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때 아닌 문전성시

2011.02.22 09:14:47 호수 0호

‘보은·낙하산인사’ 연줄로 땡기고 로비로 돌리고

 
임기 끝나거나 공석인 공기업 수장 자리 봇물
마지막 보은인사 앞두고 낙하산 부대 총출동



공공기관이 ‘불난 호떡집’이 됐다. 공공기관장·감사 교체를 앞두고 현 정권의 ‘막차’를 타려는 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마지막 보은인사와 낙하산이 대거 투입될 것이라는 소문에 정치권을 향한 물밑 로비전이 치열하다.

지난 연말부터 시작된 주요 공공기관장 인사를 둔 눈치 싸움이 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사이트인 ‘알리오’에 따르면 2011년도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기관은 공기업 27개, 준정부기관 83개, 기타 공공기관 176개 등 286개이다. 이 가운데 139곳의 기관장이 올해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 출범 후 공공기관장을 대거 교체한 탓에 올해까지 임기 3년이 만료되거나 공석으로 교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기관장들의 연임은 힘들다는 게 관가의 전언이다. 기관장 중 상당수가 지난 총선에 나섰다 낙마한 이들로 지난 대선에 대한 보은인사로 공공기관을 맡은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미 정계 복귀를 위해 지역구 관리 등 준비에 나선 이들도 적지 않다는 것.

물밑 로비전 시작


이명박 대통령도 공공기관장들의 연임과 관련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공공기관 선진화 워크숍에 참석해 “민간 출신 공공기관장 중 70~80%는 성공적이지만 20~30%는 그렇지 못하다”면서 “일부는 극히 소극적이고 형식적으로 임하는 분들도 있다. 임기 동안 적당히 편하게 가려 해서는 안 된다. 스스로 판단해서 미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분발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일을 잘하는 사람은 그 직을 계속 유지하도록 하는 제도를 검토해야 한다”며 “일을 잘하는 분과 그렇지 않은 분이 똑같은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이에 대해 주변에서는 “공공기관장 대규모 물갈이에서 ‘일 잘하는 사람’을 찾겠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정·관가 주변에서는 이번 공공기관장 인사를 정권의 수혜를 입을 수 있는 ‘막차’로 여기며 눈독을 들이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다. 공공기관장 임기를 채우면서 대선 판도를 살피고, 또다시 ‘낙하산’이 되거나 혹은 정치색을 지우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신임 감사장은 부사장과 감사를 비롯한 3, 4개 임원 자리에 대한 인사를 할 수 있어 ‘권력의 부스러기’를 바라는 주변 인사들도 몰려들고 있다.

여기에 기관장에 비해 주목받는 자리는 아니지만 ‘꽃보직’으로 통하는 상임감사직 인사까지 겹쳐 공공기관 주변은 몰려드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올해 감사 125명의 임기가 만료되며 내년에도 103명의 감사가 임기를 끝낸다는 것. 상임감사는 억대 급여에 기관장과 비슷한 대우를 받는 ‘공공기관의 2인자’로 통한다.

관가 일각에서는 “공공기관장뿐 아니라 부사장과 감사, 이사 등 대규모 교체에 앞서 권력의 핵심에 줄을 대는 이들로 한바탕 소란이 일 것”이라는 말이 공공연하다.

참여정부가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지난 2008년부터 대부분의 공공기관장을 추천 대신 공모를 통해 뽑기로 했다. 하지만 말만 ‘공모제’일 뿐 실제 자리를 결정하는 것은 실세 인사의 노력과 청와대의 의지라는 것.

2009년과 지난해 공공기관 평가단장을 맡았던 이만우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선거 직후였던 2008년에는 대선에 도움을 준 인사들 위주로 기관장 자리를 차지했지만 이번에는 전문성 있고 능력 있는 인사가 기관장을 맡아야 한다”며 “투명한 공공기관 평가를 강화해 낙하산 인사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미 공공기관 ‘자리’를 둔 물밑경쟁이 한창이라는 게 정가의 전언이다. 인맥과 연줄을 총동원, 물밑 로비전 등 눈치싸움과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는 것. 한 의원실 관계자는 “공기업에 자리 하나 만들어 달라고 찾아오는 이들로 업무가 차질을 빚을 정도”라며 “‘실세’로 통하는 인사일수록 몰려드는 청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도 몸살을 앓고 있다. 한국전력공사·한국석유공사·한국가스공사 등 민간 출신이 사장을 맡고 있는 곳은 관료나 정치인 등 현 정부 출범에 기여했으나 지난 공공기관 인사에서 논공행상에 들지 못한 이들의 몫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실제로 최근 선임된 한국전력과 석유공사 감사에 정치권 인사가 낙점을 받아 이러한 소문에 살을 더했다.

또한 모 ‘실세’ 인사는 밀려드는 이력서를 받느라 하루해가 진다느니, 조만간 임기가 만료되는 기관장 자리를 두고 유력 인사들 간에 신경전이 치열하다는 등의 말도 나오고 있다.

기관장 자리를 두고 ‘말’들이 많다보니 몇몇 공공기관에서는 입단속에 나서기도 했다. 지식경제부 산하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는 벌써부터 반년 이상 임기가 남은 김쌍수 사장의 후임인사들이 거론되자 지난해 말 감사실이 나서 임직원들에게 김 사장의 거취에 관해 언급하거나 묻기만 해도 엄중 문책하겠다는 ‘유언비어 유포 금지’ 공문을 전하기도 했다.

눈도장 ‘꽝’ 찍어

관가 인사들은 “한국전력공사·한국석유공사·한국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 ‘빅3’와 신용보증기금 및 한국주택금융공사, 기술보증기금 등 금융 공기업들의 기관장 인사를 두고 벌써부터 주변이 술렁이고 있다”면서 “이들 공기업의 기관장 인사는 계열사 인사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파급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한 이들은 “기관장 교체는 3월부터 시작해 67명의 기관장 임기가 끝나는 6월에서 8월 사이 정점을 찍을 것”이라며 “정부가 오는 6월 공공기관장에 대한 경영 평가를 실시한 후, 잔여 임기가 6개월 이내인 기관장들에 대해 대대적인 조기 교체에 나설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인사태풍’에 휩싸이는 곳은 예상보다 더 많아질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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