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유사회원권’ 주의보

2016.11.28 09:52:43 호수 0호

조심 또 조심!

업무 중단 후 잠적…악순환 반복
파격 혜택 너무 많으면 의심해야



골프계에 유사회원권 사고가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국내 모회원권 업체 대표가 지난달 3일 회원과 직원들에게 “에스골프 판매 영업, 회원 입회, 골프장 그린피 지원·예약 접수 등 업무 일체를 당분간 중단한다”고 단체문자를 보낸 뒤 연락이 되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이 업체 대표는 문자를 통해 “충분히 검토한 후 결제 방식을 정상화 하겠다”고 밝혔지만 회원들의 해석은 다르다.

문제는 이 업체가 판매한 ‘유사회원권’으로 인한 피해액이 500억원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큰 사건이라는 것이다. 이 업체의 유사회원권은 골퍼들 입장에서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혜택이 좋았다. 1540만원짜리 상품인 ‘VIP’ 회원에 가입하면 4명이 연간 60회에 걸쳐 정회원 혜택을 볼 수 있다. 먼저 비회원 가격으로 라운드를 한 뒤 회원과 비회원 간 그린피 차액을 돌려받는 구조다. V-VIP 회원이 되면 전국 골프장 300여곳에서 4명·1팀이 연간 91회까지 2310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이 조건이 그대로 실행될 경우 골퍼들은 선불로 목돈을 내고 정회원 혜택을 받으며 골프를 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게다가 특정 골프장의 회원권을 수억원을 주고 살 필요가 없고 골프장 부도 사태나 회원권 반납 지연에 따른 걱정을 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함정이 있다. 골퍼들이 열심히 사용할수록 회사의 수익 구조는 악화된다는 것이다. 물론 초기 회원은 상당한 이득을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후 원금이 점차 빠져나가며 신규 회원을 통해 회사를 운영해야 한다. 이른바 ‘돌려막기’다. 그리고 일정 시간이 지나 회사가 원금 손실에 따른 부담을 이겨내지 못하면 문을 닫아야 한다. 주말 골퍼들이 유사회원권을 구입할 때 판매 기업의 자금력과 자산 현황, 회원권 직접 보유 유무 등을 꼼꼼하게 따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부분이다.

‘유사회원권 사고’는 근래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2010년 토비스레저그룹 사건이 대표적이다. “2000만∼3000만원의 입회금으로 5년 동안 전국 골프장을 회원가로 이용할 수 있다”며 “골프장 회원가와 비회원 가의 차액에 해당하는 금액을 돌려준다”는 ‘페이백(payback) 서비스’를 곁들였다. “계약 기간이 지나면 보증금까지 반환해준다”는 달콤한 조건도 가미했다. 누가 봐도 파격적인 조건이다. 하지만 피해 회원 수는 무려 8000여명, 1500억원대의 엄청난 사기로 직결됐다. 회장은 미국으로 도주했지만, 한미사법공조 절차에 따라 국내에 송환됐고, 법원은 “사업 실현성이 매우 불확실한 상품을 판매하고, 피해자 보상도 하지 않았다”면서 징역 10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유사회원권 판매업체 리즈골프는 지난해 말 “1200만∼ 1300만원대 회원권을 구매하면 전국 300개 골프장을 정회원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면서 회원을 끌어모았다. 유사회원권을 다단계 방식으로 팔았고, 페이백 서비스를 핵심으로 내세웠다. 피해자는 6500여명, 피해액은 1000억원에 달했다. 처음에는 월 3∼4회 제휴 골프장 부킹 혜택을 제공, 회원들을 안심시킨 뒤 뒤통수를 쳤다. 이 업체 대표는 지난해 11월 갑자기 서비스 중단을 선언한 뒤 말레이시아로 도망갔다가 최근 검거돼 검찰에서 사기 및 방문 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1000억원 사기 이외에 회사 운영자금 50억원을 개인적으로 유용해 쓴 횡령 혐의가 더해졌다.

최근에는 부산까지 번졌다. 유사회원권업체 홀인원 골프가 지금까지 회원들로부터 회비 변제의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9월 “1100만원으로 부산과 경남 일대의 모든 골프장을 회원과 동일하게 이용할 수 있다”면서 520여명을 모집했지만, 추가 회원 영입에 실패하자 지난 3월 영업 6개월 만에 두 손을 들었다. 피해액은 25억원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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