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재보선, 1년 임기에 10년 공약?

2011.04.25 12:24:36 호수 0호

어차피 못 지킬 ‘공약’, 표심이라도 ‘공략’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동남권 신공항, 과학비즈니스벨트 등의 문제로 최근 한국사회가 몸살을 앓고 있다. ‘잘못된 공약’이 부른 병폐는 지역 간 이기주의와 맞물리면서 연일 좌충우돌 형국이다. 여기에 4·27 재보선에 나선 여야 후보들의 지역 개발 공약이 또 다시 공약(空約)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선거철 표심을 공략하기 위해 남발되고 있는 공약들을 꼼꼼히 살펴봤다.


실현 가능성 ‘의문’ 공약 쏟아져
포퓰리즘 행태 지속, 후유증 우려


실현 가능성이 의문시되는 각종 지역개발 공약이 쏟아지는 등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행태가 지속돼 또 다른 후유증이 우려된다. 특히 이번에 선출되는 분당을과 김해을 지역의 국회의원은 임기가 1년에 불과해 대규모 지역개발 등은 사실상 실현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범정부차원의 지원정책도 부지기수다. 내용도 여야 가리지 않고 엇비슷해 차별성을 찾아볼 수 없다. 또 다시 표를 얻기 급급해 지키지 못할 약속만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

전·현직 당대표가 출전, 재보선 최대 접전지인 분당을에서는 최근 부동산 가격이 하락한 상황을 반영, 강재섭 손학규 후보 모두 아파트 리모델링을 핵심공약으로 내놓았다.

지난 3월 관련 법안을 발의했던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따라하기에 급급하다”며 공세를 취했다. 이에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우리의 공약을 베꼈다”고 반박하며 리모델링특위를 만들고 강 후보를 위원장으로 내정했다. 선거용 특위가 급조된 것이다.

거물들의 ‘통 큰’ 공약

강 후보는 노후아파트 리모델링 활성화를 주요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수직증축 규제를 완화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수직증축 규제 완화는 ‘주민들이 요구하는 사안이지만 증축을 통해 늘어난 가구 수를 일반 분양하는 것은 안 된다’는 이유로 국토해양부 측에서 지난해 말 불허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 국민주택 기금을 활용한 장기저리 자금지원, 세대 내 증축시 취득세 면제 및 이주기간 중 재산세 감면 등을 들고 나왔다. 그리고 지역 교통여건 개선을 위해 신분당선에 미금역 설치도 약속했다.

손 후보는 자연친화형, 주민참여형 아파트 리모델링 정책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차별화를 들고 나섰다.

강 후보는 또 영어전용도서관 건립, 구미동 하수종말처리장 부지를 이용한 전원형 고등학교 건립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손 후보는 만5세 이하 어린이집ㆍ유치원비 100% 지원, 학급당 학생 수 25명 이하 축소 등의 공약을 제시했다.

여야 거물들이 접전을 벌이는 만큼 범정부적으로 추진할 정책도 공약에 등장했다. 강 후보는 긴급자금(의료비, 장제비 등)이 필요한 노인에게 국민연금을 담보로 노후 긴급자금을 대출하는 정책을, 손 후보는 고용창출투자 세액공제 강화 등을 주장했다.

1년 임기의 의원이 이 많은 공약들을 언제, 어떻게, 어떠한 재원으로 실행할 것인지 의문시된다.

또 다른 격전지인 김해을에서는 창원, 부산으로 출근하는 유권자들이 많은 만큼 여야 후보 모두 교통 관련 공약을 내걸었다. 김태호 한나라당 후보와 이봉수 국민참여당 후보 모두 창원 제2터널 조기완공과 비음산터널 조기착공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 후보는 부전-마산간 복선전철을 조기 착공할 것도 약속했다.


김해에 위치한 중소기업을 위한 공약 대결도 치열하다. 김 후보는 복합산업단지인 김해테크노밸리 추진을, 이 후보는 김해산업진흥 공단과 김해비즈니스파크 조성, 풍력·태양광 클러스터 추진을 공약으로 들고 나왔다.

전라남도 순천시는 6명의 후보 중 민주노동당 김선동 후보와 무소속 허상만, 조순용, 구희승, 김경재 후보 등 총 5명이 광양만권 3개시(순천, 여수, 광양) 통합 추진을 주요 공약으로 내새웠다. 김선동 후보는 도시재생 프로젝트와 원도심 활성화구역 선정, 신도심 주거난 해소를 위한 공공장기임대주택 건설, 순천대 의대 유치를 제시했다. 허 후보는 65세 이상 어르신 무료진료를, 조 후보는 순천대 의대 유치, 구 후보는 순천·여수 간 박람회 관광특구 지정, 김경재 후보는 통역고등학교 및 전남도청 분청 설립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우리도 공약 낼 줄 압니다”

유일하게 광양만권 통합 추진을 공약으로 내세우지 않은 박상철 무소속 후보는 순천 교육혁신도시 기반조성과 건강장수촌 특화개발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특화개발을 통해 생태건강 도시로 진화하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4·27 재보선을 앞두고 너나 할 것 없이 무차별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의문시되는 장밋빛 약속만을 늘어놓고 있다.

‘아니면 말고 식’ 공약 남발은 정치 불신을 가중시키고 대의 정치의 공멸을 앞당긴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후보들이 지역 주민들의 숙원과 기대를 감안해 공약을 제시하는 노력 자체를 탓하기는 어렵다지만, 최근 동남권 신공항 공약 백지화 논란 등으로 공약의 진정성이 중시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국민들도 선거 때마다 표를 얻기 위해 감당키 어려운 약속들만 내놓고 있다며 냉랭한 반응을 보이는 한편 선거공약을 액면 그대로 믿지 않는 분위기이다.

이에 후보자들은 표를 얻기 위해 실현성도, 실천의지도 없는 황당한 공약을 남발하지 말고 진정으로 나라와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고 실현 가능한 공약들을 내세워야 된다는 것이 정치전문가들의 전반적인 견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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