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4.27 재보선 먹구름 드리운 속사정

2011.04.07 11:56:30 호수 0호

“이러다 내년 총선 대선까지 ‘개밥그릇’ 될라”

한나라당이 선거 불안감에 휩싸였다. 민주당의 몫이었던 자리가 많이 나온 데다 거물급 인사들이 뛰어들면서 한나라당에 유리할 것으로 전망됐던 4·27 재보선에 먹구름이 끼었기 때문이다. 악재가 가랑비 내리듯 선거판을 적시면서 상황은 ‘안개정국’이 되어가고 있다. 재보선은 물론 총선에 대한 불안한 전망이 잇따르면서 한나라당이 느끼는 위기감은 커져만 가고 있다.          
 
한나라당 안팎 “재보선이 불안하다” 앓는 소리
지역구 의원 122명 ‘총선 여소야대’ 전망키도

4·27 재보선이 한발 한발 다가오면서 자신감에 찼던 한나라당이 목소리에 힘을 잃어가고 있다. 



이번 재보선은 강원도, 분당, 김해 등 한나라당 강세 지역에서 치러지는데다 엄기영 전 MBC 사장, 강재섭 전 대표, 김태호 전 지사 등 거물급 정치인의 출마로 한나라당의 우세가 점쳐졌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움트기 시작한 한나라당 참패론이 몸집을 키워가면서 재보선을 바라보는 시선이 흔들리고 있다. 

한나라당의 ‘선거 불안감’은 각종 여론조사와 당내 인사들의 발언을 통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가 지난달 24일 김해을 유권자에게 후보 개인에 특정하지 않고 여야 단일후보에 대한 투표 의사를 묻자 53%가 야권 단일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나라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이는 34.2%에 불과했다.

선거 전망 ‘빨간불’

또한 한나라당 유력 후보인 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민주당 곽진업 전 국세청 차장, 국민참여당 이봉수 전 특보와 각각 맞대결하는 것으로 가정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두 후보가 김 전 지사를 앞선다는 결과가 나와 한나라당에 충격을 안겨줬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김해을과 분당에서 야권의 승리 가능성을 높게 전망했다. 안 대표는 “홍준표 최고위원도 분당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는데, 특별한 악재가 없다라고 가정한다면 손 대표가 유리한 흐름을 타고 있는 것 아닌가 전망하고 있다”며 “분명히 거대한 변화의 흐름, 지각변동이 뚜렷하게 감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 변화의 가장 큰 요인은 민심이반”이라며 “여러 가지 물가상승이나 연평도 사태, 또 대통령의 선거공약 자기부정, 여러 가지 헤아릴 수 없는 악재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분당을 재보선과 관련, “한나라당 입장에서 본다면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로 급변했다”면서 임태희 비서실장이 71.1%의 득표를 보였던 18대 총선과 이재명 시장후보가 44.6%, 유시민 후보가 42.8%의 득표를 보였던 지난해 지방선거 등을 비교한 것을 예로 들었다.

안 대표는 “지난번 조사에서 한나라당 텃밭으로 보이는 분당을에서도 대통령 국정운영 평가가 ‘매우 잘한다’가 12.2%, ‘매우 잘못한다’가 30.7%가 된다. 이런 민심의 흐름이 어떤 특정 지역에만 국한돼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분석, 한나라당의 재보선 참패 가능성을 높게 봤다.

당 주요 인사들도 재보선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 홍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김해을, 분당을, 강원도를 직접 방문하고 주변 이야기를 들은 것 등을 근거로 “세 지역 다 시계 제로”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이 아직 순천 재보선에 후보를 내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한면 사실상 4·27 재보선 전패 가능성은 언급한 것이다.

이러한 전망을 한 것이 홍 최고위원만도 아니다. 김현철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은 지난달 18일 4·27 재보선과 관련, “어느 한 지역도 속단하고 예단하기는 힘들 것 같다”면서 강원도와 김해을은 박빙으로 내다보면서 야권이 단일화에 성공한다면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었다.

게다가 김 부소장이 분당을 재보선과 관련해 ‘상당한 변수’로 지적했던 손 대표의 출마도 현실이 돼 한숨을 깊게 했다.

여권 덮친 총선 공포감

한나라당의 불안감은 4·27 재보선을 넘어 총선·대선을 향하고 있다. 총선은 아직 1년여 남아있지만 지역구에서는 벌써부터 열기가 후끈 달아오른 만큼 민심의 체감도도 높다는 것.

전여옥 의원은 차기 총선·대선과 관련, ‘여의도발 정치기상예보’에서 “서울 수도권예보는 ‘한나라당 압승의 부담 아래 40석을 절반만 사수해도 대단한 것’”이라며 “벌써부터 ‘참패하거나 덜 지거나’의 차이라는 예측이 여의도에 가득하다”고 전했다.

김무성 원내대표도 지난 4일 “이명박 대통령이 일 잘한다고, 지지율이 높다고 하지만 시중에선 전부 욕한다”고 직격탄을 날리면서 “총제적인 위기”라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그는 “이대로 가면 총선·대선 다 진다. 특히 수도권은 위기감이 크다. 총선에서 당선될 서울 의원은 10명밖에 없다는 자조적인 얘기가 나오는데, 정말 현실화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차기 대선에 대해서도 “갈등 수습이 잘 안 되면 여권 내부 분열이 올 수 있고, 그러면 어려워진다. 우파가 단결해야 한다. 잘못된 공천으로 분열되면 필패”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원내대표는 5일에도 “우리에게 큰 위기가 엄습해 오고 있는 것을 확연히 느낀다”며 4·27 재보선에 대한 위기감을 드러냈다. 

한나라당 지역구 의원들의 시각도 이와 다르지 않다. 최근 한나라당 지역구 의원 12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80명(66%)이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국회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데 실패, 여소야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상황이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형준 청와대 사회특보는 지난 6일 “물가, 전세난 등 민심이 좋아질 여건은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며 향후 정국이 여권에 더욱 불리하게 진행될 수 있음을 시인했다.

박 특보는 한나라당이 큰 위기에 직면했다는 김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현실을 비관적으로 보는 것이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내년에 중요한 선거가 있고 정권 재창출이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에 그런 관점에서 보면 지금 현실을 비관적으로 보는 것이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총선·대선에 대한 비관론이 4·27 재보선의 패배로 일부 현실화 될 경우, 이 대통령의 레임덕을 가속화시키고 내부 악재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을 덮친 선거 공포감이 독이 될지 약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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