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호탁의 정석투자> 주도주 참여와 리스크

2016.09.19 09:41:22 호수 1088호

2010년 다니던 회사를 나온 뒤 당시로서는 새로운 개념의 창업을 하며 기대에 부푼 적이 있었다. 많은 사업 초심자들이 그렇듯 사업은 초기부터 예상치 못한 복병들을 만나며 힘겨운 나날이 이어졌다. 당시 지인 중 한 명이 사업장을 방문해 한 말이 생각난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사업을 하면서 항상 돈을 버는 게 아니고 벌 때는 따로 있지. 사업으로 부자가 된 사람들도 한때 왕창 벌고 다른 때는 현상유지만 하는 경우가 많지”라며 나를 위로했다. 주식 투자의 경우도 비슷하다.

과거 코스닥에 광풍이 불었던 시절이 있었다. 1999년 코스닥에 상장한 새롬기술은 상장 이전 세 차례 증자로 자본금을 배로 늘린 다음 200% 무상 증자를 실시했다. 이 회사는 인터넷으로 국제전화까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전화사용 중의 광고 수입으로 이익을 낸다는 사업 모델을 갖고 있었다.

1999년 10월 1890원이던 주가는 11월에 3만원 그리고 12월에는 12만원으로 뛰어 올랐다. 그리고 상장 8개월 뒤인 2000년 3월 초에는 28만2000원이 됐는데, 액면가 5000원으로 환산하면 무려 282만원의 주가가 됐다.

유무상 증자를 뺀 단순 주가 상승이 6개월 만에 150배가 된 것이다. 이는 증권 시장 개장 이래 전무후무한 대기록이다. 이 기업은 사실 수년간 계속해서 적자를 면치 못했지만 향후 사업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분석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수많은 언론보도와 소문에 기대어 주식을 앞다퉈 사들이며 주가를 끌어 올렸다.

수년간의 적자 회사의 주가가 삼성전자 주가보다 훨씬 높았으니 가히 그 위세는 대단했다. 새롬기술보다는 못 하지만 싸이버텍홀딩스(40.6배), 다음(지금의 다음카카오, 36배), 장미디어(지금의 네오아레나, 35배) 등 과거의 급등주들은 가히 상상을 뛰어 넘는 폭발력을 보여 줬다.


이러한 종목들의 대주주들과 초기 매수자들은 엄청난 수익을 거뒀지만 뒤늦게 매수에 가담한 많은 투자자는 큰 손실을 입었다. 당시 투자자들은 자산 가치나 이익 등을 보지 않고 미래 성장성과 기업 공시만을 보고 비이성적인 매수 행태를 보였다.

2000년대 초반에는 경기민감주로 분류되는 차화정(자동차, 화학, 정유) 종목들이 장세를 주도했다. 차화정 종목들은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자 실적도 좋아지며 주가가 상승했다. 작년에는 제약, 바이오 종목들이 큰 상승률을 보였다.

물론 특정 종목들에는 호재와 내용이 확인된 공시도 있었지만 기업 실적과 관계없이 제약, 바이오군에 속한다는 이유만으로 상승한 종목들이 많다. 어떨 때는 우선주가 그럴 만한 이유도 없이 급등하기도 한다. ‘강남스타일’라는 노래가 뜨면서 가수 싸이의 부친이 근무한다는 코스닥회사가 급등세를 보이기도 했다.

이제 서서히 대통령 선거가 다가 오면서 소위 대선테마주가 이미 급등락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대선 주자인 안철수 의원이 언론에 부각되면 ‘안철수주’로 분류되는 종목들이 기업 내용의 변화가 없는 데도 달아오른다.

안 의원이 설립한 ‘안랩’은 물론이고 안랩 출신이 대표인 ‘써니전자’는 그렇다 쳐도 나머지 회사들은 억지로 테마에 갖다 붙이는 격이다. 다른 테마주들도 비슷한 형국이다. 이런 테마에 동참해 재미를 보는 경우도 많지만 반복될 경우 큰 손실로 이어 진다.

거품이 소멸되며 주가가 제자리를 찾아 가는 과정에는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의 한숨과 눈물이 함께 한다. 다른 사업과 마찬가지로 주식투자를 하며 항상 수익을 낼 수는 없다. 주도주에 동참하는 것은 맞지만 뒤늦은 거품 투자로 큰 손실을 입지 않도록 주가 PER나 PBR 값을 살펴 투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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