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그런데 성역은 있었다

2017.02.08 12:02:44 호수 0호

"민간업체는 경내에 진입할 수 있는데 특검은 안 된다?"



최근 박영수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 거부가 이슈로 떠올랐던 가운데 한 누리꾼의 비판이 눈길을 끈다. 지난 3일, 박영수 특검팀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대면조사에 앞서 박충근·양재식 특검보를 주축으로 한 압수수색팀을 청와대로 급파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압수수색팀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에게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했지만 경내 진입을 거부당했다.

군사상 보안시설 및 공무상 비밀 보관장소이기 때문에 압수수색이 불가능하다는 게 이유였다. 이날 오후 2시, 청와대 측은 한광옥 대통령비서실장 및 박흥렬 경호실장 명의로 압수수색 불승인 사유서를 특검 측에 제출했다.

불승인 사유서를 전달 받은 특검팀은 오후 3시 무렵, 빈손으로 청와대를 떠났다.


이날 이슈로 떠올랐던 사안인 만큼 사회적 관심과 언론의 취재 경쟁도 불을 뿜었는데 이 과정이 방송을 타고 전국에 중계됐다. 이 과정서 청와대 측의 거부로 정문 앞에 정차해 있는 특검팀 차량을 뒤로 한 민간 배송업체의 차량이 포착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 민간 배송업체의 택배 기사가 청와대 출입 명단에 포함돼있을 거라는 예상은 충분히 합리적 판단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정작 공식적으로 인가된 법 집행을 '군사상 보안시설' '공무상 비밀 보관장소'라는 이유로 막아서는 것은 선뜻 공감하기 힘들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국정 농단 의혹의 명쾌한 해명을 위해서라도 이번 특검의 압수수색을 허용해야 한다. 관련법상 청와대를 압수수색하기 위해서는 책임자(대통령)의 승낙 없이는 불가한 만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결단이 필요했다.

황 권한대행은 이에 대해 "권한 밖"이라며 사실상 특검의 압수수색을 거부했다.

무엇보다 아쉬운 부분은 권한이 정지 중인 압수수색에 대한 박 대통령의 관망 자세다. 오히려 청와대는 이번 압수수색 거부로 '꽁꽁 싸매 진실을 감추려 한다'는 인식만 더 강하게 줬기 때문이다. 분명히 성역은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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