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판결]부산 어린이집 원장 원생 성추행 무죄

2011.01.18 09:51:13 호수 0호

일관성 없는 아동 진술만으로 “성추행 처벌 못해”

자신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의 원생 2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원장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유일한 증거인 피해 아동들의 진술에 일관성이 없고, 피해 진술이 아동의 어머니나 경찰관의 반복된 질문 등에 유도된 의심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재판부는 개방된 공간에서 피고인이 성기를 내보이거나 아동의 성기를 만지는 등의 행위를 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일요시사>는 판결문을 바탕으로 부산 어린이집 원생 성추행 사건 원장 무죄 선고를 되돌아봤다.

유일한 증거인 피해 여아 진술에 ‘일관성’ 없어
‘시간·공간상’ 성추행 행위 가능해 보이지 않아

부산지법 형사합의5부(구남수 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의 원생 2명을 성추행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로 기소된 김모(45)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원장이 원생 성추행?

김씨는 2009년 5월초부터 9월4일 사이, 자신이 운영하는 부산의 한 어린이집에서 자신의 성기를 내보이고, 원생인 A(5·여)양과 B(5·여)양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두 아이의 어머니 주장에 따르면 김씨는 아이들을 성추행하는 과정에서 ‘찡찡짱어’라는 말을 가르쳐주며 어린 아동들의 성기 부분을 손으로 만져 추행했다.
 
김씨의 성추행 혐의를 제기한 것은 A양의 어머니 C씨였다. C씨의 주장에 따르면 2009년 9월6일 C씨는 자신의 집에서 A양과 B양을 같이 재우면서 “내일 어린이집에 가야 하니 일찍 자자”라고 말했다. C씨의 이 같은 말에 A양은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 원장선생님이 때리고, 고추를 만진다”고 대꾸했다. 어린 딸의 말에 놀란 C씨는 다시 한 번 물었고, 이때 함께 있던 B양은 “찡찡짱어”라고 하면서 자신의 성기를 만지는 시늉을 했다.

아동 성추행사건의 심각성을 알고 있던 C씨는 자신의 어린 딸이 이 같은 일을 당했다는 사실을 믿기 힘들었지만 재차 물어도 대답은 한결같이 “원장선생님이 고추를 만진다”였다.

결국 C씨는 어린이집 원장 김씨를 아동성추행 혐의로 고소했고, 김씨는 아동성추행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됐다. 하지만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어린이집에서 물을 마시러 가던 중 ‘찐 땅(진 땅) 장화, 마른 땅 운동화’를 중국식 발음으로 이야기한 적은 있지만 아이들에게 ‘찡찡짱어’라는 노래를 가르쳐 주면서 추행한 사실이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김씨의 이 같은 주장은 수사기관을 거치면서 설득력을 가졌다. A양과 B양의 진술태도를 살펴본 결과 일관성이 없었던 것.
A양은 원장선생님이 어디를 만졌는지에 대한 질문에 배를 가리키기도 하고 배꼽이라고 진술하다가 “모르겠다”고 말하는 등 일관된 진술을 하지 못했다. 다만 자신의 엄마가 계속 반복된 질문을 하거나 ‘이야기를 해야 착한 아이’라고 유도할 때는 “원장선생님이 고추를 만졌다”고 대답했다.

B양 역시 수사기관에서 경찰관이 ‘찡찡짱어’가 무엇인지 묻자, “그냥 일하는 것”이라고 답했고, 원장선생님이 때렸느냐는 질문에 “안 때렸다”고 답하다가 안 때렸느냐는 질문에는 “때렸다”고 대답했다. 이어 “어디를 때렸느냐”는 질문에는 볼을 가리키기도 하고, 가슴을 가리키기도 하고 손과 발을 가리키기도 하는 등 진술에 일관성이 없었다.

하지만 B양 역시 자신의 엄마가 질문을 하면 대답이 달라졌다. B양의 어머니 D씨가 “원장선생님이 고추를 만질 때 옷을 벗겼는지” 묻자, B양은 “바지를 벗겼고, 신발도 벗겼다”고 대답했다. 이어 “원장선생님도 옷을 벗었냐”는 질문에 “팬티를 벗었고, 원장선생님 고추를 봤다”고 답했다.
반면 경찰관이 “원장선생님이 고추를 만졌느냐”고 묻자 B양은 다시 “아니오”라면서 “어깨도 안 만지고, 배도 안 만지고, 볼도 안 만지고, 머리도 안 만졌다”고 대답했다. 또 B양은 종합심리평가에서는 자신의 성기를 만진 사람을 원장선생님이 아니라 어린이집 선생님으로 지칭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A양과 B양은 일관성 없이 진술하고 있고, C씨와 경찰관의 반복된 질문, 암시성 있는 질문으로 대답이 유도된 의심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린이집 교사가 자세를 바로 잡아주기 위해 몸을 가볍게 치는 행동을 때리는 것으로 잘못 이해했을 수도 있고, 아이들이 용변을 가리지 못하는 경우 담당 교사가 아랫도리를 씻어주는데 이런 행위를 혼동했을 가능성도 농후하다”고 판단했다.

일관성 없는 진술

또 원장선생인 김씨가 가르쳐줬다는 ‘찡찡짱어’라는 노래에 대해서는 “김씨가 어린이집 내에서 아동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중국식 발음으로 “찐 땅(진 땅) 장화, 마른 땅 운동화”라고 한 것을 아동들이 잘못 알아들은 것으로 보일 뿐, 김씨가 ‘찡찡짱어’라는 노래를 따로 가르쳤다고 볼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재판부는 “어린이집은 각 층이 개방된 형태로 피해 아동이 속한 반과 다른 반이 같은 층에 있고, 각반 담당 교사가 아이들을 돌보는 개방된 공간에서 김씨가 자신의 성기를 내보이거나 다른 아동들이 보는 데서 A양과 B양의 성기부분을 만지는 등의 행위를 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할 때 A양과 B양, 각 어머니들의 진술만으로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면서 김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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