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호탁의 정석투자> 매매 습관의 혁신

2016.09.28 15:33:41 호수 1089호

“습관을 바꾸는 것은 뼈를 깎는 아픔이에요.”



자주 지각을 일삼던 직원이 어느 날 이른 출근을 하면서 말했다. 음주와 여색을 습관적으로 즐겼던 신라의 김유신이 모친의 꾸중을 듣고 뜻을 세운 후, 여전히 기생의 집으로 향하는 애마의 목을 쳐 버렸다는 유명한 설화가 있다.

말이 무슨 죄인가? 하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고질적인 습관을 바꾸겠다는 결단력이 김유신에게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 주었을 것이다. 일단 술판이 벌어지면 술과 안주가 동시에 바닥나야 일어나는 습관도 그렇고 오밤중에 슬그머니 라면물을 올리는 습관이나 누군가를 뒷담화하는 습관도 쉽게 버리기 어렵다.

어떤 사람은 안 좋은 생활 습관을 가졌으면서도 “나쁜 것 있다고 할까 봐 무서워”라면서 건강 검진을 안 한다.

사실 남의 나쁜 습관에 대해 충고하는 사람도 대개는 역시 좋지 않은 습관을 갖고 있다. 그리고 습관이 진해지면 서서히 중독으로 변한다. 이렇게 자신이 그런 습관 때문에 서서히 무너지고 있는 것을 아는 사람도 있고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사업도 그렇다. 막대한 대출을 반복적으로 일으키며 사업 확장을 하는 습관을 가진 기업은 결국 한 방에 골로 가는 경우가 많다. 부자가 되기 위해서 큰돈을 걸고 러시안룰렛 게임을 하면 반드시 죽게 되어 있는 것이다.


매매 습관도 마찬가지다. 안 좋은 매매습관을 지속하면 계좌는 알게 모르게 쪼그라드는데 그것을 바꾸지 못하고 지속하면 집도 날리고 속칭 깡통도 차게 된다. 그럴 경우에는 인내심을 가지고 복기를 계속해 매매 방법을 바꿔야 한다.

한국의 성장세가 거의 멈춰 요즘처럼 지수가 박스권 내에서 등락을 반복하는 경우에는 시장을 이끄는 주도주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런 경우 모니터를 보는 시간이 많은 투자자는 자연스럽게 데이트레이딩 등 단타의 유혹에 빠진다. 하지만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단타의 성공 확률은 극히 희박하다.

단타에서의 나쁜 매매습관을 보자면 첫째, 급등주를 따라 다닌다. 급히 매수해서 급등이 지속되는 경우도 있지만 바로 급락으로 이어질 경우가 더 많아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된다. 이럴 경우 기준에 의해 로스컷(손절매)을 해야 하지만 차마 손실을 확정 짓지 못하면서 손실이 커진다.

장중 한두 번 겪게 되면 소위 멘붕이 오면서 손실 만회를 위해 뇌동매매를 하기 십상이다. 작은 출렁임에도 쉽게 손이 나가고 마땅한 근거도 없는 매매를 한다.

이러한 습관에서 벗어나려면 힘들어도 복기를 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이든 최소한의 매매 원칙을 정하고 매뉴얼화해야 한다. 매뉴얼 대로 매매해야 정해진 원칙의 장단점을 알 수 있고 수정을 할 수 있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심법이네 뭐네 해서 극복하려 하지만 불교에서 말하는 ‘카르마’가 있어 그것이 잘 고쳐지지 않는다. 그럴 경우 요즘 증권사마다 점점 좋아지는 HTS의 숨겨진 기능이 나쁜 매매 습관을 고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렇게 적용하던 원칙의 문제점이 발견되거나 시장의 변화로 인해 다른 전략이 필요하여 조금씩 바꾸다 보면 전에 문제가 됐던 방식으로 되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실패했던 방법과 그 원인 등을 기록해 놓아야 그 방법을 다시 시도하는 우를 범하지 않게 된다.

그렇게 까지 해야 하느냐고? <아웃라이어>라는 책에서 소개된 ‘일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게 있는데 어느 분야건 그 정도 시간을 투자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이다. 각계 지도자들의 ‘본헤드플레이(어처구니없는 짓)’로 인해 성장이 멈추고 앞날이 막막하니 이제는 치킨집을 해도 그 이상의 노력을 해야 살아 남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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