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그릇 하난데 숟가락 든 사람은 여럿 “밥상 엎을라”

2011.02.22 11:19:21 호수 0호

불붙은 2012 한나라당 당권전쟁 막전막후


한나라당이 오는 4·27 재보선을 ‘총리급 선거’로 치를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성남 ‘분당 을’에 정운찬 전 총리, 경남 ‘김해 을’에 김태호 전 총리 후보자, 강원지사 후보로 한승수 전 총리의 영입을 거론하면서부터다. 세 사람 모두 출마하면 순천을 제외한 전 지역구에 ‘총리급 벨트’가 만들어지게 된다. 재보선은 통상 야당에서 거물급 인사를 등장시키며 세몰이를 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여당에서 ‘총리급’ 후보 영입을 추진해 역대 재보선과 정반대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학과 교수는 “원래 여당에서는 재보선을 지역 선거의 의미로 국한시키는 경향이 많았지만, 이번에는 여권에서 거물급이 거론된다”면서 “자칫 재보선이 총선과 대선의 전초전으로 과대 포장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개헌 특위 구성부터 ‘첩첩산중’ 만들 수 있나?
친박‘무언의 반대’홍준표‘대통령이 발의하라’


오는  4·27 재보선에서는 세 곳을 가져가는 쪽이 확실한 승자가 된다. 민주당은 순천이라는 확실한 우세 지역이 있고, 한나라당도 분당에서 그동안 강세를 나타냈던 탓에 “여야 어디도 네 곳 모두를 싹쓸이하는 압승 구도는 힘들 것이다”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오는 4·27 재보선 승리를 발판 삼아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조기 전당대회’의 불씨를 확실히 제거하려는 입장이다. 지난 연말부터 이어진 잇단 ‘말 실수’와 ‘발 실수’로 당·청을 둘러싸고 ‘안상수 불가론’이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를 안 대표도 감지했기 때문이다.

안상수 흔들 ⇒ 여권 내홍
차기주자 아우성 ‘나도 있소’

하지만 여권 내 주류인 친이계 내부에서 개헌 문제만 놓고도 분열하고 있어 안 대표의 ‘재보선 전력투구’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여권의 분열은 지난 연말 안 대표의 ‘실수 행보’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은 지난 10일 안상수 대표와 김무성 원내대표가 당 운영에서 최고위원들을 소외시키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홍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개헌 논의기구를 최고위 산하에 두는 방안을 김 원내대표와 의논했다”라고 안 대표가 말하자 “자기들끼리 속닥속닥 전화질 해놓고 최고위원들에게 협조해 달라는 게 말이 되느냐”라며 반발했다.

그는 이어 “최근 당이 돌아가는 상황에 화가 많이 난다”면서 “다른 최고위원들은 허수아비냐. 명색이 최고위원인데 아무 역할도 없고 원희룡 사무총장도 중앙에서 어떻게 일이 돌아가는지 한 마디 말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회의장을 나서면서도 “자꾸 이런 식으로 하면 나는 당무에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라고 선언했다.

홍 최고위원은 또 개헌 추진과 관련해서도 “이명박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개헌을 주도해서 추진할 의사가 없다면 일부 계파에서 개헌을 주장하는 것은 개헌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계파 결속용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소지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 현대사에서 의회가 나서 개헌을 추진한 것은 4·19 직후와 6월 항쟁 뒤 국민적 열망이 뒤따른 두 번 뿐”이라고 말했다. 집권 여당이 개헌의 열망이 크다면 대통령이 개헌을 직접 발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최고위원은 또 “이제 민주화가 됐기 때문에 대통령께서 개헌 발의를 하라는 거다”라면서 “(대통령이) 개헌 발의를 하고 여당이 총력전으로 국민을 설득하는 절차로 가야지 지금 의회가 나서서 할 만큼 국민적 열망이 있느냐를 돌아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속닥속닥 할 거면 둘이 하라
청와대 공천 개입 절대 불가

이 같은 홍 최고위원의 주장에 대해 이재오 특임장관은 “그것은 (홍준표) 개인 이야기고 무게가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폄하했다. 이 장관은 지난 15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대통령이 발의한다고 하더라도 여야가 합의해서 국회의 3분의 2인 200여 명이 찬성해야 하는데 그걸 대통령더러 발의하라는 것은 개인적인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이 장관은 또 “노무현 대통령이 개헌 발의를 철회한 것도 바로 여야가 합의해 통과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노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면 안 된다는 주장이다.

한편 이 장관은 지난 17일 한나라당 재정위원회 위원 전원을 대상으로 특강을 했다. 그가 장관 취임 이후 당원 대상으로 특강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 안팎에서 이 장관의 이번 특강을 두고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행보가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세미나 참석 대상인 재정위원들이 ‘당연직 대의원’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관측이 나오게 된 것이다.


장관 임명 후 당원 첫 특강
이재오, 당권 진출 교두보?

일각에서는 이 장관의 이번 특강이 당권을 잡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이 장관측은 “재정위에서 초청해 참석하는 것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 장관 측은 “이번 행사는 우리가 마련한 게 아니라 재정위원회에서 신년교례회를 겸해 이 장관에게 초청 강연을 해 달라고 해서 가는 것”이라며 “대선 행보 등의 관측은 너무나 비약된 것이고 절대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 장관 측은 또 “재정위원들이 당연직 대의원이라 그런(당권) 얘기들이 나오는데 재정위원들 중에는 여러 계보의 사람이 있을 것이고 어느 계보의 사람인지 아무도 모른다”면서 “이 장관의 행보를 이상한 방향으로 몰아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또 다른 차기 당권 주자인 김 원내대표도 이번 달 들어 당·청을 넘나들며 ‘개인기’를 보여주고 있다. 이런 그의 움직임에 여권의 한 관계자는 “김 원내대표가 ‘차기’ 입지를 다지려는 행보가 아니냐”라는 주장도 제기됐다고 전했다.

영수회담 개최 관련 ‘김무성 오버 페이스’ 이유는?
한나라 당권 경쟁 이재오·홍준표·김무성 3파전

김 원내대표는 지난 설 연휴 기간 동안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와 잦은 접촉을 통해 ‘영수회담’을 추진했다. 추후 밝혀진 바로 그는 영수회담 추진과 관련, 청와대 측과 사전 협의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영수회담 무산’ 발언으로 결국 그의 노력이 실패로 끝나긴 했지만 무리하게 영수회담을 추진한 김 원내대표의 행보를 두고 청와대 측에서 ‘오버 페이스’라며 불쾌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당으로부터 영수회담 추진 사실을 전달받고 ‘왜 자기들 마음대로 대통령 일정을 논의하느냐’는 불쾌한 분위기가 있었다”라면서 “자기들끼리 정리가 안 된 상태에서 영수회담 추진 사실부터 꺼낸 것은 예의도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원내대표가 지난 6일 영수회담을 금주 내 열도록 노력하겠다고 합의한 것 자체가 ‘월권’이라는 주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또 “영수회담이라는 용어도 잘못된 것”이라며 “야당 대표 청와대 회동이라고 해야지 3김 시대도 아니고 무슨 ‘영수(領袖)’냐”라고 말했다.

김무성, 영수회담 오버 페이스
차기 입지 굳히며 힘찬 발걸음

이에 김 원내대표는 “기싸움 벌이자는 것이냐”라며 발끈했다. 그는 지난 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통령과 제1야당의 당 대표가 2년5개월 동안 만나지 않은 것은 정치의 문제”라면서 그간 청와대의 ‘무관심’을 비판하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대통령이 신년 좌담회에서 (영수회담을) 추진하겠다고 말해 당연히 일정이 잡힐 것으로 보고 성사되도록 노력한다고 했는데 이게 무슨 월권이냐”면서 “여야 접촉 창구인 원내대표가 이런 일을 안 하면 무엇을 하라는 것이냐”라고 청와대 참모들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보였다.

김 원내대표는 이어 “영수회담 용어가 권위시대 있던 용어라 바꿔야 한다고 하는데 용어가 뭐 중요하냐”라면서 “이것(용어)으로 (영수회담을) 하느니 안하느니 하는 신경전을 벌이면 국민이 다시 비판할 것이다. 더 이상 이 문제로 (청와대가) 기싸움 벌이듯 질질 끄는 것은 옳지 못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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