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PGA 무명의 반란

2017.02.20 10:08:43 호수 0호

미국산 닭띠, 토마스를 아십니까?

2017년 PGA투어가 시작되자마자 무명의 골퍼가 2주 연속 우승과 시즌 3승을 거두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1993년생 미국산 닭띠 저스틴 토마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저스틴 토마스는 무명에 가까운 선수였다. 그러나 지난달 16일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의 와이알레이 골프장에서 열린 소니오픈 4라운드에서 토마스는 5언더파 65타, 최종 합계 27언더파를 기록하며 2위 저스틴 로즈(영국)를 7타 차로 따돌리며 우승을 차지했다.

무명 선수서
일류 골퍼로

대회 첫날에는 11언더파 59타를 쳐 PGA투어 사상 최연소로 60대 타수의 벽을 넘었다. 21년 동안 PGA투어에서 활동하며 엄청난 기록들을 쏟아 낸 타이거 우즈도 한 라운드 60타의 벽은 넘지 못했으며 50대 타수는 PGA투어 통산 7차례밖에 나오지 않은 진귀한 기록이다.

둘째 날에는 2015년 BMW 챔피언십에서 제이슨 데이(호주)가 세운 종전 36홀 최소타 기록인 124타를 넘어선 17언더파 123타의 기록으로 PGA투어 36홀 최소타 기록도 경신했다. 마지막 날에는 5타를 더 줄여 27언더파 253타로 72홀 최소타 기록을 세웠다. 토마스의 타수는 2003년 토미 아머 3세가 세운 72홀 최소타 기록(254타)을 1타 줄인 신기록이다.

이 대회 우승은 첫날부터 선두를 달린 끝에 차지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며 이로써 토마스는 2016~2017시즌 PGA투어로 열린 8개 대회에서 벌써 3승을 기록했다. 새해 들어 열린 2개 대회의 우승컵 모두 그의 차지가 됐고 우승 상금 108만달러(약 12억7000만원)를 거머쥐었다. 하와이에서 열린 2개 대회를 제패한 선수는 2003년 어니 엘스(남아공)에 이어 두 번째다.


눈부신 활약 덕분에 토마스는 생애 처음으로 세계랭킹 10위권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지난달 17일 발표된 세계랭킹에서 12위에서 8위로 뛰어올랐다. 또한 페덱스랭킹 1614점을 획득해 마쓰야마 히데키를 2위(1176점)로 밀어내고 1위에 올랐다.

투어 뜨겁게 달군 신성
‘우승+기록’ 일석이조

1993년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에서 태어난 토마스는 골프 집안 출신이다. 토마스의 할아버지가 1962년 US오픈에 출전했고, 아버지는 골프장 헤드 프로로 3대가 똑같은 홀에서 홀인원을 한 적도 있다고 한다. 토마스는 아버지가 골프 아카데미를 운영해 자연스럽게 클럽을 잡았고 14세부터 300야드 이상의 드라이버 거리를 내며 화려한 주니어 시절을 보냈다.

지금까지 자신의 실력보다는 조던 스피스의 절친으로 알려져 있던 토마스는 대학시절에는 스피스 못지않은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2009년 PGA투어 윈덤 챔피언십에서 역대 세 번째 어린 나이(16세3개월24일)로 컷 통과에 성공했다. 2012년 앨라배마대학교에 진학한 토마스는 1학년 때 그해 가장 뛰어난 대학생 골퍼에게 주는 상을 받았다.

 

2013년 프로 전향 후 2부 투어인 웹닷컴을 전전하다 2015년에야 PGA투어에 데뷔했다. 그는 친구인 조던 스피스가 메이저 2승 등 통산 8승을 올리며 세계 랭킹 5위에 오르는 동안 별다른 존재감을 나타내지 못하다가 2015년 10월 CIMB클래식에서 처음으로 우승하며 이름을 알렸다. 올 시즌 첫 대회인 SBS 챔피언스 토너먼트 우승으로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켰고 다시 일주일 만에 엄청난 기록을 쏟아내며 골프팬들을 사로잡았다.

엄청난 존재감
연거푸 우승

177.8㎝·66㎏으로 골프 선수로는 다소 왜소한 편이지만 드라이버 샷 비거리가 평균 300야드 이상인 토마스는 지난 시즌 PGA투어에서 평균 300야드 이상을 친 27명 가운데 체구가 가장 왜소해 ‘마른 장타왕’이라고 불린다. 토마스가 지난해 7월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에서 기록한 414야드는 지난 시즌 PGA투어 최장 드라이버 샷으로 기록됐다.

토마스는 장타 비결로 “땅의 기운을 활용해 온몸으로 드라이버를 친다”며 “임팩트에서 팔로우 스루로 이어지는 순간 두 발로 땅을 박차듯 역동적인 스윙을 한다.

토마스의 ‘절친’ 스피스는 “토마스는 원래 재능이 있는 선수였다. 시기의 문제였을 뿐”이라며 “토마스의 기량이 만개하고 있다”고 축하했다. “그는 쇼트게임을 정말 잘하며 쉬운 홀을 잘 이용할 줄 안다”며 평가했다.

세계 남자골프계를 재편하고 있는 토마스의 등장으로 세계랭킹 1위 제이슨 데이(호주), 로리 맥길로이(북아일랜드), 저스틴 존슨(미국), 조던 스피스 톱4의 경쟁 시대인 세계 남자골프계 판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판도 바꿀 만한
발군의 실력

토마스의 이름을 넣어 ‘톱랭커 5인방’으로 불려도 좋을 만큼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토마스가 가장 기대하고 있는 올해 4월 열리는 시즌 첫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우승 배당률도 급등했다.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베팅업체 ‘웨스트게이트 라스베이거스 슈퍼북’은 토마스의 마스터스 우승 배당률을 25대1로 내다봤다. 토마스는 지난해 8월 이 배당률에서 80대1을 기록했고 올해 초만 해도 60대1에 불과했다. 그러나 SBS챔피언스 토너먼트에서 우승하자 배당률이 40대1로 조정됐고 소니오픈마저 제패하자 25대1까지 낮아졌다. 헨릭 스텐손(스웨덴), 리키 파울러(미국), 저스틴 로즈(잉글랜드) 등 쟁쟁한 우승 후보들과 배당률이 같다. 우승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의미다.

 

AP통신 보도에 의하면 토머스의 아버지 마이크는 아들 저스틴이 두 살 때 샤프트를 잘라내 만든 작은 드라이버를 그에게 선물했다. 나무 헤드가 달린 작은 드라이버로 공을 내려치는 재미를 느끼도록 했다. 그러나 마이크는 아들이 먼저 골프를 제대로 배우고 싶다고 할 때까지 정식으로 레슨을 해주지 않았다. 많은 어린 골퍼들이 부모들에게 압박을 받고 일찍 포기하는 사례를 많이 봐왔기 때문에 마이크는 아들이 스스로 골프에 대한 열정을 갖길 바랐다.

조던 스피스의 절친서 일류 골퍼로
성공 열매 된 아버지의 든든한 내조

아들이 세계 톱클래스 프로선수로 성장한 요즘도 그는 아들의 스윙을 점검하면서 절대로 먼저 의견을 말하지 않는다. 스윙 동영상을 보고 저스틴과 캐디가 먼저 알아차리고 이야기하도록 기다린다.

마이크는 아들이 주니어 대회에 나가 멀리서 전화를 할 때마다 늘 “오늘은 몇 개였어?”라고 질문했다고 밝혔다. 그 몇 개는 타수나 스코어, 버디수 등을 묻는 게 아니었다. 얼마나 많은 파온을 기록했느냐를 그들 부자는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아들의 좋은 친구가 되는 것을 우선 가치로 여긴 마이크는 어떤 특별한 순간보다 여명을 가르며 둘이 골프를 즐길 때, 골프공을 누가 더 핀 가까이에 던지는지 내기할 때 등 평범한 일상을 최고의 추억으로 꼽았다.

또 마이크는 아들이 주니어 시절부터 출전한 대회에서 우승하거나 좋은 기록을 낼 때마다 기념 공을 수집해 집에 전시하고 있다. 최근까지 128개를 모은 그는 하와이에서 5개의 공을 더 챙겼다. 두 개는 SBS 토너먼트오브 챔피언스와 소니오픈 우승 기념 공이었고, 나머지 3개는 토마스가 소니오픈에서 달성한 18홀·36홀·72홀 PGA투어 최소타 기록을 기념하는 공이었다.


아들을 향한
애틋한 부정

새해 벽두부터 기록 행진을 이어가는 토마스의 곁에는 늘 사랑으로 지켜보며 조언하고 지지하는 아버지가 있었다. 마이크는 “아들이 건강하고, 좋아하는 걸 하는 게 좋다. 더 이상 바라지 않는다”며 아들에 대한 사랑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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