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 박성원 매력 탐구

2016.08.08 09:18:18 호수 0호

가장 극적인 ‘신데렐라’ 등극

“느리고 부드러운 스윙 고수”
계속되는 정상을 향한 의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롯데칸타타여자오픈 챔피언 박성원(23·금성침대)은 약 40여년 역사의 KLPGA투어에서 가장 극적인 ‘무명 반란’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예선전을 거쳐 출전권을 딴 대회에서 우승한 선수는 박성원이 처음이다.

이변의 주인공

철저한 무명 선수였던 박성원은 작년에 시드전 45위로 간신히 1부투어를 밟았다. 루키 시즌 25차례 대회에서 톱10은 한 번뿐이었고 벌어들인 상금은 3134만원으로 상금순위 91위에 머물렀다. KLPGA투어는 상금순위 60위 이내 선수에게만 이듬해 전 경기 출전권을 주지만 그는 실패했다. 다시 치른 시드전에서 54위로 부진했다. 시드전 54위면 출전 선수가 132명이 넘는 대회만 나갈 수 있다. KLPGA투어 대회 출전 선수는 대회마다 108명, 120명, 132명, 그리고 144명으로 다르다. 박성원의 시드 순위로는 120명 이하 대회는 출전이 어렵다.

이런 부분 시드권 탓에 롯데칸타타여자오픈 이전에 열린 10개 대회 가운데 5개 대회는 출전하지 못했다. 롯데칸타타여자오픈도 원래 출전 자격이 없었지만 예선전을 치러 출전권을 땄다. 16명을 뽑는 예선전에서 11등으로 합격했으니 그나마도 아슬아슬했다.

이런 선수가 첫날 공동4위(57타), 둘째날 2위(69타) 등 선두권을 달린 끝에 최종 라운드에서 노보기 64타라는 데일리베스트샷을 때려 우승을 차지하자 신데렐라 탄생 신화가 따로 없다며 난리가 났다. 그는 지난해 딱 세 번 60대 타수를 쳐봤을 뿐이고 올해는 한차례도 60대 타수를 친 적이 없었다.


롯데칸타타여자오픈 우승 ‘무명의 반란’
부진했는데…예선전 거쳐 대이변 연출

박성원은 “잘해야지 하는 생각하면 더 안 되더라. 이번 대회부터 생각을 바꿨다. 샷이든 성적이든 지나간 건 마음에 담아두지 말자고 작심했다. 전에는 보기를 하거나 더블보기를 하면 너무 화가 났다. 이번 대회 때는 나쁜 샷이 나와도 어차피 벌어진 일인데 뭣 하러 그걸 생각하느냐, 보기 해도 나중에 버디 하나 하면 되지, 버디 찬스가 오면 그땐 놓치지 말자고 다짐하면서 쳤다”고 설명했다.

박성원이 이번 우승으로 받은 것 가운데 가장 기쁘고 값지게 여기는 건 올해부터 2018년까지 전 경기 출전권이다. “혹시나 해서 상반기 대회 출전 신청은 다 해놨지만, 절반도 못 나가는 거 아닌가 걱정했다”는 박성원은 6월16일부터 열렸던 메이저대회 한국여자오픈도 출전할 수 있게 됐다. 그는 “매년 시드전 가서 마음 졸였고 올해는 부분 시드여서 대기 순번으로 출전을 기다리는 데서 해방된 게 감사하고 큰 것 같다”고 환하게 웃었다.

박성원은 골프 명문 함평고 출신이다. 골프를 좋아하는 아버지와 외삼촌이 키도 크고 체격이 좋으니 골프를 배워보라고 권해 초등학교 6학년 때 골프채를 잡았고 본격적으로 선수로 나선 것은 중학생이 된 뒤부터다.

‘이왕 시작했으나 잘 해보려고’ 함평고에 진학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뛰는 이미향(23·KB금융)이 함평고 동기생이고 장수연, 전인지(22·하이트진로)가 1년 후배다. 하지만 박성원의 주니어 시절은 이들 동기나 후배에 비해 초라했다. 고교 3학년 때 국가대표 상비군이 됐지만 국가대표 마크는 끝내 달아보지 못했다.

“그래도 시작했으니 프로 선수로 뛰어보자는 생각에 프로로 전향했다”는 박성원은 “너무 성적이 나오지 않아 그만두고 싶은 생각도 정말 많이 했지만, 이왕 발을 디딘 만큼 잘한다는 소리 한번 들어보고 끝내자는 오기로 버틴 게 여기까지 왔다”고 실패로 점철된 골프 경력을 회상했다.

전에는 ‘평생소원이 우승 한번 해보는 것’이었던 박성원은 “욕심이겠지만 3승, 4승을 향해 달리고 싶다”면서도 “내 골프 인생의 진짜 목표는 반짝하다 사라지는 게 아니라 오래오래 팬과 동료 선수의 기억에 남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부진 마음가짐

박성원의 모자에는 ‘금성침대’ 네 글자가 커다랗게 새겨져 있다. 박성원의 우승으로 금성침대가 덩달아 유명해졌다. 그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금성침대와 후원계약을 했다. 에이전트가 어렵게 구해온 후원 기업이다. 박성원은 “일면식도 없는 금성침대 회장님이 나같은 무명 선수를 후원해줘 고맙게 여기고 있었는데 보답을 해드린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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