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 압박받는 엄기영 출구 전략

2011.03.15 09:45:02 호수 0호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한나라당 엄기영 강원도지사 예비후보가 ‘예선전’을 혹독하게 치르고 있다. 당 내 반발 기류는 예상치보다 크다. 엄 예비후보는 ‘광우병 파동 당시 왜곡 보도’ 관련해 지난 2008년 정부·여당과 최전선 대치를 벌인 MBC의 전직 사장 출신이기 때문이다. 엄 예비후보는 지난해 2월8일 사장직에서 물러나면서 후배들에게 “대한민국 최고의 일류 공영방송 MBC를 계속 지켜달라”는 당부의 말을 남긴 바 있다.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은 이와 관련해 “광우병 파동 때 ‘정론’은커녕 왜곡 선동에 앞장선 엄기영 전 MBC 사장의 영입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어정쩡한 용병, 최소한의 조국애가 없는 군인은 절대로 승리할 수 없다. 한 번도 제대로 된 선거를 치러 본 적이 없는 엄기영씨가 과연 제대로 그 거친 도지사 선거 레이스를 치러낼 수 있을까도 의문”이라고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지적했다.

전 의원은 이어 “한나라당은 종교와 마찬가지로 당에 대한 뜨거운 애정과 같은 가치를 지닌 사람들이 당원이 돼야 하는 정당”이라면서 “그런데 이 엄기영이라는 분, 한나라당을 사랑하지도 신뢰하지도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우리가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것은 결국 ‘제대로 된 후보’를 공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면서 “요즘 당의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절망한다”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한나라당의 한 중진 의원도 엄 예비후보에 대해 암하노불(岩下老佛)이라고 평가했다. 암하노불은 바위 아래 늙은 부처처럼 어질고 도량이 넓다는 뜻으로 강원도 사람들의 ‘품성’을 일컫는 말이다. 이 중진 의원의 인용에는 엄 예비후보의 행보에 대한 비아냥이 깔려있다. ‘강원도의 발전을 위해 도지사를 할 수 있다면 자신을 매몰차게 쫓아낸 여권도 용서할 수 있다니 그의 도량이 얼마나 크냐’는 내용의 반어적 표현이다.

한편 당 일각에서는 거물급을 내세우고도 패했다는 멍에를 쓰느니 차라리 조용하게 선거를 치러 ‘정권 심판론’ 확산을 막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난 7일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홍준표 최고위원은 “일부 재보선에서 패하면 패배를 겸허히 수긍해 내년 총선과 대선의 밑거름으로 삼아야지 이번 재보선에 당 지도부가 사활을 걸고 죽기 살기식으로 매달리는 것을 옳지 않다”라고 비판했다. 나경원 최고위원 역시 “여당은 재보선을 조용히 치러야 유리하다는 말이 있다”면서 “우리는 굉장한 이벤트 성격으로 치러내는데 방법에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당내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공천심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원희룡 사무총장은 “후보자 접수도 안 받았는데 특정인이 되고 안 되고가 어디 있냐”면서 불편한 심기를 보였다. 원 사무총장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선거는 정당의 존재 이유기 때문에 당 지도부는 최상의 후보를 내세워 전력을 다하는 것”이라면서 “패배를 말하는데 본인들 선거에도 ‘안 되면 말고’ 식으로 할 수 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거물급은 안 된다고 하는데 당에서 누구는 나오고 누구는 나오지 말라고 할 권리가 어디 있냐”면서 현재의 구도를 바꿀 의도가 전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해 당 안팎의 경쟁자들로부터 집중적 견제를 받고 있는 엄 예비후보는 자신을 향한 비판에 대해 정면으로 맞서기보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 가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여론 조사에서 타 후보를 월등히 앞서고 있다는 판단 때문에 ‘묵묵히’ 예정된 일정을 차분히 소화하고 있다.

그는 경쟁자들의 비판에 일일이 대응하기보다 도내 18개 시·군을 돌며 도민 정서와 민심을 정확히 파악해 ‘맞춤형 정책 및 공약’을 내놓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엄 예비후보는 “1차 민심 투어가 끝나는 11일 기존의 정책에 민심을 반영한 맞춤형 정책을 내놓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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