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한나라당 원내대변인 정옥임 의원

2011.03.01 10:40:00 호수 0호

북에 ‘직접 사과’ 요청해야 MB정부다운 태도

군에 대한 변화 주문보다 사기 높여줘야
정직한 복지는 지속가능한 맞춤형 복지



“드라마를 보면 실제 성격과 관계없이 좋은 역할을 맡은 사람은 좋아 보이고 나쁜 역할을 맡은 사람은 나쁘게 보이잖아요? 저도 원내대변인을 맡으면서 당이 잘하면 좋게 잘 봐주시는데, 당이 제대로 못하면 저에게 더 큰 질책이 돌아오는 것 같아요. 서운하다기보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야단 안 맞으려면 정치 올바르게 잘해야죠.”

‘똑소리 나는 정치인’ ‘꼼수 없는 솔직 당당한 정치인’이라는 수식어에 꼭 들어맞는 한나라당 정옥임 의원을 지난달 23일 의원회관에서 만나봤다. 의원실 안으로 들어가니 작은 어항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원내대변인이라는 치열한 정치 현장의 최전선에서도 ‘동물애(zoophilism)’를 잃지 않은 정 의원의 ‘따스함’이 느껴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 남북 관계가 많이 꼬여 있는데.
▲ 지금은 우리가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풀 수 있는 상황이라기보다, 결국 북한이 어떤 식으로든 곪은 것이 터지는 급변 사태가 올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이 개진될 때 우리가 얼마나 신속하고 기민하며 합리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가 핵심이다. 예컨대 김정일 건강 상태의 급변을 가정해 사전에 그에 대한 치밀한 준비를 하고, 북의 다방면 대화 공세 속에서도 도발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 정부가 북의 여러 가지 도발에 대해 사과가 전제되지 않는 한 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주장한 것은 잘못됐다. 대화를 통해 북에 사과하라고 직접 촉구하는 것이 MB정부다운 태도다.

- 현재 우리 군은 잘 하고 있다고 보나.
▲ 최근 군이 국가 방어를 위해 ‘싸우는 군대’가 아닌 ‘행정 관료화’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인간 안보나 해적 등 21세기형 새로운 안보에 우리 군의 역량이 발휘된 측면이 있지만 보다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만드는 일종의 ‘개혁’도 필요하다. 그러나 군의 변화에 대한 주문도 중요하지만, 군의 사기를 증강시키는 문제도 중요하다.

- 상임위가 정무위인데 그동안 어떤 활동을 했나. 어렵진 않은가.
▲ 내가 외교·통일 전문가로만 알려져 있지만 국가 경제의 핵심인 금융 정책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국가 전략을 제대로 세울 수 없다. 그 동안의 정무위 활동은 서민 금융 지원과 중소기업·소상공인의 경제적 어려움을 개선해 나가는 데 주안점을 뒀다. 특히 미소 금융을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확대할 수 있도록 여러 조처를 추진했다. 국민 실생활과 관련된 자동차 보험, 아파트 분양 거래 계약서 약관 실태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서민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고자 노력했다.


- 한나라당 지금 잘하고 있다고 보는지.
▲ 지금 구제역, 전·월세, 물가 급등 등의 문제로 한나라당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08년 금융 위기를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극복한 나라로 알려졌지만, 국민의 피부에 맞닿은 서민 경제 분야는 결과로 보여주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참으로 갑갑하고 송구스럽다.

- 개헌에 대한 생각은.
▲ 1987년 개정된 대통령 5년 단임제 헌법으로 많은 정치적 비용을 지불했다는 것에 대해 이견이 없다고 본다. 기본권 측면에서도 일정 부분 헌법을 수정해야 된다는 점은 국민 대다수가 공감하고 있다. 다만 물가나 민생 현안이 시급해 아직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헌법상 부족한 부분을 수시로 고쳐 나가며 시대에 맞게 바로잡아 나가고 있다. 개헌은 국민과 공감대를 형성한 가운데, 21세기에 맞게 정치적 비용을 줄이고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 정옥임 하면 ‘똑소리’를 떠올리던데.
▲ 어떤 분들 중에는 정똑임이라고 하는 분들도 계시다. 과분한 칭찬이다. 하지만 이와 더불어 인간적인 여유와 사람 향기 나는 따뜻한 정치인이 돼야겠다는 마음을 늘 품고 있다.

- 기억에 남는 의정 활동이 있다면.
▲ 작년 어버이날 독도 경비대원들의 부모님을 모시고 독도에 갔다. 김밥과 카네이션을 싸들고 독도 경비대원들과 그들 부모님의 상봉을 주선했다. 독도 경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사정이 있어 부모님께서 못 오신 대원의 1일 엄마가 돼줬다. 그 경비원은 다른 전우들의 상봉 모습을 지켜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자식 키우는 엄마로서 애틋한 마음이 듦과 동시에 대한의 아들이 참 자랑스러웠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올해도 기획하고 있다.

- 정계 입문 전 대학 강단에 섰는데 ‘정옥임 교수’는 어땠나.
▲ 학교(아산)가 집(서울)과 많이 떨어졌다. 월요일에 출근해 화요일 수업 마치고 귀가하는 1박2일 스케줄이었다. 덕분에 월요일 저녁에는 학생들에게 ‘왜 젊을 때 노력해야 되는지’ 등에 대해 ‘보충 수업’을 실시하기도 했다. 일종의 야학인데 학생을 가르치는 스승으로서 애틋한 마음을 가지고 늦은 시간까지 열정을 갖고 가르쳤던 기억이 난다. 강의를 통해 오히려 내가 배우고 느낀 바가 많았다. 젊은 사람들과 대화하거나 강단에서 가르치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

- 미국에서도 강의를 했는데 한국 수업 분위기와 많이 다른가.
▲ 미국에선 영어로 가르쳤는데 한 학생의 질문을 제대로 못 들은 적이 있었다. 악센트가 엄청 강한 흑인 학생이었다. 선생 체면에 차마 못 알아들었다고 말하기 힘들어, 이 학생의 질문에 대답할 사람이 있는지를 되물은 기억이 있다. 미국은 강의 자체가 토론 수업이다 보니 학생들의 활발한 토론이 전개됐다. 결국 질문의 요지를 파악하고 흑인 학생의 질문에 대한 답을 해줬다. 그 후 한국에 와 보니 한국은 여전히 주입식의 일방적 교육이 주를 이뤘다. 소통 부족을 느낀다.

- 바쁜 엄마라 딸들이 서운해 하지 않나.
▲ 딸이 셋이다. 큰 딸과 쌍둥이 동생들이다. 셋 다 대학을 졸업했다. 평일에 자주 못 보기 때문에 주말에는 어떤 식으로든 이벤트를 만들어 보려 노력한다. 엄마가 국회의원이라서가 아니라 뭐든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으로 딸들에게 나름의 교훈을 전하려 한다. 아줌마 정치인이 열심히 자기 일 하면서 지식과 노력을 사회에 환원하는 모습 그 자체에 딸들이 자랑스러워 하는 것 같다.

·1960년생
·고려대 정치외교학 박사
·미국 스탠포드대 객원연구원
·미국 후버연구소·브루킹스연구소  연구위원
·선문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제18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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