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김문수 방미 성적표

2011.04.25 17:10:25 호수 0호

물 건너 펼쳐진 라이벌전…승자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나란히 미국 방문길에 올랐다. 지난 17일 출국해 각각 7박8일 일정을 마치고 24일 귀국한 것. 이들은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나란히 재선에 성공한 수도권 지자체장인데다 친이계가 주목하는 차이 대선주자다. 게다가 이번 방문에서 차기 대선에 대한 의중을 드러내면서 이들의 ‘방미 성적표’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한나라당 차기 대선주자 중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가 손꼽힌다. 그러나 차기 대선을 둔 당내 경선에서 친이계 대표주자로 나설 인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재오 특임장관이 최근 “킹메이커는 되지 않겠다”며 차기 대권에 대한 의중을 드러내기는 했지만 개인의 정치력 뿐 아니라 대중적인 인지도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한 발 앞서 있다.

공교롭게도 일정이…



오 시장과 김 지사의 정치적 출발점은 다르다. 그러나 이들은 비슷하게 정치 이력서를 채워가고 있다. 한나라당 후보로 지방선거에 출마해 각각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등 수도권 지자체장이 됐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는 재선에 도전, 연임에 성공했다.

나란히 차기 대선주자군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표가 30%대의 지지율로 선두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4~5%의 지지율을 보이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뒤를 따르고 있는 것.

이들이 난 17일 나란히 미국 방문길에 올랐다. 오 시장은 미국 보스턴과 볼티모어, 워싱턴 등을 찾아 하버드대 강연과 매사추세츠 주, 메릴랜드 주와 각각 바이오산업 협력방안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키 위해서, 김 지사는 미국 뉴욕, 디트로이트, 로스앤젤레스와 캐나다 밴쿠버 등을 돌며 5개 기업과 2억1200만 달러 규모의 경기도 투자협약을 맺기 위해서다.

서로 다른 일정을 잡았지만 묘하게 겹치는 동선이 있다. 한반도 외교·안보 문제를 주제로 한 현지 석학들과의 만남 등이다.

오 시장은 19일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세계적 석학인 조셉 나이 석좌교수를 만나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 구상이 다소 경직돼 있다”며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논했다. 그는 “(북한과의 대화에서) 원칙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지만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해선 포용도 필요하다”면서 보수 일각에서 주장하는 ‘전술핵 도입’에 대해서도 “현적·이론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22일에는 워싱턴 방문 중 차기 미국 국방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존 햄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과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등을 만나 한반도 안보 문제를 논의키도 했다. 

나란히 7박8일 미국 방문길 오른 오 시장·김 지사  
‘투자유치’ ‘대권행보’…누구 귀국보따리가 더 클까


김 지사도 19일 미국 최고의 싱크탱크로 꼽히고 있는 미국외교협회(CFR) 초청으로 한반도의 미래와 김정일 이후 북한체제, 한미 FTA를 통한 경제협력 문제 등 양국 주요 현안 등에 관한 초청연설을 가졌다.

이 같은 행보로 정치권 일각에서는 오 시장과 김 지사의 방미 일정이 대권행보의 일환이 아니냐는 의혹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특히 이들이 차기 대선 출마에 대한 의중을 드러내는 발언을 나란히 쏟아내면서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실었다.

오 시장은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특강 뒤 학생들이 대선 출마 여부를 묻자 “서울시장직을 충실히 달성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나 정치 환경은 늘 유동적이고, 시대 상황도 변화하기 때문에 뜻한 바대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답해 여운을 남겼다.

그는 이어 “복지 포퓰리즘이 성장잠재력을 잠식하고 있는 우려스러운 상황에서 그동안 문제점을 제기해온 나로선 큰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해 대선 출마 의지를 한층 분명히 했다.

그동안 서울시장 임기를 채우겠다고 강조하며 차기 대선과는 거리를 둬 왔던 오 시장의 발언에 정치권의 술렁임은 커져가고 있다.

김 지사도 같은 날 뉴욕 주재 한국 특파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차기 대권도전 의사를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김 지사는 이날 내년 대선에 나갈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나라를 구하는 일에 나서야 하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그는 ‘대권도전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한 것으로 봐도 되느냐’는 확인 질문에는 “지금 내가 대선에 나간다, 안 나간다고 공개 선언하는 것이 뭔 의미가 있느냐”며 확답을 피했지만 대선주자로서 주안점을 주는 정책 방향을 묻는 질문에 “가장 중요한 것이 국가안보, 두 번째는 일자리 창출이며, 세 번째는 복지”라고 말해 대권 도전에 대한 뜻을 거듭 피력했다.
대권행보로 비춰질 수 있는 두 지자체장의 행보에 정치권은 이들의 ‘방미 성적표’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같은 기간 얼마만큼의 성과를 안고 돌아왔는지에 주목하고 있는 것.

하지만 오 시장과 김 지사 측은 정치권의 과도한 관심이 달갑지 않은 분위기다. 오 시장의 미국 방문 일정은 지난해부터 잡은 것이고 김 지사의 일정도 이전부터 추진해 온 투자유치 활동의 연장선에서 진행되는 등 우연의 일치로 미국 방문길이 겹친 것인데 일일이 비교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

선물 크기 “차이나네”

그러나 투자유치 활동의 성과는 당장 ‘성적표’로 드러난다. 이번 출장에서 그동안 진행해 온 투자유치 활동의 결실을 거둔 김 지사는 밴쿠버와 뉴욕, 디트로이트 등에서 현지기업 5곳과 2억1200만 달러 상당의 투자유치 MOU를 체결했다.

오 시장도 매사추세츠주 및 메릴랜드주와 바이오산업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하지만 투자유치를 위해 미국 기업인 등을 대상으로 한 ‘서울투자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투자유치의 ‘씨앗’을 뿌리기 위한 면이 두드러졌다.
 
차기 대권행보로 비춰지기도 한 외교·안보 일정에 대한 정치 성적표가 나오는데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현재 오 시장의 지지율은 5.2%로 차기 대선주자 중 5위, 김 지사는 4.0%의 지지율로 7위에 머물렀다”며 “이들이 본격적인 차기 대권행보가 미국 방문길에 시작됐으니 국내 정치권에서 보여줄 다음 행보로 대권경쟁에 불이 붙을 것”이라며 귀추를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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