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별 잠룡 4·27 재보선 손익계산서 엿보기

2011.04.22 12:44:19 호수 0호

숨 막히는 폭풍전야 “진짜 태풍은 뒤에 온다”

4·27 재보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움직임이 부산하다. 특히 차기 대선주자들을 중심으로 한 기류가 심상찮다. 재보선의 판이 당초 생각보다 커짐에 따라 그 파장이 내년 총선은 물론 대선구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게 됐기 때문이다. 재보선 시나리오별 성적표가 메겨지는가 하면 유력 정치인들의 회동설이 정가를 달구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움직임이 모두 ‘재보선 그 후’를 노린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거물급 선수단 출전 총력전에 판 커진 재보선
성적표 따라 여야 정치권 태풍 사정권에 들어


여의도가 4·27 재보선 뒤편으로 시선을 던지고 있다. 재보선 결과가 목전으로 다가오면서 승패에 따른 후폭풍과 손익계산서를 따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재보선은 판이 커졌다. 정치권에서 영입에 갖은 공을 들였던 엄기영 전 MBC 사장이나 ‘국무총리’감으로 거론됐던 김태호 전 경남지사, 차기 유력 대선주자인 손학규 민주당 대표까지 뛰어들었다. 직접 출마를 한 것은 아니지만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도 당대표 선출과 함께 사활을 건 승부수를 띄웠다.

내년 총선·대선 전 치러지는 선거다 보니 여야 지도부도 양 팔을 걷어붙였다. 당 소속 의원들에게 총동원령을 내리고 총력전으로 돌입한 것. 그러다보니 재보선 후폭풍도 산들바람 수준은 가볍게 지나치게 됐다. 재보선 결과가 어떻게 나온다고 해도 비바람까지 동반한 폭풍우는 피할 수 없을 분위기다.

차기 대선주자들도 직·간접적으로 지원사격에 나서면서 후폭풍의 사정권에 포함됐다. 하지만 그 영향력은 ‘파괴적’인 수준은 아닐 것이라는 게 정가의 관측이다.

누가 ‘패’하고 ‘승’할까? 차기 대선주자 판돈 걸어

박근혜 전 대표는 일찌감치 “재보선에 개입하지 않겠다”며 거리를 뒀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아예 멀찍이 서 있고 정몽준 전 대표도 바쁜 일정 탓에 재보선 후폭풍의 직격탄에서는 멀어져 있다.

다만 분당을 공천 파문의 중심에 섰던 이재오 특임장관은 재보선 결과에 따라 ‘막후정치’ 논란에 휩쓸릴 수 있다. 하지만 ‘여의도 정치권’과는 한발 거리를 두고 있는 터라 그 영향력을 장담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들 사이에도 재보선 결과에 따른 호불호는 갈릴 것으로 보인다. 분당을 재보선 결과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일 것은 이 장관이다. 공천을 놓고 여권 권력갈등설의 주인공이 됐던 만큼 강 전 대표가 승리해 당에 복귀한다면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분당을에 이어 김해을, 강원도지사 선거에서도 낭보가 이어진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4·27 재보선에서 ‘이명박 정권 심판’을 외쳤던 야권의 공세를 막아서고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를 안정적으로 끌고 갈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반면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 위기론’이 현실화되는 편이 더 괜찮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 재보선에서 여권이 패하면 친박계와 불편한 사이인 강재섭 전 대표와 친이계 차기 대선주자 물망에 올랐던 김태호 전 지사의 낙마,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 가속화라는 ‘나쁘지 않은 결과를 얻게 된다. 

여기에 엄기영 전 사장만 떡하니 당선되면 ‘금상첨화’다. 박 전 대표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특위 활동 차 강원도로 발걸음 옮겼던 일이 ‘이광재 동정론’ 차단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뒤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직접 뛰는 선수들 재보선 결과에 ‘초긴장’
 
4·27 재보선 결과는 여권보다는 야권 대선주자들이 더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최근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지지율 동반 추락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재보선 결과에 따라 이러한 분위기는 가속화 될 수 있으며 자연스럽게 야권과 야권 차기 대선주자에 시선이 쏠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직접 출마한 만큼 선거 결과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분당을 재보선에서 당선되면 ‘원외 당대표’의 한계를 넘어 원내에서도 목소리를 키우는 등 리더십이 확대될 수 있다. 또한 차기 대권과 관련, 민주당의 ‘대표주자’ 자리도 꿰차게 되는 등 차기 대선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정가 한 인사는 “손 대표는 이번 재보선 출마를 계기로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3위 자리를 굳혔다. 유 대표와 엎치락덮치락하며 2위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면서 “분당을에서 승리한다면 어려운 곳에 나서서 야권의 승리를 일궈냈다는 찬사와 차기 대선구도의 변화가 부상으로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이름표를 단 후보가 뛰고 있는 강원도지사 재보선 등에서까지 승리하면 손 대표의 기세는 한층 더 상승할 수 있다. 이번 재보선을 치르며 민주당이 한나라당과의 지지율 격차를 오차범위 내까지 따라잡았기 때문이다.

실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4월 둘째 주 주간 정례조사 결과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전 주 대비 2.4%p 하락하면서 33.7%를 기록, 민주당은 1.2%p 상승한 29.3%를 기록해 양당의 격차가 4.4%p로 전 주(8.0%p)보다 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유시민 대표도 이번 재보선에 많은 판돈을 걸었다. 친노 진영과의 갈등을 불사하면서까지 이봉수 후보를 지원, 김해을 야권 단일후보로 세웠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에서 야권을 압도하고 한나라당 후보를 이겨 노 전 대통령의 ‘정통 후계자’라는 점을 강조하고 원내에 진입, 내년 총선·대선의 발판을 놓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

국민참여당이 김해을에서 김태호 전 지사를 이긴다면 이러한 ‘장밋빛 미래’가 현실이 될 수 있다. 또한 이는 유 대표가 대선구도에서 한발 앞서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 대표는 자신이 차기 대선주자 중 지지율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데 대해 “내 지지율은 아직 확장성을 얘기할 수 없을 정도로 미약하다고 할 수 있다. (지지율이) 20~30%는 나와야 과반이 될지 하는 확장성을 따지지 한 자리 숫자를 겨우 넘는 이런 지지율 가지고 확장성을 얘기하긴 그렇다”며 “2위라도 의미가 있는 2위여야지…”라고 자평하고 있는 상태기 때문이다. 
 
재보선 후 겨냥한 잠룡 끼리끼리 “여기 모여라~”

정치권에 미묘한 움직임들이 포착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의 ‘대통령 특사’가 그중 하나다.

박 전 대표는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로 이 대통령과의 각을 세웠다. 그러나 이 대통령도 박 전 대표도 정면충돌은 피해갔다. 이어 박 전 대표가 청와대의 대통령 특사 제안을 수락, 28일부터 5월7일까지 유럽 3개국을 돌아보고 오기로 했다. 특사 결과보고 차원에서 이 대통령과의 회동까지 예정된 상황이다.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회동 여부에 대해 “확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아마도 다녀온 후 보고 형식으로 만남이 있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이에 빠르면 5월께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양자회동이 열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또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과의 회동설로 여의도를 뒤흔들었다. 박 전 대표와 이 의원이 지난 18일 강남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비밀리에 회동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던 것. 두 사람의 회동에 배석자는 없었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이야기가 오간 것으로 소개됐다.


시나리오별 성적표 ‘누군 삼 먹고 누군 무 먹고’
파란의 5월 정국 노리는 물밑 움직임 부산하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진 직후 정치권에는 박 전 대표의 대통령 특사나 4·27 재보선에 따른 정치권의 변화, 다음달 2일로 예정된 원내대표 선거 등 정치현안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을 것이라는 등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박 전 대표와 이 의원의 회동설은 그러나 이 의원은 “박 전 대표를 만난 적이 없다”며 강하게 부인하면서 막을 내렸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도 “완벽한 오보”라며 관련 보도를 일축했다.

하지만 이 외에도 정가에 ‘회동’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재오 장관은 최근 친이계 인사들과 잦은 회동으로 정가 안팎의 시선을 끌고 있다.

이 장관은 지난 13일 북한산 회동으로 32명의 친이계 인사들과 결속을 다진데 이어, 20일 다시 한 번 친이계 인사들을 소집했다.

이날 모임에는 진수희 보건복지부장관을 포함해 36명의 현역 의원들이 참석, 4·27 재보선 전략을 논의했다. 이 장관은 친이계와의 회동에 쏠린 시선을 의식한 듯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은 어느 한 지역도 낙관하기 어렵다”며 “오늘은 계파모임 성격을 벗어난 승리를 위한 작전회의”라고 말했다.

이들은 권역을 나눠 책임 지역을 할당하고 구체적인 재보선 전략을 상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장관은 친이계와의 잇단 회동에 대해 “4·27 재·보궐선거 이후에는 승패를 떠나 (모임 목적에) 플러스 알파가 있을 수 있다”고 강조, 여운을 남겼다.
정몽준 전 대표는 이 대통령과 회동한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19일 한미 의원외교협의회장 자격으로 이 대통령과 미치 매코넬 미국 상원 공화당 대표 일행의 청와대 오찬 간담회에 참석했다 간담회 후 1시간10분간 독대했던 것.

이 자리에서는 주요 외교 현안은 물론 여권의 상황, 향후 정국구상 등 정치현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진행됐을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정가 인사들은 “‘천둥이 잦으면 비가 온다’고 재보선을 전후한 유력 정치인들의 잦은 회동이 정치권에 상당한 파장을 안길 ‘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예의주시하고 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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