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천우의 시사펀치> 박근혜 대통령과 개똥이

2016.11.08 08:43:06 호수 0호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조선 중기의 학자 이성령이 조선 초·중기의 역사를 편년체로 정리한 사서 <춘파일월록(春坡日月錄)>에 실려 있는 글을 요약해본다.



『광해가 탐욕스럽고 음란하였으므로 개똥이가 안팎에서 제 마음대로 하며 이이첨과 한 마음이 되어 어울렸다. 뇌물을 받고 벼슬을 팔아 기강이 전연 없었으니, 대궐 안의 모든 일이 개똥이의 손에서 한결같이 결정되었다.

궁녀가 광해의 잠자리를 모시는 것도 광해가 개똥이의 허락을 얻어야 되었기 때문에 개똥이가 여러 계집에게서 뇌물을 받았는데, 그 값의 많고 적음에 따라 광해로 하여금 동침하게 하면 광해가 감히 거스르지 못하였다.

하루는 광해가 개똥이를 데리고 잠자리에 들려 하였는데, 박씨라는 옛 상궁이 땅에 꿇어앉아 간하니 광해가 부끄러운 빛이 있었다. 또 개똥이의 말을 어기는 일이 있을 때는 성내어 말하기를 “큰 덕을 감히 잊는단 말이오. 내 입에서 말이 나올 것 같으면, 임금이 자리를 보전하지 못할 것이오”하니, 광해가 당황하고 부끄러운 빛이 있었다.』

광해는 임금의 시호를 받지 못한 임금, 즉 광해군을 의미하고 개똥이(介屎, 김개시)는 광해군이 시호를 받지 못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여인이다. 여하튼 상기의 글에서 흥미로운 대목이 눈에 뜨인다. “큰 덕을 감히 잊는단 말이오. 내 입에서 말이 나올 것 같으면, 임금이 자리를 보전하지 못할 것이오”라는 부분이다.

역시 상기의 글에 의하면 개똥이의 이 말에 광해군은 당황해하며 부끄러워했다고 한다. 그 사연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한 국가의 제왕이 그렇고 그런 한 상궁에게 절절매는 그 모습이 아연하지 않을 수 없다.


역사 속으로 들어가 보자. 조선조 제 14대 임금인 선조 때의 일이다. 일찌감치 광해군을 세자로 책봉했던 선조는 임진왜란이 끝나자 서자인 광해군을 세자에서 폐하고 적자인 영창대군을 차기 임금으로 세우려 했다.

이 과정서 광해군과 선조로부터 성은을 입었던 김개시가 비밀리에 결탁한다. 선조를 독살하고 광해군을 차기 임금으로 세우자고. 하여 김개시가 동궁 즉 광해군의 사저에서 만든 독이 든 약밥을 선조에게 먹이고 결국 그를 먹은 선조는 맥없이 이승을 하직하게 된다.

그런 만큼 개똥이는 이를 배경으로 국정에 관여해 권신 이이첨과 쌍벽을 이룰 정도로 권력을 휘둘렀다. 매관매직을 일삼는 등 그 해독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고 결국 인조반정이 일어나자 반정군에게 참수되었다.

이제 시선을 현실로 돌려보자.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로 대표되는 최태민 일가에 대해서다.

필자가 누누이 밝혔지만 다시 인용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시해되고 난 이후 김계원 당시 비서실장 그리고 박 전 대통령을 시해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은 명확하게 이야기했다. ‘박정희 대통령을 시해한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최태민이라는 사이비 인간 때문’이었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아간 당사자인 최태민도 모자라 그의 자식들과 아직도 끈끈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박 대통령을 살피면서 선조와 광해군 그리고 개똥이와 비교해보자.

막상 비교해보자고 하였으나 무엇인가 비슷해 보이기도 하고 또 어딘가 허술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한가지만은 단언할 수 있다. 개똥이로 인해 광해군은 왕의 시호를 받지 못했고, 최순실로 인해 박 대통령 역시 대통령 직함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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