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샘표일가 복잡한 가족사

2011.04.07 13:52:04 호수 0호

경영권 분쟁…알고 보니 집안싸움?

65년 전통의 ‘간장 명가’ 샘표식품은 내부적으로 바람 잘 날 없다. 끊이지 않는 경영권 분쟁 탓이다. 최대주주인 오너일가는 수년째 2대주주 공격에 시달리고 있다. 지분 차이가 별로 없어 ‘지휘봉’이 아슬아슬하다. 이는 단순히 지분 싸움이 아니다. 이면에 그럴만한 사연이 있다.

샘표식품 경영권은 불안하다. 2대주주의 견제 때문이다. 벌써 5년째다. 2006년 지분이 쪼개진 이래 줄곧 그랬다. 특히 3월 주총시즌엔 더하다. 표 대결이 벌어지는가 하면 소장이 왔다 갔다 하는 ‘이전투구’ 양상이 극에 달한다. 때론 고성이 오가는 촌극도 빚어진다.



이번 주총 때도 마찬가지였다. 샘표식품은 지난달 22일 경기도 이천 샘표공장에서 열린 주총에서 검사인 선임 문제를 두고 2대주주인 우리투자증권의 사모투자전문회사(PEF) 마르스1호와 첨예하게 부딪혔다. 마르스1호 측은 2010년 영업실적 승인과 이사 선임, 이사보수 한도 결정 등에 대해 대부분 반대 의견을 내놨다. 앞서 마르스1호는 샘표식품 경영진을 상대로 위법행위 유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면서 싸움을 걸었다.  

33.4% : 32.98%

표 대결 결과는 샘표식품의 승. 그렇지만 샘표식품은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당장 이겼다고 해도 마르스1호의 ‘딴죽’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마르스1호가 내년 2월 정관상 해산일을 앞두고 공격의 고삐를 더욱 당길 것이란 예상도 있다.

5년째 사모펀드 마르스1호와 ‘불편한 동거’ 
툭하면 이전투구…배다른 ‘형제의 난’ 발단


우호지분 확보에 실패하면서 번번이 무릎을 꿇은 마르스1호도 주총 직후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현재 진행 중인 소송 외에 몇 개의 소송을 더 제기할 계획”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에 샘표식품은 “마르스1호가 근거 없는 의혹을 계속 제기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타협 없이 대응할 것”이라고 맞섰다.

샘표식품에 바람 잘 날 없는 이유가 뭘까. 마르스1호는 왜 샘표식품을 노리는 것일까. 두 가지 의문은 샘표일가의 가족사를 들여다보면 어느 정도 풀린다.

샘표식품은 1946년 고 박규회 창업주가 서울 충무로 지역에 터를 닦아 장류 전문업체로 출발했다. 1959년 서울 창동에 제2공장을 건설하면서 본격적으로 국내 장류 업계의 선두주자로 부상했다.

문제는 박 창업주가 배다른 자식들을 뒀다는 것이다. 박승복 회장과 박승재 전 사장(2006년 10월 작고)이다. 이복형제는 1976년 박 창업주가 별세한 뒤에도 별 탈 없이 샘표식품을 공동 경영했다.

이복형제들 건재?

하지만 박 회장이 1997년 4월 박 전 사장을 해임하는 동시에 대표이사직을 아들인 박진선 사장에게 넘겨주자 박 전 사장 측이 반발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시작됐다. 이복형제간 싸움은 일진일퇴의 물밑 지분 경쟁에서 치열한 법정공방으로 비화됐고, 결국 이듬해 8월 주총에서 박 회장 부자가 승기를 잡아 일단락되는 듯 했다.

그러나 이도 잠시. 한동안 잠잠했던 경영권 분쟁은 호시탐탐 샘표식품을 노리며 박 회장 일가와 반목을 거듭해오던 박 전 사장 측이 샘표식품 지분을 마르스1호에 넘기면서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박 전 사장 측을 비롯한 ‘박승복 반대파’15명은 2006년 9월 샘표식품 지분 24.1%를 우리투자증권이 설립한 마르스1호에 매도했다. 이중 박승혁·승우·승호씨 등 박 전 사장의 동복형제 일가 9명의 지분은 약 16%가 모두 포함됐다.

마르스1호에 돈을 댄 투자자들의 실체를 두고 설이 분분했다. 일각에선 박 회장 부자에 밀린 이복형제 일가가 마르스1호와 이면계약을 맺어 경영권 회복을 시도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우리투자증권 측은 “이면계약은 없다”고 일축했지만, 펀드의 풍부한 자금을 빌어 상황을 역전시키겠다는 박 전 사장 측의 ‘적대적 M&A’노림수란 시각이 적지 않았다.

마르스1호는 당초 “추가 지분확보나 경영권에 참여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지만, 이듬해 미국현지법인 미스터김치(현 샘표푸드서비스)에 대한 투자의혹 제기를 신호탄으로 서서히 본색을 드러냈다. 게다가 지속적으로 지분 매집에 나서 적대적 M&A 시도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마르스1호는 32.98%(마르스아이엔에스1호유한회사 지분 3.01% 포함)의 샘표식품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박진선 사장의 개인 지분은 16.46%. 여기에 그 일가와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치면 33.4%가 된다.

양측의 지분차이가 불과 0.42%밖에 안 되는 셈이다. 샘표식품은 “풀무원홀딩스(5.01%) 등 박 사장의 우호지분이 50%를 상회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지만, 단순 비교상 불안할 수밖에 없는 지분구조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샘표식품 경영권 분쟁은 집안싸움이 시초가 됐다”며 “박 회장의 이복형제들이 사모펀드와 관계가 없다 해도 지분을 넘긴 것만으로도 이복형제간 또 다른 분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샘표식품은 그동안 마르스1호의 공격을 모두 막아냈다. 주총 표 대결 전적은 4전4승. 마르스1호는 숱한 의혹과 소송 등을 제기했지만 단 한번도 ‘샘표 철옹성’을 뚫지 못했다. 그래도 안심할 수 없는 샘표식품에 언제 ‘평화’가 찾아올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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