선동 민주노동당 후보가 승리한 것에 대해 “우리가 공천을 하지 못하는 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겪었지만, 야권연대의 승리로 보답을 받았다”며 “이번 재보궐 선거의 승리는 온전히 당의 승리이고, 당의 승리는 야권과 연대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이번 재보선을 계기로 손 대표는 ‘원외 당대표’의 한계를 넘어 원내에서도 목소리를 키우는 등 당내 기반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 자리를 꿰차며 차기 대권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나타나고 있는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지지율 동반 추락 현상이 재보선 결과로 인해 가속화 될 수 있으며, 이와 반대로 야권과 야권 차기 대선주자에 대한 관심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전 대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는 손 대표의 지지율이 반등의 기회를 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친노 분열 책임
고개 숙인 유시민

승승장구하고 있는 손 대표와 달리 유 대표의 표정은 어둡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이 있는 김해을 재보선에서의 패배로 ‘노무현의 후계자’라는 위상에 타격을 입으면서 대권가도에 적신호가 켜졌다.

특히 야권연대 과정에서 ‘벼랑 끝 협상’으로 친노 진영을 분열시켰다는 책임론이 그를 옥죌 것으로 보인다. 친노 진영과의 갈등을 불사하면서까지 이봉수 후보를 지원, 김해을 야권 단일후보로 세웠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대선 계획에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유 대표는 당초 노 전 대통령의 고향에서 야권을 압도하고 한나라당 후보를 이겨 노 전 대통령의 ‘정통 후계자’라는 점을 강조하고 원내에 진입, 내년 총선·대선의 발판을 놓겠다는 구상이었다.

참여당이 김해을에서 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이겼다면 이러한 ‘장밋빛 미래’가 현실이 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유 대표도 대선경쟁에서 한 발 앞서 나갈 수 있는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차기 대선주자 중 지지율 2위를 달리고 있는 유 대표의 지지율은 “아직 확장성을 얘기할 수 없을 정도로 미약하기” 때문이다. 유 대표는 “(지지율이) 20~30%는 나와야 과반이 될지 하는 확장성을 따지지 한 자리 숫자를 겨우 넘는 이런 지지율 가지고 확장성을 얘기하긴 그렇다”며 “2위라도 의미가 있는 2위여야지…”라고 자평하고 있는 상황이었던 것.

그러나 한나라당 후보로 나선 김 전 지사가 51.0%의 득표로 48.9%를 획득한 이 후보를 누르면서 무거운 책임론만이 그의 앞에 놓였다.
유 대표는 재보선 결과가 나온 지난 28일 새벽,자신의 트위터에 “정말 고맙습니다. 너무나 죄송합니다. 제가 큰 죄를 지었습니다”라는 글로 무거운 심경을 대신했다.

정치권은 유 대표가 출마 의사를 밝힌 내년 총선까지 상당한 난항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치명상 입은 여권
박근혜 역할론 주목

이번 재보선에 ‘그림자’만 비친 박근혜 전 대표에게도 후폭풍은 어김없이 찾아들었다. “재보선에 개입하지 않겠다”며 거리를 뒀지만 직·간접적인 영향력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된 것.

박 전 대표는 평창동계올림픽유치특위 고문을 맡아 강원도를 찾았다. 특위 활동에만 전념했을 뿐 재보선 일정은 소화하지 않았지만 강원도 방문만으로도 선거에 간접적인 영향을 줬다. 하지만 한나라당 강원도지사 재보선 후보로 나섰던 엄 후보의 패배로 박 전 대표의 ‘후광효과’도 빛이 바랬다.

하지만 재보선 후 전체적인 정국 변화를 봤을 때는 잃은 것보다는 얻은 것이 많다. 이번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무참히 패하면서 차기 대선주자 경쟁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박 전 대표에 대한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여권은 재보선 후폭풍으로 많은 것을 잃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4·27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키로 했다. 이재오 특임장관이 특임장관실에서 시행한 국정 지지도 여론 조사 결과를 인용,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45%~50%대”라며 “대형 측근 비리나 친인척이 개입된 돌발사건이 없는 한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던 이 대통령의 레임덕도 가속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박근혜, ‘위기의 여권’ 구원투수로 주목
눈물 삼킨 유시민, 책임론 휩싸인 이재오


이런 상황에서 박 전 대표의 대통령 특사 파견과 5월 회동 소식 이후 추락하던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반등한 것처럼 ‘박근혜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여권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친이계 진성호 의원은 지난 28일 “박 전 대표가 어떻게 전면에 나설 것인가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며 ‘박근혜 역할론’을 직접적으로 거론했다.

친박계 이한구 의원도 “다음 총선에서 이기고 대선에서 이겨서 재집권 하는 게 가장 절실한 문제”라며 “이렇게 하면 박 전 대표의 역할은 얼마든지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허태열 의원 역시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는 재보선 참패에 의해 앞으로 봇물을 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1년 앞으로 다가온 총선과 관련, 총선 출마자 중 ‘친박’을 표방하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재보선을 계기로 ‘박근혜 대세론’까지 나올 정도로 박 전 대표의 독주체제가 굳어졌던 대선가도에 변화가 일어나기도 했다. 손 대표가 야권 대표주자로 자리를 굳히고 ‘박근혜 대항마’로 나설 기반을 갖추게 된 것. 야권 지지층이 손 대표를 야권 대표주자로 인정할 경우 야권에서 지지할 특정 대선주자를 찾지 못해 박 전 대표에게로 향해있던 야권 지지층의 재조정이 불가피하다. 

또한 김 전 지사의 생환도 차기 대권구도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국무총리’감으로 거론됐던 김 전 지사가 원내에 입성하면서 다시 한 번 여권 차기 대선주자로 주목받게 된 것. 김 전 지사는 특히 당 지도부의 지원 없이 ‘나홀로 선거’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에서 정계복귀에 성공, 몸값을 높였다.


재보선 부채질 하다
불똥 맞고 ‘아야야~’

이재오 특임장관은 4·27 재보선 책임론에 휩싸였다. 분당을 재보선과 관련, 공천 파문의 중심에 섰던 이 장관은 한나라당이 강세 지역이었던 분당을에서 지면서 책임론에 휩싸이게 됐다. 한나라당 강세지역이었던 분당을을 둔 권력암투로 판을 키우면서 손 대표의 출마를 부추겼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선거 개입 논란도 남아있다. 이 장관은 재보선 전 친이재오계 인사들과의 잦은 회동으로 선거 개입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 20일 진수희 보건복지부장관을 포함해 36명의 현역 의원들이 참석했던 친이재오계의 회동에서는 4·27 재보선 전략이 논의됐다. 당시 이 장관은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은 어느 한 지역도 낙관하기 어렵다”는 점을 회동 배경을 거론하며 “오늘은 계파모임 성격을 벗어난 승리를 위한 작전회의”라고 말했다.

선거 막판 김해을 재보선에서는 ‘특임장관실 수첩’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국민참여당이 입수한 ‘특임장관실’ 수첩에 김해을 선거 상황과 전략, 조언 등이 자세히 기록돼 있었던 것. 수첩에는 이모씨, 정모씨 등 특임장관실 시민사회팀 소속 직원들의 이름이 적혀 있어 특임장관실의 선거 불법 개입 의혹이 제기됐다.

특임장관실은 “특임장관실 직원이 김해을 지역에 내려간 일이 없다”면서 “특임장관실 수첩은 9000부를 찍었고, 외부에 6500부가 배포돼 수첩만으로 특임장관실이 개입됐다고 보기어렵다”고 해명했다.

한나라당 후보로 김해을 재보선에 나선 김 전 지사의 승리로 상당부분 희석되긴 했지만, 김 전 지사가 패했다면 책임론이 제기됐을 부분이다.

이를 의식한 듯 이 장관은 4·27 재보선 후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재보선 결과에 대해서도 “민심을 정말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향후 한나라당의 대응에 대해 “당에서 비대위 만들어서 잘한다고 하니까 수습 방안은 절차대로 가는 것 아니냐”는 정도의 반응만을 보였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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