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외환은행 인수 강행하는 내막

2011.02.02 09:15:00 호수 0호

회장님 생명연장의 꿈 위해?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외환은행 노조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인수를 반대하고 있다. 이미 잡음은 소음에 가까워지고 있다. 한번쯤 쳐다볼 법도 하지만 하나금융은 이를 외면한 채 인수를 강행하고 있다. 아예 귀까지 닫아버린 듯한 모습이다. 하나금융이 이렇게 인수를 강행하는 까닭은 뭘까.

“기능 실적·내부 통합 실적 낮아 연임에 어려움”
“연임 위해 연속성 있는 인수 작업을 강행하는 것”

지난해 11월 우리금융지주와 외환은행 사이에서 고민하던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결단을 내렸다. 당초 우리금융지주 쪽으로 마음을 굳히는 듯 했으나 과감히 포기하고 외환은행을 택했다. 그리고 인수 작업을 속전속결로 해치웠다. 외환은행 인수 추진을 발표한 지 불과 10여 일만의 일이었다.

노조 무시 인수 강행



외환은행을 선택하게 된 배경에 대해 하나금융지주 측은 “어느 쪽과 합병하는 것이 더 시너지 효과가 큰 지 여부를 검토한 결과 은행뿐 아니라 증권과 카드사까지 통합해야 하는 우리금융지주보다는 은행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외환은행 쪽으로 가닥을 잡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순항할 것으로 보이던 인수작업은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바로 외환은행 노조다.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을 인수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지난해 11월19일, 외환은행 노조는 일부 일간지에 ‘국익을 위해서도 금융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도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시도는 즉각 중단되어야 합니다’라는 광고를 냈다. 당시 노조는 ‘론스타 먹튀의 하수인’ ‘권력의 특혜’ 등의 문구를 담아 강한 반대의사를 표했다. 또 여론을 증폭시키기 위해 하루가 멀다 하고 하나금융 외환은행 매각 반대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장외투쟁도 불사했다. 노조는 하나금융 본사 사옥은 물론 청와대와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에서 시위를 벌이며 하나금융 인수반대 의사를 알렸다.
할 수 있는 조치는 모두 취했다. 노조는 지난 10일 금융위와 금감원을 상대로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 매각절차 중단을 요구하는 가처분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이어 지난 18일에는 국세청에 하나금융지주가 론스타에 지급하는 주식매매대금 5조원 중 세금부문에 대해 법적 보전조치(가압류)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내기도 했다.

뿐만 아니아 노조는 지난해 12월21일부터 국민을 상대로 한 서명운동을 시작해 불과 20일 만에 100만 명으로부터 서명을 받기도 했다.
이들이 이처럼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이유에는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문제와 하나금융의 인수 자금규모 및 자금조달의 위험성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 가장 염려스러운 것은 바로 ‘승자의 저주’다.

‘승자의 저주’는 엄청난 불행을 동반한다. 대우건설을 인수한 대가로 유동성 위기에 몰린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표적인 사례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을 다시 내뱉는 동시에 사실상 그룹이 해체됐다.

남의 얘기가 아니다. 특히 최근 거론되고 있는 사모펀드로부터의 자금조달 방식은 그 성격상 단기적인 이익을 극대화하는 속성 때문에 단순한 건전성 비율의 악화를 넘어 ‘승자의 저주’로 비화할 수 있다. 승자의 저주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나쁜 예’로 회자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인수자금이 최대 6조2000억까지 불어날 수 있다는 노조의 주장을 감안하면 승자의 저주에 대한 우려는 더욱 심각해진다. 최악의 경우 부실에 따른 부담을 공적자금 등 국민의 혈세로 메워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질 수도 있다.

노조의 이 같은 우려에도 김 회장은 귀를 막고 고개를 돌린 채 인수작업을 강행하고 있다. 결국 김 회장은 최근 “오는 20일 인수자금 확보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은 늦어도 내달 중에 이사회를 열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안건을 올려 확정할 방침이다.

그렇다면 김 회장이 이처럼 인수를 강행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외환은행 인수의 표면적인 이유에 대해 하나금융은 “외환은행의 강점인 기업금융과 하나은행의 VIP 관리 능력을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인수작업을 강행하는 배경에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김 회장이 연임을 위해 연속성 있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사실 아니다”

노조 측 관계자 역시 “김 회장은 내부통합, 기능실적 등이 낮아 연임 가능성이 낮다”며 “연임을 위해 무리하게 인수를 강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한 사람의 욕심 때문에 우리 금융사업에 큰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지적을 의식한 듯 김 회장은 “언제든지 임기가 되면 좋은 분을 모시려고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권은 쓴 웃음을 지었다. 인수가 진행되면 사실상 연임이 유력시되기 때문이다. 결국 김 회장의 ‘생명연장’을 목적으로 합병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하나금융 측 관계자는 “외환은행 인수성공으로 후속 작업을 위해 연임 분위기가 연출되는 것”이라며 “연임을 위해 인수를 강행한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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