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학생 자살 카이스트 대자보 ‘눈길’

2011.04.12 09:12:50 호수 0호

“우리는 행복하지 않다”

학생들의 잇따른 자살로 충격을 넘어 패닉상태에 놓은 카이스트에 "우리는 행복하지 않다"는 내용의 학생 대자보가 붙었다.

카이스트 재학생 허모씨는 지난 6일 학생식당 앞 게시판에 카이스트의 진정한 주인은 바로 우리 4000학우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였다.

허씨는 대자보를 통해 "올해만 3명의 학우가 우리 곁을 떠났다"면서 "성적에 따라 수업료를 차등 지급하는 미친 등록금 정책,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재수강 제도 등 무한경쟁, 신자유주의적 정책이 학업 부담을 가중시키고 말도 안 되는 학내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허씨는 "이 학교에서 우리는 행복하지 않다"고 일침을 가했다. 학점 경쟁에서 밀려나면 패배자 소리를 들어야 하고 힘든 일이 있어도 서로 고민을 나눌 여유조차 없다는 주장이다.

올해 들어 4명 자살 카이스트 ‘패닉 상태’ 
학교 측, ‘차등 수업료 징수제’ 폐지할 터


그런가 하면 허씨는 서남표 총장을 향해 "무한경쟁, 신자유주의 정책을 폐기하고 진정 4000학우를 위한 카이스트를 건설하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온갖 비민주적인 학칙들은 학우들의 목소리를 짓누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마지막으로 허씨는 같은 재학생들에게 "주체가 되어 온갖 불합리한 것들에 맞서 함께 바꿔나가자"고 제안했다.

한편, 허씨가 대자보를 붙인 지난 6일까지는 대자보의 내용과 같이 올해 들어 3명의 학생이 잇따라 자살했다. 앞서 지난 1월 로봇영재 조모(20)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데 이어 지난달 2학년 김모(19)씨가 투신해 숨졌고, 같은달 29일 장모(25)씨 역시 세 번째로 자살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하지만 허씨의 대자보가 붙은 바로 다음날인 7일 또 한 명의 카이스트 학생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오후 1시20분께 인천시 남동구 만수동의 한 아파트 1층 현관 앞 아스팔트 바닥에서 카이스트 휴학생 박모(19)군이 숨진 채 발견됐다. 카이스트 2학년인 박씨는 숨지기 하루 전인 6일자로 학교를 휴학한 상태였으며, 아파트 21층 복도에서 박군의 점퍼와 지갑이 발견된 점으로 미뤄 박군이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로써 올해 들어 카이스트 학생 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에 카이스트 측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들에게 과다한 스트레스를 줘온 것으로 지목된 차등 수업료 징수제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서남표 총장은 "저를 비롯한 KAIST 구성원은 엄청난 충격과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슬픔과 비통함을 느끼고 있으며, 국민 여러분과 학부모, 학생들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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