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 ‘육영수 마케팅’ 백태

2016.12.20 08:41:27 호수 1093호

대통령 눈치 보다 이제 국민 편인척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옥천군은 올해 육영수 여사 탄신제, 추모제 등에 적지않은 자금을 지원하며 ‘육영수 마케팅’에 열을 올렸다. 내년에는 생가 인근에 국비 등 81억원이 드는 전통문화체험관 건립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 탄핵 가결 여파로 육영수 여사 추모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박근혜 대통령 외가인 충북 옥천여성회관 마당에는 18년 전인 1998년에 군민들이 5000여만원의 성금을 모아 건립한 육영수 여사 동상이 세워져 있다. 군민들은 1974년 8월15일 육 여사 서거일에 맞춰 그의 숭고한 박애정신을 기리는 추모제를 지낸다. 또 생일인 11월29일에는 탄생을 축하하는 숭모제를 옥천군과 옥천문화원이 주최하고 민족중흥회와 옥천청년회의소 주관으로 2004년부터 개최하고 있다.

여론 의식

옥천읍 교동리에 자리 잡은 생가는 육 여사가 태어나 박 전 대통령과 결혼할 때까지 살던 곳으로 조선 후기 지어진 99칸 전통한옥으로 낡아 허물어진 것을 옥천군이 37억5000만원을 들여 2011년 복원했다.

한해 20만명 안팎이 찾던 이곳에는 요즘 들어 방문객의 발길이 뜸하다. 지난 달 25일,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이후 지금까지 1만2144명이 찾는 데 그쳐 전년 동기대비 37.8%나 입장객이 줄었다.

생가에 근무하는 천정희 문화해설사는 “최근 방명록을 보면 대통령을 보살펴 달라는 등 모정에 호소하는 글이 부쩍 늘었다”며 “아무래도 심란한 정국의 영향을 크게 받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옥천군은 해마다 육영수 여사 생일과 서거일에 맞춰 열던 탄신제(숭모제)와 추모제를 통합하거나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악화된 국민 여론과 시민단체 목소리를 의식한 조치로 여겨진다.

두 행사는 순수 민간차원서 시작돼 2010년과 2014년부터 군비를 지원받고 있다. 올해는 탄신제에 700만원, 추모제에 253만원이 지원됐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에 분노한 민심은 이 같은 예산지원이 부당하다며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탄신·추모제에 수백만원씩 지원
전통한옥 생가 복원 수십억 투입
탄핵불똥 튈라…통합·축소 검토

‘박 대통령 퇴진 옥천국민행동’은 지난달 29일, 탄생 91주년 숭모제 행사장 앞에서 “육 여사 업적을 미화하는 행사에 왜 혈세를 퍼주느냐”며 항의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대한민국의 수치다. 독재자의 딸 박근혜를 구속하라” “대한민국과 보수의 가치를 걸레로 만든 여자 즉각 하야” 등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
 

보수단체 회원들도 지지 않았다. 이들은 “난동세력 진압하라. 강제하야 절대반대” 등 구호가 적힌 종이를 들고 진보단체와 맞섰다. 특히 일부는 몸싸움을 벌이면서 육영수 숭모제는 난장판이 됐다.

경찰이 출동하면서 불미스러운 일은 없었지만 올해 옥천 육영수 여사 탄신제는 축하공연과 축사 등 대부분의 행사를 생략, 30분 만에 끝났다.

옥천군 홈페이지 등에도 비난 글이 쇄도했다. 대통령 탄핵가결은 이들의 목소리에 한층 힘을 싣는 분위기다. 옥천군 관계자는 “내년 예산안에 올해 규모로 지원하는 것으로 편성했지만 국민 정서를 고려하면 그대로 시행하기는 어려운 상황 아니냐”며 “주최 측에 이런 상황을 전달하고 대책을 고민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주최 측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탄신제를 여는 민족중흥회 관계자는 “대통령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육 여사에게 표출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아무리 탄핵 정국이지만 육 여사의 숭고한 봉사정신과 소박한 삶까지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육씨 종친도 “대통령의 과오를 어머니에게 전가하는 것은 연좌제나 다름없다”며 “주민참여예산으로 편성한 예산안을 번복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거들었다.

그러나 옥천군과 군의회는 들끓는 민심을 고려할 때 두 행사의 통합이나 지원 중단 등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옥천군은 2011년 37억5000만원을 들여 옥천읍 교동리의 육 여사 생가를 복원한 뒤 주변 관광지 개발 등 ‘육영수 마케팅’을 해왔다. 군은 이번 사태가 생가 앞 1300㎡에 추진 중인 전통문화체험관 건립에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내년까지 국비 등 81억원이 투입될 예정인 이 체험관은 애초 육영수 기념관이 추진되는 곳에 건립된다. 성격은 바뀌었지만 여전히 육 여사와 분리해 놓고 말할 수 없는 사업이다.

의견 충돌

안효익 옥천군의회 의원은 “고 육영수 여사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추모제를 지내는 것은 어느정도 이해하겠지만 그의 생일까지 기념하는 것은 과한 측면이 있었다”며 “고 육 여사의 탄신제 행사를 하는 것에 대해 주민들 사이에서도 반대 의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안 의원은 이어 “지난 9일 옥천군의회 정례회서 고 육 여사의 탄신제와 추모제를 축소하거나 통합할 것을 군에 요구했다”며 “군에서도 두 행사의 지속여부에 대해 검토 중인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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